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Or Everything

역마살 이야기 40 Israel, Jerusalem

by 역맛살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 프란체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 중에서


종교, 철학, 인권, 전쟁 모든 것이 총망라된 복잡한 도시 예루살렘, 이곳 예루살렘은 3대 종교의 성지이다. 유대교에게는 이집트를 탈출해 하나님 국가를 건설했던 곳이고,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곳이고,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가 승천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각각의 종교적 의미를 가진 성스러운 도시는 동시에 서로 다름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에는 예로부터 중동의 화약고라 불릴 만큼 치열한 전쟁이 유독 많았다. 다행히도 현재 예루살렘의 올드타운(서안지구)에는 19세기 이전까지 벌어졌던 뺏고 뺏기는 집단투쟁을 멈추고 종교에 따라 구역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게 올드타운에는 유대인 구역, 기독교 구역, 이슬람 구역, 아르메니아 정교회 구역으로 나뉘었고 나는 그곳에 들어가 여러 종교를 한번 체험해 보기로 했다.


종교 탐험


[유대교]

북적거리는 유대인 구역의 올드타운을 지나 통곡의 벽으로 먼저 향했다. 통곡의 벽 앞에는 모든 남성들이 머리 위에 키파(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가리기 위해 유대인들이 쓰는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키파를 착용한 수많은 사람들은 통곡의 벽에 손과 머리를 대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거나 성경을 읽었다.

조금 신기했던 것은 굉장히 경건하고 무거운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많은 관광객들은 유대인들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도할 때 누군가 몰래 뒤에서 사진을 찍으면 불쾌할 것 같기도 한데 여기 유대인들은 일상이 되었는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나 또한 최대한 방해하지 않게 사진을 몇 장 찍고 통곡의 벽의 바로 옆을 작은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사실 잠시 더위를 피해 들어간 곳이었는데 빵빵하게 틀어주는 에어컨에 꽤 오랜 시간 그곳에 눌러앉아 유대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작은 도서관 안에는 검정 정장과 검은 모자, 구레나룻을 길게 기른 유대인들이 빼곡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성경을 읽고 있었다. 다만 누군가는 편히 앉아 읽고 있고 누군가는 서서 몸을 앞뒤로 흔들며 읽고 있었다. 옆에 앉은 유대인 아저씨에게 왜 몸을 자꾸 흔드는 거냐고 물어보니 아저씨는 그래야 집중이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아저씨의 말에 나도 똑같이 몸을 앞뒤로 흔들며 따라 해 봤지만 괜히 누군가의 시선만 신경 쓰여서 오히려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아마 그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를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보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에 익숙해져 버린 나는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 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슬람]

도서관 밖으로 나와 다시 통곡의 벽 근처를 조금 맴돌다 보니 우연히 길게 늘어선 줄을 발견했는데 확인해 보니 이슬람교의 성지인 황금돔사원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이 있었다. 그곳은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입장을 하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잠시 후 입장을 위한 관문이 열렸고 금으로 덧칠한 황금돔사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곳은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장소이자, 최후의 심판날이 왔을 때 하나님의 예언자들이 심판을 진행하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종교적 의미와는 별개로 마치 소풍처럼 평화롭게 여유를 즐기고 있는 이슬람가족들이 다수 보였다. 그리고 올드타운 모든 곳이 그랬듯 곳곳에 배치된 군인과 경찰들이 보였지만 크게 삼엄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만 입장시간과 퇴장시간에만 맞춰서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안타깝게도 이슬람교도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에게는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으로 제한됐다. 그렇게 퇴장 시간이 다가오자 군인과 경찰은 관광객들에게 나가라고 신호를 하기 시작했고, 짧았던 1시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났다.


[개신교]

이슬람 사원에서 나온 뒤 마침 퇴근을 한 이스라엘친구와 함께 성묘교회를 가기로 했다. 성묘교회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 무덤 위에 세워진 교회였다. 이곳은 예수님이 죽음과 부활이 이뤄진 곳이기 때문에 개신교인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입장하여 천천히 둘러보던 중 예수님이 돌아가셨다는 무덤을 발견했다. 잠시 순서를 기다리다 비좁은 무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수많은 촛불들이 무덤의 어둠을 밝히고 있었고,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경건히 예수님의 무덤에 입을 맞추며 기도를 드렸다. 저렇게 한 없이 낮아질 수 있는 인간의 자세에서 그들이 전심으로 경외하는 예수가 저들에게 어떤 존재일지 조금은 느낄 수가 있었다.


