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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코뿔소 Dec 24. 2020

혜훈동 고양이 실종 사건 (2)

<동물병원과 김 할매파>


혜훈동에는 일종의 카르텔이 있었다. 동네는 언덕을 끼고 있고, 그 언덕을 내려오는 길은 두 갈래가 있었다. 두 갈래 길이 모이는 평지에는 정자 하나가 있었다. 주변에는 운동 기구도 많고, 평상도 하나 있어 평소에는 노인네들이 잔뜩 모여 장기를 두거나 애들이 모여 스마트폰 게임을 하곤 했지만 진정한 주인은 따로 있었다. 김 할매, 건강원을 운영하는 김 할머니 파. 김 할머니는 언덕 아래에서 크게 건강원을 운영했는데, 편의점을 가는 길에 반드시 지나쳐야 해서 대체 뭘 끓이는지 알 수 없는 역한 냄새를 반드시 맡아야만 했다. 더덕, 인삼, 홍삼 이런 건 그렇다 치더라도 흑염소, 가물치, 붕어, 장어 이딴 걸 끓여대는 악취에는 구역질이 났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다. 어디를 가려 해도 언덕 위의 주민은 반드시 그곳을 지나가야만 했으니까. 잔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지사. 언덕을 내려와 다음 날 조사를 하러 가는 길에도 나는 역시나 붙들리고 말았다.


“저 잠꾸러기 총각, 이제야 일어났나?”

“예에, 아까 일어났고요, 지금 어디 볼일 있어 가요.”

“어디 가는데?”

“동물병원에 잠깐요.”

“저기 강원도 할머니네 세들어 사는 거 맞지? 그래, 거기도 고양이 한 마리 키우더만.”

“요새 집 나가고 없어요. 되게 좋더라고요.”

“그래? 걔도 집을 나갔어?”

“그럼요. 코빼기도 안 비쳐요.”

“그래? 걔도?”

“왜요?”

“아냐, 뭐.”

“근데 김 할머니는 오늘 안 나오셨어요? 원래 이쯤 되면 항상 나오시잖아.”

“으응, 김 할매 오늘 좀 바빠. 요새 항상 바쁘지 뭘.”

“그래요?”

“그래. 요새 개평도 안 주고, 화투 칠 사람도 없다니까!”


할머니들 사이에 웃음보가 터졌다. 


“뭐 바쁘실 수도 있죠. 요새 건강원 손님 많다고 들었는데.”

“그럼, 손님 많지. 요새 얼마나 장사가 잘 되는데. 총각도 가서 보약 한 재 지어 먹어. 삐쩍 말라가지고 그래서 장가나 가겠어?”

“삐쩍 마른 거랑 장가랑 무슨 상관인데요.”

“남자는 허리야, 허리.”


남사스럽군.


“가서 허리에 좋은 보약 한 재 지어 먹으라고. 남씨 할매 알아? 거 머리 빠마도 안 하고 쪽지어가지고 다니는 할매 있잖아.”

“모르는데요.”

“남씨 할매가 한아름 건강원 가서 보약 한 재 지어먹고 요새 얼마나 건강해졌는데. 회춘했다니까, 회춘.”


대충 맞장구를 치려 했으나, 왠지 모르게 할머니들 말이 없어졌다. 


“뭐, 가서 한번 볼게요. 돈이나 있어야 보약도 해먹죠.”

“으응, 그래, 가서 볼일 봐.”

“그래요, 가 볼게요. 담배 너무 많이 태우지 마시고.”

“그랴, 총각도 가서 볼일 봐.”


동물병원. 평생 찾아갈 일이 없을 것 같다. 치료를 받는 짐승 중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도 없었다. 안경을 쓰고 한가한 듯이 펜을 빙빙 돌리던 수의사는, 사실 수의사라 봤자 직원도 사장도 수의사도 그 양반 하나뿐이었지만, 나를 보고 반갑다는 듯이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예에.”


병원은 한산했다. 


“장사가 잘 안 되나봐요?”


수의사가 나를 째려보았다. 


“장사라고 하지 마세요.”

“장사지 그럼 뭐예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차는 수의사를 무시하고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고양이는 한 마리도 없네요. 봉춘 영감님 자주 안 와요?”


저번에 편의점에서도 보았던 표정.


“그래요, 요새 자주 안 오시죠. 동네에 고양이들이 잘 없어요.”

