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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온 Oct 01. 2021

나는 언제나 나

어렸을 때 과학시간에 달의 모양 변화를 처음 배울 때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달에 토끼가 있다는데 그게 다 거짓말이었던건가, 모양이 변하는 행성에서 어떻게 생물체가 살 수 있는거지 하는 심각한 생각을 하느라 마음을 썼던 것이다. 달이 아주 작아지면 그곳에 살고 있는 토끼들은 모두 어떻게 되는건지 너무 걱정스럽고 공포스러워서 선생님의 설명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달의 실제 모양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 있는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는걸 안다. 모양은 정말로 내 눈이 볼 수 있는 만큼일 뿐이니까. 하지만 어째선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는 것만 같다. 내 눈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진짜 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눈에 좋아 보이는 날엔 자신감에 넘쳐 한껏 들떳다가도 바로 다름 날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에 인생 끝난 사람처럼 비통해하는 나를 지겹게 지켜보고 있는 나는 이제 이 바보같은 마음 좀 멈출 때도 되지 않았나 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지금까지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내가 아닌 날이 하루 한 순간도 없는데 나는 내가 변할까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될까 아직도 그런 것들에 크게 마음 쓰느라 고생한다. 달이 그렇듯 내가 작아보일 때나 커 보일 때나 나는 언제나 동일한 나라는걸 잊지 말자. 롤러코스터 좀 그만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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