이렇게 각 종교의 성지를 각각 돌며 느꼈던 것은 이곳의 분위기가 생각했던 것만큼 위험하거나 삼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잠깐 존재하고 떠나버리는 여행자의 눈으로 정확히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많은 종교와 인종이 한 데 섞여 있어서 잦은 다툼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사람들은 분란 없이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의 생각이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부정했다. 내가 이스라엘친구에게 팔레스타인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을 때 그가 말하길 그곳은 팔레스타인이 아닌 이스라엘이라며 나를 다그쳤다.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라엘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곳은 오직 팔레스타인의 땅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 진영 간의 테러와 보복이 이어졌고 그로 인해 봉쇄와 시위가 계속되어 긴장의 상태는 끊이지 않았다.

성경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지역에 선과 악의 세력이 싸우는 최후의 전쟁터로 '아마겟돈'이라고 불렀다. 물론 지금이야 시간이 지나며 선과 악의 대립구도는 사라졌지만 흑백 논리의 신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곳은 아직까지도 '아마겟돈'이었다.

3대 종교의 성지이자 평화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곳, 예루살렘

역설적이게도 종교가 있음으로 해서 평화가 없는 곳, 예루살렘

과연 예루살렘이란 무엇일까.


십자군 전쟁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의 마지막 장면은 이렇다.

잘못된 전쟁으로 인해 예루살렘 성 안에는 소수의 십자군 병력만 남게 되었고 20만의 이슬람 대군을 이끈 살라딘은 예루살렘의 성을 공격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리앙이 이끄는 소규모의 십자군 병력은 죽기 살기로 싸우며 성을 지켰고, 쉽게 함락될 것만 같았던 전투는 점점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살라딘은 발리앙에게 협상을 제의했고, 살라딘은 예루살렘 백성들을 살려주는 대신 예루살렘 성을 포기하고 항복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발리앙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협상이 모두 끝난 후 발리앙이 살라딘에게 물었다.


“예루살렘은 무엇입니까.”

발리앙의 질문에 살라딘은 말했다.

- “Nothing”

그리고 잠시 후 살라딘은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말했다.

- “Everything”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라는 예루살렘, 사람들에게 예루살렘의 의미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그토록 치열하게 싸워야만 했던 종교의 의미는 무엇이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을 요구했던 것일까.


종교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 또는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것. 즉 종교라는 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고, 인간이 종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종교는 믿음을 통해 삶의 근본적인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는 것이지, 배척하고 파괴하는 것은 결코 종교가 아닐 것이다. 내가 아는 한 결코 종교는 파멸을 가르치지 않는다. 파멸과 자멸을 이끄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사람들은 인간의 말을 신의 말씀으로 받아들여 맹목적으로 그것들을 따랐다. 그렇게 사람들이 종교의 노예가 된 이상, '신의 뜻'으로 자행되는 행위들은 선과 악을 떠나서 모두 신앙으로 둔갑되었다. 그것이 인간의 욕망이 덧입혀진 것 일지라도 말이다. 결국 지금까지도 종교 간의 테러와 무차별 공습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평화를 파괴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이다. 그렇다면 평화를 회복시키는 일 또한 우리 인간의 몫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잠시동안 생각에 빠진 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로막는 장벽 앞에서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훗날 종교가 개인의 위안을 넘어서 세계의 위안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꼭 그날이 속히 오기를 신께 간절히 기도했다.




누군가는 벽을 올렸고

누군가는 벽에 그렸다

모두가 평화를 위하여



-베들레헴 분리장벽 앞에서


'Imagine' by John Lennon


Imagine there's no Heaven
천국이 없는 곳을 상상해 봐요
It's easy if you try
시도해 보면 정말 쉬운 일이란 걸 알 수 있어요
No hell below us
우리 아래에는 지옥이 없고
Above us only sky
우리 위에는 하늘만 존재하는 곳을요

Imagine all the people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Living for today
살아가는 곳을 상상해 봐요



Imagine there's no countries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곳을 상상해 봐요
It isn't hard to do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Nothing to kill or die for
살인도 죽음도 없고
No religion too
종교도 없는 곳을요

Imagine all the people
모든 사람들이 평화 속에서
Living life in peace
살아가는 것을 상상해 봐요



You may say that I'm a dreamer
당신은 제가 몽상가라 말하겠죠
But I'm not the only one
하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그리고 세계는 하나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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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없는 여행 에세이 담고 있습니다.


글/ 사진_ Instagram@jongmin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