“어디로 갔을까요.”

“제가 아나요.”

“짐작가는 데도 없어요?”

“모르겠어요. 이쯤 되면 원래 그냥 제가 따로 봐주곤 하거든요. 겨울 앞두고 건강 나빠졌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요샌 진짜 안 보이더라구요.”

수의사가 안경을 벗어 닦았다. 

“근데 왜 오셨어요? 뭐 사러 오신 거예요?”

“아뇨, 사실 고양이 찾으러 왔어요.”

“정말요?”

“어쩌다 보니까요.”

“꼭 좀 찾아 주세요. 얼마 전에 다비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케어해주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안 보이더라구요…”


다비는 누군데.


“그니까, 짐작 가는 데도 없어요?”

“잘 없네요. 신부님도 요새 잘 안 오시고. ”


수의사가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한 한 달 전 쯤에 좀 신기한 아이가 왔어요.”

“아이요?”

“고양이가요.”


왜 다들 짐승더러 아이라고 하는 거야.


“계속 잠만 자더라고요. 깨워도 깨지 않고 계속 잠만 잤어요. 고양이가 잠을 자더라도 외부의 자극이 있으면 금방 깨어나거든요. 감각이 예민하니까. 그런데 꼭 뭘 잘못 먹은 것처럼 계속 잠만 자더라니까요.”

“잘못 먹어요?”

“제 생각은 그래요. 쥐약을 먹거나 그러면 보통 죽긴 하는데, 가끔 혼수상태에 빠지고 깨어나지 못하는 아이도 있거든요.”

“그걸 어디서 먹는데요?”

“글쎄요. 그것까지는 잘.”


흠.


“알겠습니다. 명함 하나 주세요, 뭐 알아낸 거 있으면 연락 드릴게요.”

“네, 좋은 일 하시네요. 꼭 좀 찾아봐 주세요.”


다시 알아낸 바를 보고하러 올라가는 길에는 역시 김 할매파가 정자를 차지하고 있었다.


“총각, 일은 다 봤어?”

“예에, 뭐. 할머니들은요? 오늘 좀 어떠세요?”

“이따 김 할매랑 고스돕 한 판 치고 드라이브 갈라고. 김 할매 아들이 데리고 외곽에 나간다네. 아주 비싼 것도 먹여준대.”


한바탕 웃음보.


“좋으시겠네. 재밌게 놀다 오세요.”

“그래, 총각도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갔다 오고 그래.”

“방금 나갔다 왔구만 뭘 그러세요.”


별 소득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그새 초딩들과 W는 사라지고 없었다. 


“총각, 왔사?”

“W 또 나갔어요?”

“그래. 뭐 조사할 거이 있다고 또 나갔사. 총각은 뭣 좀 알아 봤나?”

“별 얘기 없던데요. 동물병원도 갔고. 오다가 정자에서 할머니들 보고. 할머니는 거기 안 가세요?”


집주인 할머니는 손사래를 쳤다. 


“아이, 나는 무릎도 쑤시고 허리도 아파서 거 잘 못 가.”

“김 할머니파 노인 분들 전부 오늘도 모여 계시던데.”

“하튼 간에 김 할마이가 품성이 좋아. 노인네들 챙겨다가 여행도 보내 주구, 맛난 음식이 있으믄 나눠도 주고. 사람이 돈이 많아야 한다, 총각도 돈 마이 벌어.”

“할머니도 한아름 건강원 가서 보약이라도 한 재 지어 드세요. 남씨 할머니가 거기서 보약 지어 먹고 허리가 싹 좋아지셨다는데.”

“그래? 남씨 할마이가?”

“네, 그러시던데.”

“그래? 바로 여 옆이잖나. 안 그래도 옥새기 좀 삶았는데 가서 머 지어묵었나 한번 물어 볼까?”

“…저도 가요?”

“그럼, 무구와 빠진 거 내가 혼자 우터 들고 가나. 니가 같이 들고 가야지.”


옥수수를 집주인 할머니가 대체 얼마나 삶았는지는 모르지만 봉다리는 지나치게 무거웠다. 남씨 할머니가 많이 드셔야 할 정도로. 허리가 좋아졌다는 것치고 남씨 할머니는 대단히 초췌한 얼굴이었다.


“아이고, 할마이, 허리 좋아졌다더니 얼굴이 우터 이리 상했소. 식사를 잘 안 하나?”

