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김민하, 2024)

by NYX

(스포일러 있음)


누군가 한국 독립영화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이 영화를 보게 하라.


한국 독립영화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통념이 있다. 우중충하고, 자기연민과 피해의식 가득하고, 사회에 불만 가득하고 등등. 특히 독립영화 중에서도 장르영화는 거의 멸종 수준이다. 한 국가의 영화산업의 미래는 장르 영화의 씨앗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런 점에서 오랜만에 터진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개교기념일>(이하 <개교기념일>)은 매우 반가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애초에 B급을 표방한 만큼 일반 영화와는 문법이 다르다. 의도적으로 과잉 연기를 시키기도 하고, 싸구려 CG를 칠하기도 하고, 실소밖에 안 나오는 설정을 캐릭터에 씌우기도 한다. 단적으로, '한본어를 구사하는 일본 무속 동아리 고등학생'(장면 1) 캐릭터를 상업영화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저염소금이라 퇴마가 안 되고, 성모 마리아와 부처의 가호를 한 몸에 받는가 하면, 귀신이 올가미를 달다가 예비 희생자에게 들키는 이런 장면을 대체 어디서 볼 수 있겠느냔 말이다. 점프스케어의 클리셰를 이용해 귀신을 잡는 장면이나 '신파는 안 되지' 같은 대사에서는 영화 좀 봤다는 관객들이라면 피식 웃음을 참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조금만 마음을 연다면 이런 황당무계함을 등에 업고도 오히려 뻔뻔하게 질주하는 매력을 마주할 수 있다.


장면 1


간혹 분위기가 무거워질 여지가 생기기도 한다. 수능 만점을 위한 술래잡기를 한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말할 수도 있었고, 학교폭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기회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개교기념일>은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주제들을 일부 건드리면서도 절대 무겁게 가라앉을 여지를 주지 않는다.


제작비 10억원 미만, 제작회차 16회의 영화가(출처) 현실적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급 그래픽을 구사할 수는 없다. 수십번 리테이크를 해서 배우의 연기력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낼 수도 없다. 결국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개교기념일>은 일부 단점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이 의도했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결과물이 제법 괜찮았다는 점에서 독립영화의 미래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이런 영화가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는 없고 근본적으로 니치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도 용인될 정도로 제작비가 적기에 독립 영화인 것이다.


누군가 한국독립영화의 미래를 걸어 보라고 한다면, 난 여기에 걸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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