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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웜쑤 Aug 21. 2024

외국인 남자와 감자탕집 데이트



"Do you want some gamjatang?"

(감자탕 먹으러 갈래요?)


한국말 하나 못하는 미국인 남자의 입맛은 경상남도 출신인 나보다 더 구수한 듯하다. 


“You know how to eat gamjatang?"

(감자탕 먹을 줄 알아요?)

“yeah, I love Korean food so much. It's just so delicious, especially when you eat it with kimchi, you know?"

(그럼요, 한국 음식 너무 좋아해요. 김치랑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요.) 


그렇게 우리의 첫 데이트 장소는 감자탕 식당으로 결정이 났다. 

국이 많이 뜨거울 텐데 후후 불어서 시원하게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정감이 느껴졌다. 은근히 음식을 가리고 많이 먹지 못하는 나에 비해 내 앞에 있는 이 남자는 자기 나라 음식도 아닌 맵고 짠 김치를 흰 밥 위에 턱 하니 올려선 잘도 먹는데 그 모습이 묘하게 예뻐 보인다. 어떤 음식을 차려줘도 잘 먹을 체격을 갖췄다. 

키 183cm, 금발과 흑발이 섞인 카키빛이 나는 머릿결,  갈색 눈동자, 하얗고 티끌 하나 없는 뽀얀 피부, 하늘을 찌를 것 같이 오뚝 선 코. 여태껏 이런 꽃미남을 만나 본 적이 없다. 내 두 눈에 뭔가 단단히 씐 듯한 기분이 든다. 잘생긴 남자랑 같이 밥을 먹자니 감자탕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Where and what do you do? 

(어디서 일해요?)

"I'm the headmaster at an international school in the Philippines.

(필리핀에서 국제학교 교장을 하고 있어요.)

since the school's main base is in Korea, I'll be  staying there for 'bout three months before headin' back."

(한국에 학교 본사가 있어서 3개월 정도 머물다 갈 거예요.)


한국, 필리핀, 중국을 오가며 국제 학교에 재직 중이던 그는 출장 차 한국에 왔다가 우연히 나를 만났다. 필리핀에서 지낸 지는 4년,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미국에 있는 가족들을 방문한다고. 그렇다면, 앞으로 이 남자와 만날 곳은 해외 아니면 한국이 될 텐데 장거리 연애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를 놓치고 싶지 않다. 

 

"Do you speak Korean..?"

(한국어는 할 줄 알아요?)

"I can understand a few words, but I can't speak much."

(몇 가지 단어는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는데 못해요.)


놀랍게도 중국에서 6년 동안 살았던 경험으로 중국어 실력은 현지인을 능가할 만큼 유창하다. 한국어는 소리만 읽은 줄 안다고 한다. 아쉽지만 그런대로 기본적인 영어 회화가 가능한 내가 맞추면 되니까 문제 될 것은 없다. 내 말을 곧잘 알아듣고 우리의 대화는 청산유수로 즐겁게 흐르고 있다. 


비행기 탈 일이 유독 많아 보이는 이 남자, 

앞으로 날 만나러 한국에 자주 올 수는 있을까?  

진지한 연애로 이어진다면 우리의 관계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괜한 시작을 했는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이 드는 건 이미 늦었다.

벌써 난 이 남자한테 마음이 뺏겨버렸다.  



  

7년간의 해외 롱디를 거쳐 2020년 12월 연을 맺은 미국-한국 국제부부입니다.

두 사람의 출신지인 부산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벗어나 말과 버번 보드카가 유명한 켄터키 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낮에는 트레이더 조스 마트에서 근무하며, 인스타툰, 아크릴화를 그리고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국제연애의 에피소드와 생동감 넘치는 미국 일상을 에세이 단편 형식으로 장기 연재합니다. 

즐겁게 감상해 주세요 :)  

(댓글과 응원은 연재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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