“어어, 왔어요.”


우리가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남씨 할머니는 마당 한 켠에서 염준지 묵준지 하여튼 뭐를 들고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할머니, 뭐 죄 지으셨어요?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 말을 내뱉자마자 남 할매가 울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제기랄.


“저, 저는 나가서 담배 좀 피우고 올게요.”


대문 밖 골목에서 들었던 얘기는 뚜렷하지 않다. 내가 죽일 놈이다, 어찌 그 어린 것들한테, 자네는 잘못 없소, 그만 울어요, 등등. 담배를 다섯 개피째 피우고 있을 때 마침내 집주인 할머니가 나왔다.


“뭐래요?”


할머니는 대답이 없었다.


“암말도 없어요?”

“잔말 하더를 말고 일단 집에 가자. W 총각하고 지금 전화 되나?”


전화는 닿지 않았고, 집에 돌아가자 이미 W는 심각한 얼굴로 마당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오셨어요?”

“그래, 총각도 들었사? 남 할매가…”

“약 탄 먹이를 뿌렸다고요. 남씨 할머니 말고도.”

“뭐?”


나는 경악에 차 소리쳤다.


“그랴. 남 할마이 말구두 김 할매랑 다니는 할마이 하르바이들이 먹이를 뿌렸단다. 골목마다.”

“그럼… 동물병원에서 들었던 것도…”

“그래. 먹이를 먹고 잠에 빠진 녀석들을 전부 주워 갔던 거야. 언덕 위에 피해 있던 녀석들은 먹이를 안 먹었겠지. 그럼 따로 개를 끌고 가서 사냥해 갔던 거고.”

“그럼… 대체 누가?”

“남 할머니가 뭐 받았대요?”


W는 대답하지 않고 집주인 할머니에게 물었다. 


“김 할마이가 노인네들한테 용돈 줬단다. 이거 골목마다 그냥 뿌려 놓고, 고내이들 뻗어 자면 그냥 암것두 하지 말고 마당에만 들여 놓으라고. 그러면 알아서 가져 가겠다구.”

“누가 가져가요?”

“야아, 나는 모르겠다. 한적시런 동네에 이게 무신 풍파나.”

“할머니. 누가요.”

“김씨 할마이 아들내미가.”


나는 참다 말고 끼어들었다.


“근데 대체 왜?”

집주인 할머니가 침통한 표정으로, 울먹거리며 말했다.

“고내이를 달여 마시먼 허리에 좋다지 않니. 고내이들 잡아다가 나비탕을 끼리 먹었단다. 한아름 건강원서.”



<대화루, 그리고 감금>


“어떻게 할 거야. 그리고 너는 어떻게 알았어.” 내가 W에게 물었다.


“…할머니들 할아버지들한테 간식도 좀 사드리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물어봤지. 안 하신 분들도 꽤 있어. 근데 김 할머니파는 전부 하셨더라고. 평소에 친하시고, 보약도 공짜로 몇 첩 얻어 드시고 하니 거절하기도 그러셨겠지. 게다가 용돈까지 받으셨으니.”

“근데 봉춘 영감한테 어떻게 안 들켰대? 

“그래서 봉춘 영감님부터 노렸대. 고양이 가져가면 정신 없어질 것 아니까. 그건 할머니들이 안 하셨겠지. 그건 김씨 아저씨가 직접 했을 거야. 산 위에 자주 가니까, 거기에서 먹이를 뿌리고 조금 친해진 다음 재워서 데려갔겠지. 첫 두 마리 정도는. 그 다음에는 원체 이리저리 다니니까… 게다가 영감님도 다니는 데만 다니잖아. 골목까진 잘 안 가고.”

“그럼 이제 어떡해?”

“누가 범인인지도 알았어. 근데 증거가 없지. 납치한다는 증거도 없고, 제조, 그래, 제조한다는 증거도 없어. 나아가서 유통한다는 증거는 더더욱 없고.”

“그래서? 홈즈 씨. 큰소리는 뻥뻥 치더니, 이게 뭐야.”

“아니, 친애하는 왓슨. 적어도 증거 하나는 잡았지. 그건 골목 아래 중국집에 있네. 자네가 지금부터 가서 추악한 유통 경로를 파악해 내야 한다네.”

“뭐?”

“자세한 설명이 쓰여 있어. 이걸 가서 읽어 봐.”


