늠름한 임산부가 되기 위하여
"드디어 마음을 정했어요.
나는 이 곳에서 태어나고 싶어요."
가슴 따뜻해지는 책을 만나
감사하고 사랑스러운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
입덧이 절정에 달하던 어느 날,
엄마 음식이 먹고 싶어
엉엉 소리 내어 울었더랬다.
**
덜덜 떨며 병원에서 대기하다
아가의 안녕을 확인받고 나와서야
확 풀어진 마음으로 뭘 먹으러 갈지 고민하고,
조잘조잘 웃고 떠들며 함께 걷는 그 시간이 정말로 행복하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초음파 데이트.
***
내 꿈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게 하는 엔진, 빛.
꼭 그랬으면 좋겠다.
****
불안함과 외로움,
수없이 많은 감정과 생각들로
잠 못 이루는 시간들을 흘려보내며 너를 기다린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여기에서, 우리에게서 태어나고 싶어서 와준 것이기를,
건강하게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뱃속에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껴주기를.
그래서 사랑이 많고 그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아이가 되기를.
세상의 많고 많은 기쁨 중
부모가 되는 기쁨을 알게 되었던 날을 기억한다.
나 자신이 지금까지의 인생 중
최고로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았고
그와 동시에 혹시나, 행여나..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때엔 육아시간이라는 것이 없었고,
풀타임으로 일하고 들어와
집에 와서는 그대로 뻗었다가
밤늦게 다시 깨서 잠들기도 여러 번이었다.
주말부부였던 남편은
하필 그때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는 지역에 근무 중이어서
이런 내 마음을 시시콜콜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젠 괜찮을 거라며
타 병원으로 옮기기 전에 그림책을 선물해주신
나와 이름이 같았던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의 다정함,
카레 냄새는 물론이고
카레를 떠올리기만 해도 구역질이 났던 나 때문에
강제로 카레를 끊고..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찾아
기꺼이 함께 해 준 직장동료들의 배려,
이런 따스함들이 차곡차곡 쌓여
무사히 임신의 과정을 버틸 수 있었다.
이제 와 돌이켜봐도
씩씩하고 늠름한 임산부가 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