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 예찬

by 와룡선생

아내는 아이를 어렵게 낳았다.

의학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면 산모나 아이 중 하나는 죽었을 수도 있다.


가족분만실에서 출산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입장에서,

그 고통을 대신해 줄 수도 없는데, 차마 더 낳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내는 아이를 키우면서 허리디스크가 심해져서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하나만 잘 키우는 걸로 완전히 합의했다.


어린이집 하원 이후 아이를 봐주시던 장모님도 건강상의 이유로 도와주지 못하게 되고 나서,

한동안 우리 부부는 등하원을 나누어 담당하며 버텼다.


남자가 육아 휴직을 하면 여성잡지에서 인터뷰를 제안하는 시절이었고,

여자 육아휴직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정도 되어야 1년 이내로 가능한 분위기였다.

육아를 위한 근무시간 단축 같은 건 보편화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어린이집 등원은 주로 내가 담당했는데,

아침에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아이 머리를 묶어서 어린이집에 보내면,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예쁘게 머리를 묶어 주셨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매일 어린이집 버스를 아빠가 태워 보내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한동안 엄마 없는 아이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원은 주로 아내가 담당했다.

어린이집은 종일반이었지만 오후 4시부터 아이들이 하나, 둘씩 하원을 했다.

6시 칼퇴근을 해서 뛰어가도 남은 아이들은 우리 아이 포함 한 두 명뿐이라고 했다.

어쩌다 회사에서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데리러 가면

혼자 남은 아이의 원망 어린 얼굴과,

짜증을 애써 숨기시는 당직 선생님의 얼굴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고 했다.


결국, 아이가 6살(한국나이) 때 아내는 퇴사를 하고 전업주부를 택했다.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외벌이+외동아이 체제를 확정하고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출산장려 광고가 나와서 우리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하나는 부족합니다.jpg 한국생산성본부 주최 2014년 출산장려 캠페인 수상작


하나는 부족합니다.
외동아에게는 형제가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나 인간적 발달이 느리고
가정에서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이루어 보았으므로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외동아이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다.

이 광고는 온라인상에 뿌려졌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새로운 가치관이 생기고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하고, 더 사랑하는 존재가 이 세상에 생긴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과는 차원이 다른 더 깊은 사랑을 알게 되었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생긴 행복감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다둥이 부모님들 존경해 마지않는다.

아이가 둘이면 힘든 게 두 배가 아니라 제곱으로 늘어난다고 하는데,

행복감도 제곱이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암튼, 우리는 건강상의 이유로 하나만 낳았지만,

그 한 아이를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었다.


군복무를 할 때 사격훈련장에 가면

“백발백중”이라는 표어도 붙어 있지만,

“일발필중”이라는 표어도 있었는데,

그때에도 참 멋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一發必中

남은 총알은 단 한발.

한 발을 쏘아서 반드시 명중시켜야 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생명체.

반드시 잘 되어야 한다.

행복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했다.



외동을 저주했던 예전 출장장려 광고에 대항해서 내 주장을 담아보았다.


외동아는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서 예쁘게 성장합니다.

외동아는 부모의 관심을 온전히 받아서 재능발굴의 기회가 풍부합니다.

외동아는 부모의 칭찬을 온전히 받아서 자신감 있고 당당합니다.


전국에 계신 다둥이 부모님들께 존경을 보내고,

전국에 계신 외동아 부모님들께 응원과 축복을 보낸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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