ㅡ“꺄르르 꺄르르” 여중생 한 무리가 무리 지어 지나간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연신 웃음꽃이다. 학생들을 보니 과거 약 13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쳤었던 나의 전생(?)이 떠올랐다. 그 당시 나는 아이를 낳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던 때였다. 약간의 거친 공백을 거치고 나는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 약 반년정도 쉬엄쉬엄 다시 영문법책과 고등 독해집, ebs문제집들을 훑으며 공부를 했었다.
공부에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반복 또 반복하며 묵묵히 구슬땀을 흘려가며 공부했다. 그 다음날 보면 내가 단기 기억 실조증에 걸린 것 마냥 내가 어제 여길 공부 했었나 싶은 생각이 들게 머릿속이 백지장 같을 때도 있었으며, 머릿속에 그렇게 넣어놨다고 생각했는데 출산 후 빠지는 머리카락 마냥 숭숭 내 뇌를 탈출해 세월의 야속함을 느끼게 하는 때도 있었다.
이를 통해 보면 공부라는 것은 아하! 의 단편적인 이해와 재미의 순간을 넘어선 지지부진하고 끝없는 자기 통제, 자기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영역이다. 영어라는 영역은 언어이다 보니 자꾸 쓰고, 말하고, 읽고, 복습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바꾸어가며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어야 영어 자락 끝트머리라도 붙잡고 있을 수 있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아이들은 오죽하랴!
쉬운 게 없다. 누구도 이 길을 대신해 주거나,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돕지 않는다. 아이의 길은 오롯이 아이가 발을 옮겨 걸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있다, 엄마가 있다. 길을 걷기 시작한 아이의 곁을 맴돌다 방향을 잃었을 때 넌지시 손을 내밀어주고, 이해가 되지 않아 길이 막힌 듯 보이는 구간에서 가끔의 친절한 설명을 더한다. 2024년의 신사임당은 이런 모습일 거라 믿는다. 신사임당에게는 사교육에 관한 무조건적인 흑백논리도 경계 대상이다.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인식해 아예 차단하려 하거나, 반대로 맹신하며 올인하는 경우 모두 아이를 위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선택 기준은 학원의 오픈 기념 이벤트 특가 할인이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수준과 상황과 의지와 감정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학원이든 과외든, 학습지든 인강이든 필요할 때 넣었다가 과감하게 빼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런 부류의 부모를 2024년의 신사임당이라 부른다.
결혼 전 학원에 소속되어 있을 때도 학생들에게 말하곤 했다. 자신을 분명히 알고 도움이 되는 쪽으로 과외든 학원이든 선택해서 다니라고. 여기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으면 언제든지 부모님과 상의해서 바꿔야 한다고. 그게 언제든 진리다. 실력과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기에 영원히 나랑 잘 맞는 학원도 없거니와 절대적으로 그곳만 고집해야 할 학원도 없다. 적절히. 세상 살면서 참 적용하기 어려운 단어이지만, 공부에서도 “적절히”가 필요하다.
영어강사라고 얘기하면 바로 꼬리를 물고 날아오는 말은 자식 영어 교육은 걱정 없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찌감치 내 자식은 내 맘대로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당연히 잘할 거라는 기대는 멀찌감치 내려놓고 차근차근 시작 중이다. 공부라는 것이 재미만으로는 레벨업을 할 수 없으니 어릴수록 아이의 관심사를 살펴본 후 그 지점에 영어를 살포시 엮어 놓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집 꼬마는 4. 5살쯤 할로윈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래서 할로윈 괴물에 관한 영어 노래나 영상을 검색해서 줄줄이 틀어주곤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것을 누군가 함께 즐거워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아이 옆에서 만큼은 원래 할로윈 괴물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원조다!라는 마음으로 아이만큼 함께 즐거워하는 척했더랬다. 그다음으로 해리포터나 토이스토리 같은 디즈니를 살포시 틀어줬으나 흥미가 1도 없어했다. 그리하여 그다음 1년은 지브리와 디즈니로 시작해서 해리포터까지 이어지는 본격 영어 영상 입덕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는 원래 조금씩 꾸준히 지속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변태적 성향을 가진지라 아이와 관련된 셀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을 잡고 진행한다. 그리하여 흥미를 끄는 스토리 소개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걸 엮어서 캐릭터 그리기 등 활동 등을 통해 캐릭터가 가장 귀여운 토토로부터 보여주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팝콘과 맛있는 과자를 풍성하게 차려놓고 영화관에 온 것처럼 영화 감상 타임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지브리는 디즈니로 이어졌고 시간이 흐른 후 토이스토리를 소개하게 되었고 이번엔 아이가 무척 흥미를 가지고 좋아하게 되었다. 차 안에서 함께 토이스토리 노래를 부르고, 아이가 내용을 이해하고 난 후는 영어로 틀어주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어릴수록 아이가 좋아할 것 같은 내용과 연계된 활동 그리고 그걸 아이에게 제시해 주는 방식을 잘 생각해 놓고 접근하면 성공 확률이 높다.
주로 중고등 학생을 가르쳐왔기에 영 유아 영역은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실험들과 공부를 통해서 자세히 배우고 있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어린아이 든 중고등 학생이든 언제나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바로 가르치는 상대방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알아야 그의 니즈를 알고, 그에 맞출 수 있으며, 또 어떤 고충이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자주 겪는지 혹은 어떤 것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교사가 취할 수 있는 자세나 대응과 교수 방법 심지어 말투까지 맞추어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말투에 예민한 중학생을 만났을 때는 굉장히 친절한 말투와 존중해 주는 태도를 특히 더 장착하고 수업을 한다. 공부하는 것 이외의 것에 기분이 상해 버리면, 본격적인 공부는 시작도 못하거나 건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소위 말해서 에너지 낭비, 즉 에너지를 본질에 쏟지 않고 낭비하게 하는 상황이 싫다. 그런 것은 나에게 의미가 없다. 그 아이와 나의 공통된 목표, 즉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서만 함께 발맞추어 달리고 싶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은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 자신에게도 그게 득이 됨을 안다. 수업에 진실되게 임했는지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 내 스스로가 감시자가 되어 나를 단도리 하며, 오늘도 나는 학생들 그리고 우리 집 꼬마와 함께 영어로 버무려진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