대화루는 북적였다. 평소에도 가끔 시켜 먹는 중국집으로, 가격은 좀 나갔지만 짬뽕 국물이 기가 막혔다. 직접 찾아온 것은 처음이지만.


나는 두려움과 두근거림을 동시에 느끼며 가게로 들어섰다. 기분 좋은 기름 냄새와 묵직한 춘장 볶는 냄새가 훅, 풍겨왔다. 배가 고프군.


자리는 동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학원 끝난 아이들로 거의 꽉 차 있었지만, W의 말대로 부엌 통로 옆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아니, 근데 원래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저 자리는 비워 두지 않나? 주인 앉아서 테레비 보거나 하잖아. 확실한 건가? 불안함이 살짝 들었지만, 나는 꿋꿋이 걸어가 신문과 리모컨을 치우고 입구를 등진 오른쪽 의자에 앉았다. 순간 모든 종업원의 눈길이 내게 쏠린 것 같았다. 


“손님, 다른 데 앉으시지. 여기 사장님 앉아 계시는 데라 조금 불편하실 텐데.”

“아뇨, 여기 앉을래요. 메뉴판 좀 주세요.”


1단계 완료.


“괜찮으시겠어요? 주방 앞이라 식사하시는데 불편하실 건데. 사람 지나다니고 하면.”

“아뇨, 괜찮아요. 메뉴판하고 물 좀 주세요.”


종업원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물러났다. 다음이 뭐였지. 유산슬이었나? 양장피였나? 뭐였지, 엄청 이상한 이름이었는데… 맞아.


“여기 주문이요.”

“뭘로 드릴까?”

“오향장육? 주세요.”


뭐가 이렇게 비싸? 26,000원? 이건 경비를 청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2단계 완료.


“오향장육이요? 오향장육 꽤 걸려요.” 


종업원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뭐지? 이게 아닌데. 잘못 말했나? 맞다, 다음, 다음이 뭐였지. 그래, 암호. 마지막 3단계다.


“오향장육 주시구요. 회향 대신 귤껍질 넣어 주시고, 팔각은 꼭 다섯 개 넣어 주세요. 고기 묶을 때 명주실로 묶는 거 맞죠?”


종업원은 순간 말이 없었다. 나는 내가, 한창 바쁜 점심 시간에 별 미친놈이 구색 맞추기 용으로 넣어 둔 메뉴를 시키는데 온갖 시덥잖은 주문을 해 대는 손놈으로 생각되어 가게에서 쫓겨나지나 않을까 순간 두려워졌다. 그러나 종업원은 묵묵히 주문을 받아 적고 있었을 뿐이었다.

종업원이 부엌에 크게 소리쳤다. 


“여기 오향장육 하나요, 회향 빼고 귤피, 팔각 꼭 다섯 개, 명주실로 묶어서!”


칼질이 잠깐 멈췄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오향장육이 나왔다. 뭐랄까, 생각보다는 평범한 맛이었다. 아니, 애초에 내가 기대했던 요리랑은 전혀 달랐다. 일단 차가웠고, 굳이 비교하자면 간장에 절인 머릿고기 맛이랄까. 그래도 배가 고팠기에 나는 정신없이 먹었다. 반쯤 먹었을까, 종업원이 계산서를 가져다 놓았다. 26,000이라. 이 정도 돈을 내고 먹을 맛은 아닌데. 무심코 계산서를 훑어보다, 나는 연필로 휘갈겨 쓴 문구를 발견했다.


‘화장실 가는 복도 왼쪽에 잠긴 문 열고 계단으로 내려올 것’


좋아. 


급히 물 한 잔을 마셔 마른 입술을 축이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웠다.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니 아래층은 식료품을 보관해 두는 창고였다. 철컥, 하고 뒤에서 무언가를 잠그는 소리가 났고, 번쩍, 하고 알전구가 켜졌다. 부신 눈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것은 유순해 보이는 인상의 중년 남자였다.


“뭐 줄까요?”


자기소개 따위는 생략하는군.


“그, 제가 요새 허리가 너무 아파서요. 방에서 글만 쓰다 보니까 하루 종일 앉아 있거든요.”

“그럼 병원에 가야지.”


남자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여기 가면 좋은 게 있다던데요.”

“좋은 거 뭐요.”

“나비탕이 그렇게 좋다던데.”

“여기 중국집인데, 그런 거 팔겠어요?”

