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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코뿔소 Feb 11. 2020

도둑과 달

https://youtu.be/WoQPIPTbBX0


Said the Thief to the Moon

"I'll extinguish your light soon

I'll put an end to all the light that you shed

On this world in its darkened state"

도둑이 달에게 말했네

"나 곧 너의 빛을 모두 꺼

이 땅에 비추는 빛에 끝을 내

세상을 본래 있던 대로 어둡게 되돌리리라"

Said the Moon to the Thief

"You know not of what you seek

You'll doom the world to wander the night

With no light to guide the paths that men seek"

달이 도둑에게 말했네

"너는 네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너는 세상을 어둠 속에 헤매도록 절망에 빠트려

사람의 길을 비추는 빛을 가리리라"

Oh, but all the wealth in the world will be mine

Without a means of defense for all those blind

My very existence is a race to attain wealth

For the thief's only loyalty's in life is to the devil and himself

허나 세상의 모든 부는 내 것이 되리오

눈이 먼 자들은 가진 것을 지킬 수도 없으리

내 존재 자체가 부를 얻기 위한 경주요

세상에 도둑의 의리란 자신과 마귀에게만 바칠 것이니

The earth will rise up and devour all that you are

The skies call forth thunderous storms from afar

When you're dead there will be no grave to remember your name

For your greed brings your end and there's no one but yourself to blame

땅이 솟구쳐 너를 모조리 삼켜 버리리

저멀리 하늘은 천둥번개를 불러 일으키리라

네가 죽고 나면 이름을 새길 무덤조차 남지 않으리라

네 탐욕이 파멸을 불러와 끝에는 너 말고는 탓할 이도 없으리


옛날 옛적에 도둑이 하나 살았습니다.

부모도 형제도 없이, 가진 것이라고는 날렵한 손과 재빠른 발이 전부여서, 도둑은 날 때부터 도둑은 아니었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나라에서 제일가는 도둑이 되었습니다. 부자의 보석도, 여인의 마음도, 무서운 괴물의 부적도 도둑은 모조리 훔쳐 버렸습니다. 그의 위에는 달이 항상 떠, 밤길을 다니는 그의 발밑을 비추었지요. 나라에서 훔칠 것은 모두 훔치고 나자, 도둑은 하늘로 고개를 들어 둥그런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날따라 보름달이 유독 빛나고 있었습니다. 도둑에게 있어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습니다만, 덕분에 이야기가 보다 수월해졌습니다.

도둑이 말했습니다. ‘나 이제 훔칠 것은 모두 훔쳤고, 빼앗을 것도 모두 빼앗았으나, 마지막으로 훔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언제나 내 길을 이끌던 너 달빛이요, 이마저도 훔치고 나면 세상 모두가 내 이름을 오래도록 기리리.’

달이 대꾸했습니다. ‘모두 훔치고 나면 더 훔칠 것은 네 이름밖에 없을 것이다. 이름마저 빼앗고 나면 기억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너 도둑아, 그것을 정녕 바란다면 내 빛을 빼앗아 보거라. 어둠 속을 다니며 모두에게 잊혀 마침내 한줌 재가 되어 스러지리라.’

도둑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대답 대신 훌쩍 하늘로 뛰어올라 달빛을 움켜쥐어 눈 깜짝할 사이에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도둑은 더없이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날이 밝았습니다. 해가 높이 떠올랐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빼앗긴 것과 도둑맞은 것에 대해 슬퍼하고, 분노하고 또 한탄했습니다. 도둑은 그 모습을 뿌듯한 기분으로 바라보며 크게 웃었습니다. 이제 모두가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도둑이 여기 있노라, 하고요. 얼마나 웃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해는 지지 않았고,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슬퍼하고 분노하며 또 한탄했습니다. 밤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달도 뜨지 않았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달이 사라진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도둑은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너무도 솜씨가 뛰어나 누구도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도둑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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