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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로 WARO Apr 26. 2018

애월읍 고내리 만지식당

삿포로에서 면을 직접 공수한다는 그곳

이 글은 Waro의 에디터 '지윤'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지식당은 애월에 위치한 일본 식당이다. 

효리네 민박으로 애월이 이미 '핫'한 동네가 되었음에도, 아직 고즈넉함을 지키고 있는 거리들이 있다. 만지식당 역시 그런 조용한 길가에 자리했다.

이 곳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애월읍 고내리 거주민인 '고라니'님 제보 덕분이었다. 그는 만지식당의 우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라고. 흔히 '인생 음식'이라고 말하는 뜻일까 생각했지만, 그저 아주 맛있는 음식이라서가 아닌 그만의 이유가 있었다. 올해 여름이 오기도 전, 아직 제주에 쌀쌀한 바람이 불던 3월쯤 고라니는 만지식당을 찾았다. 그때 마침 지독한 감기몸살을 며칠째 앓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믿을지 모르겠지만, 만지식당의 따뜻한 우동 한 그릇에 감기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고 한다. 물론 이곳만의 특별한 우동면에 대한 찬사도 빠지지 않았지만, 고라니에게 만지식당의 그 '왕새우튀김우동'은 감기약보다 더 위대하고 또 고마운 음식이었다.



기대를 가득 품고 방문한 만지식당은 생각보다 붐비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줄은 서지 않았지만, 식당 내에는 손님이 '가득' 찼었다. 그만큼 공간이 아담한 탓도 있었지만. 총 8명의 손님이 있었고, 다행히도 한 구석에 남겨진 테이블이 있었다. 메뉴는 왕새우튀김우동, 돈카츠 정식, 바비큐 야키소바, 그리고 고로케 4가지로 단출한 편이었다. 초록 칠판에 하양, 노랑, 빨강 분필로만 표현해낸 음식들이 참 정성스럽다. 

고민할 것도 없이 왕새우튀김우동을 주문했다.

앞의 손님들 때문에 정신이 없으신지 우동이 나오는 데엔 시간이 좀 걸렸다. 평범하지 않은 인상의 사장님이 선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제주도에선 의외로 흔한 인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동을 기다리는 동안 공간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사장님께 들었지만 직접 고른 자재들로 목공 작업을 하며 만들어낸 공간이라고 한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이 공간에는 정성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정성이 공간뿐만 아니라 음식에도 일맥상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매년 제사상에 올라가는 새우튀김을 먹으며 난 항상 튀김옷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개인적 취향이지만 일본 튀김만의 얇고, 부드럽게 크리스피한 그 식감이 좋았다. 그런 점에서 만지식당의 왕새우 두 마리는 '내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우동면. 사장님은 창업 당시 '이 우동면이 아니면 우동을 만들어도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셨단다. 그 면은 일본 삿포로 지역에서 만들어지며, 굳이 그 면을 고집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집의 이유는 먹어보면 알게 된다.




식사가 끝나고 또 8명의 손님이 빠져나간 뒤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친구가 먹으라고 가져다줬다는 제주 감귤 한 박스를 가져와 나에게 건넸다. 알고 보니 그는 내가 홍대에서 매일 지나가던 길가에 '일본어 학원'을 운영했다더라. 신기하단 생각을 함과 동시에 역시 세상은 좁고,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 내게 그는 근처에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다면 소개해주었다. 손님에게 좋은 정보를 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이제 막 제주에 정착하여 같은 동네에서 살아가는 '동료'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내겐 느껴졌다. 그 카페 사장님도 아마 손님들에게 '맛있는 우동집이 있다'며 추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카페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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