“평범한 중국집이면 암호 대고 내려오는 지하실도 없죠.”


사내가 내 눈을 쏘아보았다. 나는 겁에 질렸지만 눈은 돌리지 않았다.


“…누구한테 듣고 왔어요?”


어…?

W가 이런 거 물어볼 거라곤 안 했는데.


“…김 할머니한테..”

“무슨 김 할머니요? 김 할머니가 한둘이야?”

“건강원 김 할머니요.”


대답 대신 사내는 벽에 붙은 파이프를 스패너로 몇 번 쳤다. 나는 그딴 걸 책상 아래 숨기고 있었다니 끔찍하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뒤에서 문이 열렸다.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머리를 마지막 한 올까지 빡빡 밀어 버린 덩치 큰 주방장이었다. 한 손에는 커다란 중식도를 들고 있었다. 중식도를 들고 있던 손이 붙은 팔에는 화상 자국과 무슨 잉어 문신이 붙어 있었다. 근육도.


“주방장님, 오늘은 가게 문 일찍 닫고 퇴근하세요. 이쪽은 일단 오늘 여기 두고 내일 생각하게.”

“저기, 이게 대체…?”


사내가 내 쪽을 꿰뚫는 듯이 바라보았다.


“어디, 뭐, 경찰 끄나풀이야? 김 할머니가 사람을 여기로 왜 보내. 젊은 사람이 아프면 병원을 가야지, 나비탕 같은 소리하고 앉았어.”


나는 순간 좁은 계단으로 뛰어나가려 했으나, 목이 잡혀 허공에 두둥실 떠오르고 말았다. 다음 순간 세찬 팔이 나를 내던졌고, 나는 차가운 바닥에 등부터 정통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구토가 밀려와 나는 바닥에 왈칵 오향장육(이었던 것)을 내뱉었다. 덩치 큰 주방장이 다가와 거칠게 내 주머니를 뒤지더니 핸드폰을 꺼냈고, 아무리 봐도 양파망으로 보이는 것으로 내 손발을 꽁꽁 묶었다.


“문 잠가.”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차가운 지하실에서 알전구와 함께 외롭게 남겨지고 말았다.

주방장이 얼마나 힘이 좋은지 – 아니면 내 힘이 얼마나 약한지 – 양파망은 도저히 끊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닥을 한참 기다가 마침내 마감이 덜 된 선반 모서리에 다다라 (파상풍 걱정을 하며) 양파망을 끊어낸 뒤 헐레벌떡 계단을 뛰어올라가 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고, 소리를 지르고, 문고리를 쥐고 흔들어댔지만 문은 옴쭉달싹도 하지 않았다. 추웠고, 아까 부딪친 등이 아팠다. 분노에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오줌이 마려워 나는 복수심에 차 구석에 쌓여 있는 양파에다 오줌을 싸갈겼다. 개새끼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햇빛은 들어오지 않았고 핸드폰도 뺏겼으며 나는 시계도 차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문에 귀를 대고 무엇이 들려오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고 나는 마침내 절망에 빠져 주저앉아 버렸다. 아까 토한 오향장육에선 괴상한 향신료 냄새가 풍겨왔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애초에 고양이 몇 마리 죽든 말든 나한테 무슨 손해가 있다고, 그깟 집세 좀 받자고 이 고생을 해야 하다니. 


집주인 할머니가 이때쯤 뜨끈한 쌀밥에 국물을 차리실 텐데.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출판사에서 혹시 메일 온 것 없나. W, 저주받을 새끼. 개새끼, 어디 갔는지 아주 그 개 같은 짐승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냐. 내 인생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집을 떠나온 것? 게을러서 집세를 못 낸 것? 아냐, 이게 왜 내 잘못이야. 우매한 세상이 내 진가를 못 알아보는 게 잘못이지. 대화루 이 개새끼들, 나가기만 해 봐라, 내가 하루에 민원을 삼천 건을 넣을 거다. 식품위생법, 협박, 감금, 유괴, 폭행, 고문, 갈취, 가게 문 내가 꼭 닫게 만든다, 개새끼들, 못된 새끼들.


그때 어디선가 딸깍, 소리가 났다. 나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이 개새끼들아, 내가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아? 어디 내려오기만 해 봐라, 내가 이래봬도 태권도 검은띠야(초딩 때 땄지만).


“여어, 살아 있냐?”


