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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코뿔소 Jun 14. 2019

눈덮인 들판에 선 이의 자유

RHCP- Snow

https://youtu.be/yuFI5KSPAt4


"Snow"


Come to decide that the things that I tried
Were in my life just to get high on
결정할 때가 왔어, 내가 시도한 모든 일들은
살면서 그저 취하기 위함이었을 따름이었다고

When I sit alone
Come get a little known
But I need more than myself this time
내가 홀로 앉아 있을 때
와서 아는 척을 해 줘
하지만 이번엔 나만으로는 부족해

Step from the road to the sea to the sky
And I do believe that we rely on
길에서 바다로, 다시 하늘로 걸어나가자
서로에게 기댄다는 사실을 나는 믿어

When I lay it on
Come get to play it on
All my life to sacrifice
내가 내려놓으면
와서 위에서 놀아
내 모든 삶을 바칠테니까

Hey oh
Listen what I say, oh
I got your hey oh
Now listen what I say, oh
이봐, 오
나 하는 말을 들어
알았으니 이봐
이제 나 하는 말을 들어

When will I know that I really can't go
To the well once more time to decide on?
또 한번 결정하기 위해 그 우물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나 언제쯤 알게 될까

When it's killing me
When will I really see
All that I need to look inside
그 사실에 내가 죽어갈 때
결국 해야 했던 건
그저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는 것도 언제쯤 알게 될까

Come to believe that I better not leave
Before I get my chance to ride
올라탈 기회를 잡기 전엔
떠나지 않는 게 낫다고 믿게 되었어

When it's killing me
What do I really need
All that I need to look inside
그 사실이 날 괴롭게 할 때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은 뭘까
그저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었어

Hey oh
Listen what I say, oh
Come back and hey oh
Look here what I say oh
이봐, 오
내 하는 말을 들어 봐
이봐, 돌아와
여기 내 하는 말을 봐

The more I see, the less I know
The more I like to let it go
Hey oh, whoa, whoa, whoa
더 보면 볼수록, 더 모르게만 되어버려
더 놓아보내고만 싶어지고

Deep beneath the cover of another perfect wonder
Where it's so white as snow
또 하나의 경이 아래 저 깊은 어딘가
눈처럼 새하얀 곳

Privately divided by a world so undecided
And there's nowhere to go
세계가 은밀히 나눠 놓은 곳,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아서
갈 곳은 어디에도 없네

In between the cover of another perfect wonder
And it's so white as snow
또 하나의 완벽한 경이 그 사이 어딘가
눈처럼 새하얀 곳

Running through the field where all my tracks will be concealed
And there's nowhere to go
들을 가로질러 달리면 내 흔적조차 모두 덮여
갈 곳은 어디에도 없네

When to descend to amend for a friend
All the channels that have broken down
벗과 화해하기 위해선 언제 가라앉아야 하나
모두 무너진 대화의 수단들

Now you bring it up
I'm gonna ring it up
Just to hear you sing it out
이제 당신이 이야길 꺼내면
내가 시작할게
그저 당신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Step from the road to the sea to the sky
And I do believe what we rely on
길에서 바다로 다시 하늘로 발을 내딛자
우리가 의지하는 것을 나는 믿어

When I lay it on
Come get to play it on
All my life to sacrifice
내가 내려놓으면
와서 놀아
내 모든 삶을 바치니

Hey oh
Listen what I say, oh
I got your hey oh
Listen what I say, oh
이봐, 오
내가 하는 말을 들어
알겠어
내가 하는 말을 들어 줘

The more I see, the less I know
The more I like to let it go
Hey oh, whoa, whoa, whoa
보면 볼수록 더욱 모르겠고
놓아보내고만 싶어져

Deep beneath the cover of another perfect wonder
Where it's so white as snow
또 하나의 완벽한 경이 저 깊은 아래
눈처럼 새하얀 곳

Privately divided by a world so undecided
And there's nowhere to go
세상이 남몰래 갈라놓아 아무것도 확실치 않고
갈 곳은 어디에도 없어

In between the cover of another perfect wonder
Where it's so white as snow
또 하나 완벽한 경이 그 사이 어딘가
눈처럼 새하얀 곳

Running through the field where all my tracks will be concealed
And there's nowhere to go
들을 지나 달리면 내 자취도 모조리 덮여 버리고
갈 곳은 어디에도 없네

I said hey, hey, yeah, oh yeah, oh yeah, tell my love now
Hey, hey, yeah, oh yeah, tell my love now
헤이, 오 예
내 사랑 이제 말해다오
헤이, 오 예
내 사랑을 이제 말해다오





1.

