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더구나.

그건 고집이 아니라 그리움의 무게였다는 걸...

by wasovora

네가 보내온 글을 가만히 읽어 내려가다가, 내가 그 영화를 보며 흘렸던 눈물자국을 너에게 들킨 기분이다. 인생을 한참이나 먼저 걸어온 할아버지가 보기에, 네가 그 오래된 풍선 더미 속에서 찾아낸 마음들이 참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칼'이라는 할아버지 말이다. 처음엔 참 고집불통이지?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더구나. 그건 고집이 아니라 그리움의 무게였다는 걸. 아내와 함께 모으던 동전 단지가 깨질 때마다 우리네 삶도 조금씩 금이 가곤 한단다. 하지만 말이다, 네 말대로 집을 통째로 띄워 올린 건 수천 개의 풍선이 아니라, 결국 끝내 지키고 싶었던 약속이었을 게다. 사랑이라는 게 그렇더구나. 곁에 없을 때조차 나를 움직이게 하고, 주저앉은 나를 기어코 하늘로 띄워 올리는 가장 강력한 연료가 되는 법이지.


너는 '꿈'을 좇으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이 영화에서 조금 다른 걸 보았단다. 칼이 아내의 모험 일지 마지막 장에서 "당신의 새로운 모험을 고맙다"는 글귀를 발견했을 때의 그 표정 말이야. 진정한 용기는 과거의 추억을 짊어지고 날아오르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인연(그 꼬맹이 '러셀' 같은 녀석 말이다)을 위해 낡은 가구들을 밖으로 던져버릴 줄 아는 결단에 있더구나. 비워내야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그 이치를 너도 언젠가 깊이 깨닫는 날이 오겠지?


네 인생의 하늘은 어떤 색깔이겠니

모험이라는 게 꼭 남미의 거대한 폭포를 찾아가는 것만이 아니란다.


'낯선 이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일'

'포기하고 싶을 때 한 걸음 더 내딛는 일'

'그리고 너처럼 좋은 영화를 보고 그 울림을 글로 적어 내려가는 일"

이 모든게 다 눈부신 항해란다.


얘야, 네 마음속에도 수만 개의 풍선이 있다는 걸 잊지 마라. 세상이 너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려 할 때마다, 네가 품은 그 예쁜 생각들이 너를 다시 높이 올려줄 거다.


덕분에 할아버지도 오늘 밤엔 낡은 사진첩을 한 번 뒤척여봐야겠구나. 네가 말한 그 선명한 색채처럼, 네 앞날도 알록달록하게 빛나길 빌어주마.


늘 너의 모험을 응원하는 할아버지가.


P.S: 우리 손주의 모험 일지 다음 장에는 또 어떤 눈부신 이야기가 적힐지, 할아버지는 벌써부터 궁금해지는구나. 무거운 짐은 과감히 버려두고, 오직 설렘과 용기라는 풍선만 가득 매달아 너만의 하늘을 마음껏 날아보렴. 할아버지가 언제나 여기서 고개를 들어 너를 응원하고 있으마. 우리 손주, 참 장하다. - 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