나는 W의 넙데데한 면상이 이렇게까지 반가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디 갔다 이제 와!”

“고생했네, 왓슨.”

“왓슨은 지랄. 어떻게 왔어?”

“안 오길래 가게 문 닫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 따고 들어왔지. 근데 그럴 것 같더라.”


나는 화가 치밀었다.


“야, 이 씨발놈아. 이럴 줄 알았으면 보내지 말았어야지.”

“아냐. 덕분에 증거 건졌거든.”


W가 내민 내 핸드폰에는 아까 보았던 남자가 건강원 앞에 세워 둔 트럭에서 내리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짐칸에 뭔가를 싣는 것도. 


“이게 뭔데?”

“증거지.”

“무슨 증거?”

“여기에서 불법 식약품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증거.”

“이것만 보고는 어떻게 알아? 상자에 아무 것도 안 쓰여 있는데.”

“사진만 있는 게 아냐.”

“근데 너 내 폰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그리고 얼른 내놔! 왜 지가 가져다가 맘대로 쓰고 있어.”

“자,”


W가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음성이 흘러나왔다.


“잠깐, 잠깐. 이걸 안 들키고 녹음했단 말이야? 어떻게?”

“운전사가 나였으니까.”

“뭐?”

“운전사가 나였다고. 사장, 얼마나 치밀한지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 선불로 고용해서 써. 입 무거운 놈으로만 골라서. 나도 소개받아서 간 거야. 닥치고 작업만 할 사람으로, 덕분에 30만원 벌었지.”

“치밀한데 니 얼굴도 몰랐다고?”

“이 동네에 나 아는 사람 거의 없어. 그리고 변장은 탐정의 기본 소양이라고.”

“세상에.”

“어쨌든 들어 봐.”


잡음이 조금 섞여 있어서 전부 알아듣기는 어려웠고, 사장과 김 할머니의 목소리가 낮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뚜렷하게 들리는 편이었다. 아까 한 놈, 지하실, 내일쯤, 요새 찾기가 어려워서 매물이 없다, 고양이는 어디에, 창고, 입금은 언제(여기서부터 언성이 높아졌다), 짭새, 가둬 놨다, 등등.


“근데 이거 불법 녹음 아냐? 증거로 쓸 수 있어? 아니, 그보다 대체 이걸로 뭘 증명하는데?”

“오, 친애하는 왓슨.”

“지랄 좀 그만해.”

“위법성이 조각되는 행위에 한해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 기록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네. 게다가 건강원에서는 대놓고 안 파는 나비탕이 어디서 팔리는지, 그 유통 경로를 알아낸 것이란 말이지. 자네, 자네를 가두고 폭행까지 한 대화루가 증오스럽지 않은가?”

“…빡치지.”

“잘만 엮으면 여기도 무너뜨릴 수 있어.”

“…그 약속 지켜.”

“그럼.”

“사진은 어떻게 찍었는데?”

“둘이 싸우는 동안 카톡 보는 척 하면서. 너 카톡 하나도 안 오더라.”

“그걸 니가 왜 봐!”


W가 씩 웃었다.


“나가자. 신고는 좀 나중에 하고.”


바깥의 세상은 어두웠다. 나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복귀>


다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집주인 할머니의 걱정에 찬 비명도 무시하고 그대로 쓰러져 잠에 들었다. 꿈 속에서 나는 명주실로 꽁꽁 묶여 간장에 한창 절여지다가(이상하게 뜨겁지는 않았다) 양파망에 꽁꽁 담겨 창고 구석에 처박혔다. 


“살려주세요!”


눈을 뜨자 집주인 할머니와 W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 나는 묘하게 부끄러워졌다.


“총각, 괜찮나?”

“괜찮아요.”

“뜨거운 국물 좀 먹거라.”


국물은 따뜻했다. 텅 빈 속을 풀어줄 만큼.


“몇 시예요?”

“하마 한 시 반이라.”


뭐야, 아직 아침이네. 


“어때, 몸은 좀 괜찮냐.”


나쁘지는 않았다.


“괜찮네.”

“그럼 사건 이야기를 하자.”

“너 탐정 놀이 진짜 푹 빠졌다.”

“친애하는 왓슨, 자네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제발 좀.”