<Stsdium Arcadium>(2006) 수록곡.

06년, 뭣도 모르고 처음 들었던 RHCP의 노래. 아마 데스노트 극장판 엔딩곡으로만 알았을 거다. 그 때는 미처 몰랐다. 그 이후 내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밴드가 되리라곤.....
가사도 모르고 밴드 이름도 모르고 뜻도 모르고, 그저 멜로디가 좋아서 흥얼거렸던 노래. 가사번역이 너무 늦어졌다. 너무 어렵기도 하고, 원래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특히 더 은유적이라.....

2.

많은 이들이 - 사실 대부분 RHCP 노래에 대해 - 이 노래를 마약에 대한 곡으로 해석한다. 뭐, 맞는 말이다. 다만 거기에 꼭 갇힐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1절에서의 화자는 지난날을 돌이켜본다. 살면서 아둥바둥거렸던 그 모든 일들, 말 그대로 높은 곳에 올라가려는 노력이었거나 혹은 취하기 위함이었거나. Get high의 두 가지 뜻.


Come get a little known 을 명령문으로 보면, 와서 약간 알아 달라는 건데, 그게 약간만 알라는 건지, 아님 약간이라도 알아 달라는 건지는 명확치 않다. 뒤에서 이어지는 문장을 보면 아마 전자인 것 같은데, a little과 little의 차이를 보면 또 반대인 것도 같고. 어쨌든 화자는 이제 내면을 들여다보려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버겁고 외롭다며 호소하는 듯.

길을 떠나 드넓게 펼쳐진 바다로 또 하늘로. 우리가 의지한다는 사실을(that) 나는 믿는다. (뒤에서는 저 that이 what으로 바뀐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제는 알았다는 뜻인듯.)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화자는 '당신'을 부른다. 판을 깔아 두었으니 와서 놀아 달라고. 내 모든 삶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고, 내 노래를 들어 달라고.


3.

우물은, 여러 문화권에서 어떤 지하세계 혹은 저승으로 통하는 통로로 많이 비유되어 왔다. 혹은 간절한 기도의 대상으로. 우물물 한바가지 떠놓고 기도한다고, 옛날 이야기에도 나오지 않나.

여기서도 그런 뜻으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화자는 우물에서 답을, 신탁을 구한다. 결단할 수 있는 용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련은 남아 확실히 떠날 찬스가 있기 전까지 미적미적 기다릴 따름.

그러다 문득, 우물을 들여다본다. 우물 속에 비친 것은 자신의 얼굴. 그 얼굴을 들여다보고서야 비로소 화자는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오래 전 사이가 틀어져 이젠 연락조차 되지 않는 친구도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도, 노래도 다시 듣고. (후술하겠지만, 이 곡에서 이야기와 노래는 같은 뜻이다.)

그렇게 들어간 깊은 우물 속 바닥. 나 자신의 마음속. 세계가 아무도 모르게 갈라 놓았고,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어디로 달려 봐도 뒤에는 발자국조차 남지 않는다. 갈 곳은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곳은, 눈처럼 새하얗게 경이롭고, 또 아름답다. 화자는 마침내, 진실로 자유롭다.

4.

뮤직비디오는 큰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RHCP의 모습과 관중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흑백으로 찍는다. 모두가 행복하게 웃음짓는다.

자, 그렇다면 화자가 말하는 당신은 누구일까?

답은 쉽다 - 이 노래를 듣고 있는 당신. 마약과 우울, 절망에서 달아나 깊게 가라앉았던 우리는 아득한 막막함과 갈 곳 없는 불안이 아닌, 눈처럼 아름다운 자유를 찾았다. 그리고 그것을 당신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우리가 판을 깔아 둘 테니, 신나게 와서 춤추고 함께 노래해 달라.

돌아갈 흔적이 모두 지워지더라도, 우리는 모두 함께 자유니까.

5.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 제목과는 달리, 멜로트론의 음색도 그렇고 참 따스한 노래다. 나직히 읊조리는 보컬은 화음을 이루고, 단순하지만 서정적이고 그리운 기타, 거기다 부드러운 베이스까지. 담담히 신나는 드럼 비트는 물론이고. 아름답고 따뜻한 노래.

벼르던 곡을 번역해서 뿌듯하다.



여담 1

기타가 쉬워 보이지만, 똑같은 리프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기 때문에 막상 치려면 손목이나 팔이 아주 작살이 난다. 치려면 치겠지만, 나는 체력이 후달려서.


여담 2


기다리는 분이 계실진 모르겠으나, 연재소설은 아마 조만간 한 편 올라갈 것 같습니다. 게을러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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