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힘을 빼고 나니까 글이 훨씬 좋아졌다.' 라고 K가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작가도 아니고 글이 좋아졌으면 어떻고 또 나빠졌으면 어떠랴 싶지만서도 어쨌든 취미로 뭐라도 계속해서 싸지르는 입장에서는 저 말을 곰곰히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원래 예전부터 소설을 쭉 써왔다. 모든 소설은 필연적으로 현실의 반영이고, 작가가 무언가를 전하고 싶다면 그것은 '실제보다도 더 실제같은 허구인'(하루키가 그랬던가) 매체인 소설을 통해서야(만) 한다. 무언가를 비판하거나, 풍자하거나,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면 이야기를 써야 한다. 그래야만 더 잘 전해지는 일이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았지만, 요새는 소설보다도 간단한 수필식의 글이 쉽다. 소설을 쓸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냉소나 신랄함 따위를 유쾌한 빈정거림으로 풀어내려 했으나 - 요새는 지치고 또 외로울 따름이라 힘없이 문장을 자아낼 뿐이다. 어쨌든, 이렇게 써도 전해지기는 하니까.
'형도 늙었구랴.' 라고 K는 말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