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두웠던 도시

역마살 이야기 35 Madagascar, Antananribo

by 역맛살

너도 언젠가 저 별처럼 빛나기를


달짝지근한 고깃기름 냄새가 뿌연 회색빛 숯불 연기를 타고 콧구멍으로 슬금슬금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맛있는 향기의 근원지로 향하자 철판 위에 누워 태닝을 하고 있는 수많은 고깃덩어리들이 알맞은 익은 구리빛깔 피부를 드러내 보이며 나의 침샘과 위장을 유혹했다. 매혹적인 그 자태를 곁눈질로 힐끔힐끔 쳐다보다 나는 더 이상 식욕을 참아 내지 못하고 마치 홀린 듯 식당으로 들어가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나 주문하는 법은 모르니 아저씨가 굽고 있는 고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개수를 가리키는 손가락을 크게 펼쳐 보이며 간단하게 주문을 마쳤다. 곧이어 갓 구운 바비큐 모둠이 식탁 위로 안전하게 배달되고,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입 안에 넣자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으며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기름으로 얼룩진 입안에 청량감을 주기 위해 THB현지 맥주를 주문하고, 식도로 아직 넘어가지 못하고 남아있는 약간의 기름을 맥주 한 잔으로 말끔히 털어 넣었다.

그동안 식중독으로 꾹꾹 견뎌왔던 먹성을 이곳에서 유감없이 발휘하며 음식을 갈구했던 내 뱃속을 부족함 없이 채웠다. 그리고 어쩌다 옆에서 거하게 술판을 벌이는 아저씨들과 함께 마시니 홀로 지새운 밤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하늘은 거뭇거뭇해지기 시작했지고, 나는 이미 같은 거리를 여러 번 걸어봤다는 자만심에 좀 더 여유를 부리며 맥주와 꼬치를 더 주문하기로 했다.



식중독으로 고생한 뒤 점차 몸이 호전되자 오랜만에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식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다 숯불향이 피어오르는 어느 고깃집에 발길음 멈추었다. 그곳에서는 먹음직스러운 고깃덩어리들이 알맞게 익은 구리빛깔 피부를 드러내 보이며 나의 침샘과 위장을 유혹했다. 그리고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곳에 들어가 식중독으로 꾹꾹 견뎌왔던 식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한동안 느껴보지 못한 포만감을 충분히 느꼈다. 그렇게 맥주와 함께 바비큐를 먹는 사이 어느덧 하늘은 거뭇거뭇해지기 시작했고, 계산을 하고 나갈 채비를 하자 저녁의 어둠은 순식간에 마다가스카르의 하늘을 덮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길거리의 어둠은 너무나도 짙었다. 심지어 가로등조차 없어 도로 위의 자동차 전조등에서 내뿜는 빛에 의지해서 길을 걸어야 했다. 핸드폰을 꺼내어 지도를 켠 다음 천천히 걸었지만 이 깜깜한 거리에서 어떤 어둠의 손길이 나의 핸드폰을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머니에 핸드폰을 깊이 넣었다. 다만 드문드문 지도를 꺼내 보며 내가 잘 가고 있는지만 확인했다. 그렇게 걷다가 이번에는 귀에 들려오는 소리와 실루엣만으로 길을 찾아야 했을 정도로 칠흑 같은 길을 마주했다. 그나마 의지했던 자동차의 전조등도 골목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맞는 길로 온 게 확실했다. 하지만 과연 이길로 가야 하나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을 즈음, 다행히 몇몇 현지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그 길을 걷는 것을 보았고 나도 그들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두워서 정확히 볼 수 없었지만 어느 한 가족이 박스 같은 것을 바닥에 깔며 잠자리를 만드는 것 같았고, 아이들은 잠자리를 준비하는 어머니 옆에서 까르르하며 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어두운 거리에는 한 가족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전원주택에 모여 사는 사람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잠 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미 자리를 잡고 자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였다. 아마 밝은 낮이었다면 아주 평범한 거리였을 텐데 빛이 저문 저녁이 되니 차가운 땅바닥이 누군가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는 듯했다.

다행히 주위로부터의 모든 경계를 곤두세우며 어둑한 길을 통과하고 나니 숙소 근처에 위치한 번화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여전히 가로등은 없었지만 상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보며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모든 이들의 순수한 낙원일 것만 같았던 마다가스카르에 어둠이 찾아오고 나서 보이는 것들은 내 이전 생각들을 뒤엎어버리는 반전의 모습이었다. 결국 이 하늘 아래 완벽한 천국은 없었고, 완전해 보이는 평화 안에 본래의 슬픔이 잠시 가려져 있었던 것이었다. 여행으로 잠시의 머물다 떠나는 이방인의 시간과 삶을 살아내는 자들의 시간, 그 둘의 온도차는 너도 나도 달랐다. 그리고 그때부터 평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수많은 빈민들이 가득했고 특히 구걸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연민 어린 눈으로 나를 보며 먼지 묻은 손을 내미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하나같이 맨발이었고 간혹 몇몇은 당장 뜯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허름한 쪼리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찢어지고 때가 잔뜩 묻어버린 옷가지들은 단지 몸에 두르기 위한 것 같았다.



어느 날은 벤치에 앉아 있는 중에 조그마한 꼬마 아이가 내게 앞으로 다가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 노래에 대한 보상은 아리아리(마다가스카르 화폐)라는 것을.

나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가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아이와 잠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 “너는 이름이 뭐니?”

- “내 이름은 보스야.”


-"정말 멋진 노래를 불러줘서 고마워. 혹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

- "응 뭔데?"


- “너는 왜 이 시간에 학교에 가지 않니?”

- “학교에 가고 싶기는 한데 학교에 가면 나는 돈을 벌 수 없어. 그렇게 되면 나는 밥을 먹을 수 없게 돼."


- “아. 그럼 나중에 커서 되고 싶은 거라도 있니?”

-“응, 물론이지. 나는 커서 가수가 되고 싶어."


-"정말 멋진 꿈을 가졌구나."

-"맞아, 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그다음 노래 연습을 아주 많이 할 거야."


-"왜? 지금부터 열심히 노래연습을 하면 되지 않을까?"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일단 나한테는 돈이 더 중요한 문제거든”


가수가 꿈인 보스는 매일매일 다가올 끼니와 싸워야 했다. 그리고 가수라는 꿈보다 내일의 한 끼가 더 중요했다. 나는 보스에게 주머니 속의 아리아리를 건넸다. 내가 건넨 아리아리로 보스의 가난이 끊기길 바라지만, 결국 배고픔은 어김없이 때가 되면 돌아올 것이고 그때마다 보스는 다시 쩌렁하게 노래를 부르며 구걸을 할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가지고 조금씩 그 꿈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꿈을 향해 달려갈 때, 다른 어떤 이에게는 꿈을 꾸는 것도 어쩌면 사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꿈이란 단어는 가끔 너무나도 가혹하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회는 결코 모든 이에게 공평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보스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악수를 하고 나서 헤어졌다.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여행자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나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벤치를 떠나지 못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떠나는 뒷모습이 참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훗날 너의 두 손에

아리아리가 아닌 꿈이 담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의 꿈이 이뤄지는 날에

가난도 저 멀리 함께 사라졌으면 좋겠다.

너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날을 위해

꼭 기도할게.


사전에 꿈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가난하지만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꿈이란 헛된 기대나 생각이 아니라,

꼭 이루게 될 희망과 이상이었으면







낭만 없는 여행 에세이 담고 있습니다.


글/ 사진_ Instagram@jongmin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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