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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로 WARO Apr 25. 2018

특별할거 없이 그냥 - 제주 한담공원

한담공원을 걸어보고 싶었다.

이 글은 Waro의 에디터 '309'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담공원을 걸어보고 싶었다.


애월의 한담공원, 한담 산책로

제주 한달살기를 시작한지 2주가 지났다. 여느날과 다름 없는 아침, 하루 종일 비가 올것 같던 어제와는 다르게 햇살이 알려준다. 오늘은 여느때보다 뜨거운 날일거라고. 그간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면서 베이고 긁힌 상처의 시간들이여기서 치유 되고자 하는 바람에 제주 한달살기를 결심 했었다.

오늘은 생일이다. 어제 마트에서 사온 미역을 한움큼 쥐어 물에 불려 놓고 즉석밥을 꺼내놓았다. 전날 택배로 온 아람이의 '혼자하는 생파 패키지'를 받았는데 그곳에 인스턴트 미역국이 담겨있기는 했다.

요리를 잘하는것도 좋아하는것도 아니지만 기분이 그렇게 시키는 날이 있다. 스스로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미역국이 그렇게 어려운 요리도 아니었기에, 이런 생각들이 오늘 구름처럼 떠다닐때 즈음 불려놓은 미역들을 바라보았다. 미역이 이렇게 적은 양으로도 크게 불어오를 수 있다는걸 잊었다.

레몬하우스 모든 식구들을 불러서 같이 먹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양으로 변한 미역을 보며 작년의 생일상을 떠올려 보았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미역을 적당히 잘라내어 국을 끓이고 평소에 좋아하던 영화를 다시 꺼내어 보며 아침을 즐겨본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어디론가 나가 볼 계획을 짜본다. 옆에 있는 카메라가 애처로워 보인다.

지내던 숙소 레몬하우스의 꽃이 이뻤다.


잠시 미루었던 계획이 있었는데 카메라로 제주를 담아보자던 기억을 다시금 꺼내어 나서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한림 한담공원 레몬하우스에서 가깝기도 하고 최근 효리네 민박에서 보았던 산책로가 떠올랐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얼굴에는 선크림을 치덕치덕 바르고 버스길에 올랐다. 15분 남짓 한담공원에 도착해서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며 입구에 다다랐다.


720번 버스
애월 한담공원 입구


버스에서 내린지 수분만에 목과 등에서는 비명을 지른다. 역시나 뜨거운 날씨, 카메라를 얼른 집어들고 눈앞에 풍경을 담아보기로 했다. 많은 여행객으로 붐빌 거 같던 입구는 다행인지 카페나 식당으로 더위를 식히러 간 것 같다.

제주는 한걸음만 벗어나도 새로운 풍경으로 곧 잘 바뀌곤 한다. 

이 곳 한담공원도 그런 기대감이 든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듯한 입구를 가로막은 가게들을 헤치고 아래로 내려가면 알알이 비치는 눈부신 바다와 짙은 녹색잎들이 나타난다.



막상 내려와 보니 사람들이 표정이 보인다. 제주의 뜨거운 여름처럼 그들의 미소는 강하고 화려하다. 50.4f 렌즈의 한계가 느껴진다. 더 넓고 커다란 마음을 담아보려고 뷰파인더를 쳐다 보았지만 부족하다. 아쉽지만 기회는 많을거라 발걸음을 옮긴다.


제주 여름바다의 요란한 바람소리, 걸음 걸음 산책길에 밟히는 모래알 소리, 여름의 소리를 눈으로 귀로 담으며 걸어갈때 즈음, 언덕위로 한 소녀가 보인다. 요란한 바람은 옷을 간지럽히고 높은 구름은 리듬을 타며 하늘하늘 춤을 추는 모습처럼 보인다. 선물이었다. 제주가 나에게 주는 선물. 생각할 틈도 없이 셔터를 눌렀다. 햇살이 미리보이는 액정화면을 가리며 기대감을 실어준다.



양식장이라는 팻말도 보이고, 돌언덕위에 자리를 깔고 일광욕을 즐기는 커플, 모든것이 자유롭게 제멋대로 여유롭다. 돌과 바람이 길동무를 해주며 걷다보니, 저편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드를 머리에 이고서 내려온다. 꽤나 거리가 있는 곳에서 내려 왔는지 햇살 때문인지 눈살을 찌푸린 얼굴도 카메라에 담아본다.



나는 무작정 걸었던것이 맘에 걸렸나 보다. 이 길이 어떤식으로 끝날지 궁금해졌다. 끝이 나 돌아가야만 할지도 아니면 차도 옆 인도로 안내해 줄지 모르지만, 일단은 알아보고 싶었다. 레몬하우스 사람들에게 참 좋은 산책길이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한걸음만 가도 바뀌는 제주의 풍경이지 않은가.

산책길 뒤로 곽지해변의 모습이 보인다. 곽지해변? 예상치 못한 장소에 잠시 멍하니 해변을 수놓은 사람들을 바라본다. 가깝다고 생각치 못한 탓이라 찬찬히 머물러 구경을 한다. 그리고 소란스러운 사람들의 물놀이 소리에 다시 움직인다. 오늘의 곽지해변은 특별했다. 저멀리서도 보이는 워터슬라이드 때문이다. 너무 거대한 탓인지 약간은 곽지해변의 풍경을 해치는 느낌도 들었지만, 뭐 이런들 저런들 어떠한가.



바다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없이 즐겁고 평화롭다. 여름의 바다는 7-8년 만이었다. 한달살기 시작 며칠 후 협재 바다를 들어가 보았는데, 이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공간일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그야말로 대자연의 품으로 들어갔다 온것이다.



등이 따갑다. 이제 열을 식히러 가야겠다. 곧잘 가던 '카페 그레이'를 들러서 맥주한잔을 들이킨다. 추임새가 절로난다. 행복은 이렇게 가깝다. 맥주와 함께 오늘 내가 걸어온 길을 카메라로 되짚어 본다.

다음엔 서핑을 한 번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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