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W와 나는 집 앞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이제 완전히 겨울이라느니, 패딩을 꺼내야겠다느니 따위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할아버지 한 분이 걸어왔다. 아주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보폭은 채 10cm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군밤장수 모자를 쓰고, 낡은 패딩을 입고
유모차 같은 것을 천천히 밀면서 한 발, 한 발, 한 발.
우리는 말없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신성한 의식 같았다. 아니면 동물원 우리 속의 짐승 같았다.
젊은 연인의 환한 웃음이 터졌고, 터질 듯한 쓰레기봉투를 세 개나 든 식당 종업원이 지나갔고, 쌩 하고 자전거가 지나갔다.
우리 앞을 지날 때, 분명 그는 우리의 시선을 느꼈으리라. 아닐 수도 있다.
잠시 멈춰 서서 그는 호흡을 고르고 다시 나아갔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우리는 그가 골목을 돌 때까지 바라보았다. 담배는 이미 바람이 훔쳐간 지 오래였다.
마침내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그제서야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 또 와라.'
'그랴, 갈게.'
삶은 그렇게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