“자, 그럼 고양이들이 어디로 갔는지도 알아. 건강원이지. 고양이들이 어떻게 납치되었는지도 알아. 조직적으로 뿌린 약이 든 먹이를 먹었지. 수거는? 김 할머니의 사주를 받은 노인들이 마당에 들여 놓으면 김 할머니 아들이 집집마다 돌면서 가져갔어. 봉춘 영감님도 정해진 루트로만 다니고, 최근에는 자기 고양이들 찾느라 정신이 없었을 거야. 무릎도 아픈 데다가 실의에 차 있으니까 골목마다 도는 것도 여의치 않았을 거고. 게다가 이제 추워지니 고양이들은 산 위에 집 지어둔 곳으로만 모일 거고, 거기서 유괴해 가는 것도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거야. 그렇게 납치된 고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건 아직 몰라. 어쨌든 한 곳에 모여 있을 거야. 거기서, 음, ‘과정’을 거치겠지. 그 다음에는 팩에 담겨 건강원 어딘가에 보관된 후 대화루로 옮겨지겠지.”


집주인 할머니가 기가 차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그래, 해서 고내이들이 어디로 갔나?”

“너, 혜훈동 성당 알아?”

“어. 거기 큰길 나가는 길 옆에 거기 아냐?”

“맞아. 거기 신부님한테 정보가 있대. 찾아가 봐.”

“좀만 더 자고 가면 안 돼?”

“안 돼.”


W의 표정은 진지했다.


“어제 얘기 들은 바로는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

“알았어.”


옷을 대충 입고 나는 아직도 지끈거리는 등을 쓰다듬으려 애쓰며 언덕 아래로 향했다.


놀랍게도, 작은 성당의 뒷마당에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었다. 신부는 담배를 태우며 고양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내가 말을 붙였다.


“신의 집에 악마의 짐승을 들이다니, 신부 실격이군요.”


덩치가 좋은 신부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개도, 고양이도, 풀도 나무도 모두 신께서 지은 것이지요. 악마는 미움과 시기밖에 짓지 못한답니다.”


허튼 소리. 눈 앞에 증거가 있는데. 하지만 신학 논쟁을 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어디… 조용히 이야기할 곳이 있나요?” 거지 같은 짐승들이 낯선 사람의 등장에 도망은커녕 호기심을 보이며 내 쪽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나는 단숨에 말했다.


“볕이 좋습니다. 평화롭지 않나요?”

“아뇨, 평화랑 거리가 먼데요. 밥 다 주셨으면 들어가시죠.”


내키지 않는다는 듯 신부가 끙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작은 성당은 한산했다. 오후의 햇살이 색유리를 통해 바닥을 물들이고 있었다.


“고양이 실종 사건 때문에 오셨군요.”

“…잘 아시네요.”

“작은 동네다 보니, 이것저것 소문이 들려오기 마련입니다.”

“저 고양이들은?”

“남은 녀석들입니다. 원래 밥을 주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 점차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더군요. 그러다가 신자들에게 소식을 들었습니다. 고양이들이 사라지고 있다고요. 미사를 드리지 않을 때면 개인적으로 밥이나마 주곤 했지요. 그러다가 남은 것은 화와 미움을 피한 이 두 녀석들뿐입니다.”

“원래는 얼마나 있었는데요?”

“꽤 됐죠. 왔다가, 갔다가. 제가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아직 남아 있는 저 두 마리라도 화가 지나가는 동안 동물병원에라도 맡겨 둘까 했습니다만.”

“고양이를 대단히 좋아하시나 보군요.”

“그런가요. 이 땅의 모든 피조물에게 안식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내어 주는 것이 종복의 일입니다.”

“안식이라.”


웃기는군.


“짐승에게도 영혼이 있습니까? 안식을 말씀하시다니.”


신부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아뇨. 동물들에게는 영혼이 없습니다. 오직 주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지요.”

“그렇다면 동물은 죽어도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는 뜻이 아닌가요.”

“하하, 교리 토론을 하러 오셨군요.”


신부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담배 한 대 피우실까요.” 신부가 내 팔을 잡았다.

밖으로 나가니 고양이들은 오후의 햇살을 쬐며 졸고 있었다. 나는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놈들은 잘 때 가장 덜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계심을 늦춰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교황께서는.”


후우, 그가 길게 연기를 뿜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신부는, 뭐 몇 명 본 것도 아니지만 모두 담배를 피웠다. 그것도 많이. 우리는 잠시 앉아 담배를 태웠다.


