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은 아껴두면 녹이 슬고, 고맙다는 말은 쟁여두면 짐이 된다.
자네가 보내온 글을 읽다 보니, 돋보기너머로 글자가 자꾸 번져서 몇 번이나 안경을 닦았네. '3일의 휴가'라... 자네의 문장들 사이사이에 배어 있는 그 먹먹한 그리움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한참이나 일렁였지.
자네가 적어준 "엄마가 내놓은 꽃 같은 인생을 내가 대신 살고 있다"는 대목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네. 나이가 들고 보니 알겠더군. 부모라는 존재는 제 몸이 타들어 가는지도 모르고 자식의 앞날을 따뜻하게 지피는 숭고한 미련 덩어리라는 것을 말이네.
자네는 그 엇갈림 속에서 후회와 그리움을 발견했지? 하지만 나는 자네의 글에서 '이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부모의 맨얼굴'을 읽었네. 엄마라는 껍데기 속에 감춰져 있던, 한때는 누구보다 빛났을 '복자'라는 여인의 시간을 자네가 정성껏 어루만져 준 것 같아 내 마음이 참으로 뭉클하네.
지상에서의 3일, 그 짧은 시간 동안 엄마가 딸에게 건네고 싶었던 건 거창한 유언이 아니었을 게야. 그저 내 새끼 입에 따뜻한 밥 한 술 들어가는 것, 그 배부른 모습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마음뿐이었겠지. 자네가 짚어준 것처럼, 이 영화는 떠난 이가 남겨진 이의 등을 조용히 토닥여주는 아주 상냥한 마침표 같네. "미안해하지 마라, 나는 네가 먹는 밥 한 그릇에, 네가 웃는 그 기억 속에 여전히 살고 있단다" 하고 속삭이는 것 같지 않은가?
자네의 글 덕분에 나도 멀리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안부 전화라도 한 통 넣어야겠네. 영화 속 진주처럼 너무 늦게 깨달아 목이 메기 전에, 그저 "오늘 밥은 잘 챙겨 먹었니"라는 말로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는 것만큼 소중한 게 또 어디 있겠는가.
사랑한다는 말은 아껴두면 녹이 슬고, 고맙다는 말은 쟁여두면 짐이 된다네. 오늘 자네가 이 글을 쓰며 느낀 그 뜨거움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당장 그분들의 손을 한 번 꽉 잡아드리는 데 쓰게나. 자네의 다정한 글 덕분에 내 마음의 식탁도 아주 풍성해졌네. 부디 자네의 하루도 엄마의 밥상처럼 늘 따뜻하고 든든하길 바라네.
질문하나 던지고 글을 마치려 하네. 진주가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하며 위로를 얻었듯이, 자네에게도 누군가의 체온이 느껴지는 '영혼의 음식'이 있는지 궁금하네. 있다면 그건 어떤 맛인가?
자네의 찬란한 오늘에 기꺼이 '응답'하고 싶은 어느 늙은 청춘이.
P.S. 자네가 대신 살고 있다는 그 '어머니의 꽃 같은 인생'이 찬란하게 만개하도록, 오늘은 따뜻한 밥 한 술에 마음의 허기를 꾹꾹 눌러 담아보게나. 자네의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하늘에 닿을 때, 그곳의 어머니도 비로소 마음 편히 진짜 휴가를 즐기실 수 있을 테니 말이네. - 3일의 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