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by 와룡선생

수능 시험이 끝난 이후 약 2주 동안 집중적으로 면접 준비를 했다.

3년 동안의 학교 생활이 기록된 생기부를 바탕으로 교수님들이 질문을 하는 전형이다.


면접을 봤다는 선배들의 카더라 통신도 말이 다 다르다.

내신 성적과 생기부의 내용 그리고 그에 대한 면접 검증

주관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깜깜이 전형이다.


이럴 땐 어떤 방향으로 준비를 해야 할까?

참으로 답답했지만 우리만의 방향을 정했다.



면접 준비의 첫 번째 방향

“자신감을 높여라”


짧은 시간 동안 창의력과 성실성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려면

일단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면접 준비의 두 번째 방향

“전공지식을 발라라”


지망 학과 교수님들이 면접관으로 들어오시기 때문에 전문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공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어느 정도는 바르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공 과목 교수님들이 보시기엔 유치한 수준일지라도

해당 학과에 대한 열의를 보여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생기부를 준비했듯이,

수능시험이 끝나고 3년 동안의 생기부를 복기하면서 면접 준비를 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춥지 않은 11월이었지만,

면접 날은 유난히 추웠다.

그리고 그 대학은 산 밑에 있어서 더욱 추웠다.


수능 날과 마찬가지로 새벽부터 특별 수송 작전이 시작되었다.

여유 있게 도착해서 차 안에서 잠시 대기하면서,

적중률을 알 수 없는 자체 제작 자료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시간이 되어 개똥이는 면접장으로 들어가고,

우리 부부는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개똥이의 목소리는 밝았다.

질문에 대답은 다 했고, 예상했던 질문도 한두개 나온 모양이었다.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어 군데 포인트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그냥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인데 아쉬워한들 무엇하랴.


면접을 마치고 최종 합격자 발표까지 또 2주가 남았다.

아이는 시험이 끝났다는 홀가분함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놀러 다녔지만,

부모의 마음은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만약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아이를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하나?

10여년 동안 쏟아부은 노력에 대한 실망감과 허무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생각만 해도 막막했다.




발표를 기다리는 2주의 시간은 정말 길게 느껴졌다.

그렇게 느리게 가던 시간도 마침내 흘러가고,

수시 합격자발표 D-1일이 되었다.


D-1이지만 사람들이 모두 사실상 합격자 발표일로 인식하고 있었다.

대학 측에서 전산 마비를 방지하려고 기습적으로 조기발표하는 것이 관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조기발표 예측 시각인 17시에 맞춰서 귀가해서

나는 PC로, 아내는 휴대폰으로 입학처 사이트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몰려서 접속이 느렸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PC에서는 접속이 되지 않고 있는데,

폰으로 검색하던 아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앙~~ 축하한대! 합격이래!


둘이 얼싸안고 한참동안 기쁨을 나눴다.

나도 살짝 울컥했지만 울지 않도록 훈련된 한국 남자이기에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잠시 후에 친구와 놀다 들어온 주인공 개똥이가 귀가했다.

우리 셋은 서로 등을 두드려주며 수고했다고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입시 준비 과정에서 방향성에 대한 의견 충돌도 있었고, 서로에게 짜증을 낸 적도 많았지만

결과가 좋으니 그 모든 과정이 필요했던 과정처럼 느껴졌고, 마음속 앙금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하지만, 기쁨은 직계 가족들끼리만 조용히 나눌 수 있었다.

우리는 수시에 최초합으로 입시가 끝났지만,


수시 1차 추가합격, 수시 2차 추가합격,

정시 응시, 정시 최초합, 정시 추가합격 등등등

그것도 마땅치 않으면 재수...


아직도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까지 미생(未生)인 개똥이 친구들이 모두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기를...


그리고 우리 개똥이가 교만하지 않기를...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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