“하느님께서 지으신 모든 피조물에게 천국은 열려 있다고 하신 적이 있지요. 그러나 이를 교리적으로 받아들여서는 게 안 된다는 것이 교계의 입장입니다. 동물들은, 인간과 같은 수준의 영성이 없습니다. 죽으면 그 존재는 그저 소멸하게 되지요. 얼마나 안타깝던 간에 말입니다.”

“인간과 같네요.”

“글쎄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신부가 빙그레 웃었다.


“제 믿음을 시험하려 오셨군요.”


그건 아니지만.


“형제님께서는 신을 믿으십니까?”

“있지도 않은 걸 믿을 수는 없죠.”


말을 내뱉고 나는 덩치 큰 신부의 표정을 순간 살폈다. 한 대 줘터질까봐.

그러나 신부는 미소를 짓고만 있었다.


“신도 믿지 않으면서 영혼도 없는 짐승을 구하려 선을 행하시는군요.”

“그거야 돈 때문이죠.”

“집세를 탕감받는다는 약속인가요?”

“그걸 어떻게…”


W, 이 뱀 같은 새끼.


“W가 왔다 갔군요.”


신부가 빙그레 웃었다.


“좋으신 분입니다.”

“좋기는 뭐가 좋아요. 사람 부려먹을 줄이나 알지.”

“그럼에도 불평 없이 임무를 짊어지지 않으셨습니까. 위험한 일도 겪으셨다 하더군요.”


아, 중국집 얘기.


“돈은 분명 강력한 동기가 되지요. 산도 강도, 심지어는 인간의 마음도 움직입니다. 그럼에도 그것뿐은 아닙니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이타심과 동정심, 사랑이에요. 그런 게 없다고 말씀하시려 해도, 형제님께서는 일말의 감정을 품고 움직이십니다. 좋은 일이에요.”

“제가요? 저 악마의 짐승들한테?”

“영혼도 없는 짐승들이지요.”

“황당하네요.”


신부가 또 한번 웃음을 터뜨리며 내 등을 쳤다.


“영혼이 없다 해도 모두가 하느님께서 지으신 것입니다. 영혼이 없다 해도 사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요.

“저딴 걸 사랑하다니, 신부님도 대단하시군요.”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시지요. 저도 보잘것없나마 따르려 할 뿐입니다.”

“예에.”


나는 선문답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산을 내려가 혜훈동 외곽에는 논과 밭이 많지요. 그곳에 창고가 하나 있습니다. 어디 소유인지 아십니까?”

“…한아름 건강원.”

“맞습니다.”


신부가 무섭게 굳어진 표정으로 담배를 비벼 껐다.

“고양이들은, 모두 그곳에 있을 거예요.”

“…이미 다 알고 계셨군요.”


신부는 말이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아셨죠? 누가 알려 줬어요?”

“고해의 성사에서 들은 것을 말하는 것은 성직자의 죄입니다.”

“…어쨌든 장소는 알고 계신다는 뜻이네요.”

“네. 알고 있습니다. 누가 말했는지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증거가 없지요. 고발도 할 수 없어요. 심판은 제가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땅의 이야기를 하자면, 성직자는 공무에 끼어들 수는 없습니다. 본당을 비울 수도 없고요. 경찰도 증거 없이는 수색하지 못해요.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습니다. 믿을 것은 오직 W 형제님과…”

“저군요.”

“반드시 오늘 밤에 가셔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당장 오늘 밤이요?”

“…신의 축복을 빕니다. 형제님은 분명 선한 사람이니까요.”

“하하.”


제기랄.


밖으로 나오자 고양이 두 마리는 서로 어울려 씨름을 하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 불자 놈들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두 마리는 아주 작았다. 노란 줄무늬와 양말을 신은 듯 발만 하얀 까만 놈 두 마리가, 내 쪽을 보며 하품을 했다. 어서 꺼지라는 듯이.

가을 햇살을 맞으며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중, W의 전화가 왔다.


“…오늘 밤에 출발해야 한대. 너, 이미 왔다 갔으면서 왜 나한테 굳이 가라고 한 거야.”

“밤이 아니지. 새벽이야. 3시까지 데리러 갈 거야. 자지 말고 있어.”


뚝, 하고 전화가 끊겼다. 개 같은 놈. 항상 지 멋대로야.

그래도 끝이 다가온다는 느낌이 어렴풋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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