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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코뿔소 May 26. 2020

스케치 - 악마

1.     

잠든 사내의 감은 눈앞에 악마가 나타났다. 꿈 속이라 변변한 무기는 없었으나 강한 신념으로 무장한 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 악마와 마주 섰다. 악마는 지쳐 보였으며 걷잡을 수 없이 몸을 떨고 있었다. 악마가 흐느끼며 말했다.      


'나는 네 자식들을 타락시키려 왔다. 열일곱이 되는 해에 그들은 왕을 시해하리라. 그리하면 이 땅에 역병과 굶주림이 돌아 세상은 비탄에 빠질 것이다.'      


사내는 코웃음을 쳤다. 가장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적이라고는 하나 악마는 너무도 왜소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악마다. 천 가지 형상을 취하고 만 가지 거짓을 말한다. 마음을 다잡고 사내는 크게 호통을 내질렀다.      

'너 간악한 미덕의 적아, 그리 될 일은 없다. 왕께서는 현명하시고 또 자비로우시며, 왕국의 권세는 산 너머 바다 건너 야만족의 땅까지 태양처럼 비친다. 내 두 아들은 효심이 깊으며 성정이 곧아 바르지 않은 길로는 가지 않으며 아비의 말을 충실히 따른다. 설령 내 아들들이 올바르지 않은 길을 간다 하더라도 나는 아비의 도리를 다해 바로잡을 것이다.'     


악마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대신 더욱 큰 소리로 몸을 떨며 흐느낄 뿐이었다. 그 소리는 비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말의 동정심마저 들 정도로.      


'아아, 아아, 너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너는 무슨 일이 닥칠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을 막을 수가 없다. 나는 다만 그것을 알릴 뿐이고 그대로 행할 뿐이다.' 

    

사내는 미덕으로 충만한 사내였고, 강건함에 걸맞는 자비심을 갖고 있었다. 하여 사내는 악마의 팔을 잡았다. 움찔, 하며 떨리는 팔은 너무도 가늘었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았다.    

  

'너 어둠의 족속아, 그렇다면 네 뜻을 거두어라. 신께서는 자비로우시고 그 품은 한량 없이 드넓다. 악에서 발을 돌려 빛을 향하라.'      


악마가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사내를 보았다.      


'너는 진실로 자비롭고 또한 정의롭도다. 필경 네 자식들도 그리하리라. 허나 그리할 수 없다. 곡물이 이삭을 맺고 이리가 토끼를 먹듯이 이는 그리 될 것이고 또 그리해야 한다. 이것이 정해진 이치요, 한낱 악마가 어찌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누가 정한 이치란 말이냐? 이치나 도리도 신께서 정하는 것이다.'

'그만.'      


악마가 말했다. 새까만 두 눈에 불꽃이 타올랐다. 


'그만. 꾀로 악마를 당할 수는 없다. 논리로 악마를 이길 수는 없다. 파라켈소스도 파우스트도 제 오만에 져 혼을 넘기고야 말았다. 시간이 없다. 나는 그리할 것이다. 이를 막을 방도도 돌이킬 방도도 없다.'

'좋다.' 사내가 분개해 말했다. 


'그렇다면 그리 하라. 나는 그것을 막을 테다. 너와 같은 간사한 버러지가 무슨 짓을 하든 간에 말이다.'    

 

히히, 히히히, 악마가 웃었다. 다리가 여럿 달린 지네가 기는 소리 같기도, 허물을 벗은 뱀의 비늘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무어라?'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나는 네 자식들을 타락시키려 왔다. 열일곱이 되는 해에 그들은 왕을 시해하리라. 그리하면 이 땅에 역병과 굶주림이 돌아 세상은 비탄에 빠질 것이다.'      


사내는 잠에서 깼다.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고 아내가 걱정스레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자면서도 계속 소리를 내던데요.'

'아무 일도 아니오.' 사내가 조용히 답했다. '아이들을 불러 주구려.'     


‘아버지, 무슨 일이 있었나요?’      


쌍둥이가 쪼르르 부모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비는 두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찌 이리도 천사와도 같을까! 머리는 잘 익은 보리 이삭같이 금빛으로 빛났고, 두 눈은 하늘도 부끄러워 볼을 붉힐 만큼 푸르렀다. 신성모독에 가까운 생각이나, 사내는 자신의 아들이 인간의 몸에 수태한 두 천사라고 믿었다.      


‘아무 것도 아니다.’ 사내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그저 삿된 꿈이로다. 그의 자식은 자라 아비를 닮은 건장한 남자로 자랄 것이다. 너른 세상으로 떠날지도, 왕국에 이름을 날릴 학자나 기사가 될지도 모른다. 그는 성심을 다해 돌볼 것이다.     


2.     

형과 동생, 한 배에서 한날 한시에 태어난 두 형제는 그들의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했다. 마을에서 제일가는 장사이자 담을 훌쩍 뛰어넘는(비록 자주 그리하지는 않았으나, 큰 잔치가 열린 밤 어머니가 잠이 들자 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담을 가볍게 넘어 힘센 두 팔로 그들을 안아 앉혀 달을 바라보게 하였다) 거한이었으며, 공명정대하며 촌민의 존경을 받는 이였다. 그의 집은 소박하였으나 깨끗하였고 심지어 돼지나 닭, 소와 개와 같은 가축들조차 기품이 있었다.      


10분 먼저 태어난 형은 힘이 좋았다.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대장 노릇을 했다. 나무로 된 칼을 깎아 기사 노릇을 하였는데 비록 미천한 농사꾼의 자식이었으나 마을 어른들은 작은 아이를 두려워하고 또 공경하였다. 10분 늦게 태어난 동생은 머리가 좋았다. 채 다섯이 되기도 전에 글을 홀로 깨쳐 수사와 신부의 총애를 받았고 글을 모르는 어른들이 왕성에 상소문을 올릴 적에 문장을 다듬거나 받아 적고는 하였다. 성정도 특기도 달랐으나 아비는 둘 모두를 깊이 사랑하였다.    

  

‘큰 꿈을 꾸거라.’      


아비가 맥주를 거침없이 들이키며 억센 손으로 금빛 머리를 헤집어 흐트러뜨려도 두 형제는 마냥 행복했다.      

‘이 아비는 보잘것없는 농사꾼에 불과하다. 그러나 하늘을 우러르며 땅을 밟고 사는 나는 신의 뜻을 섬기며 왕을 아버지와 같이 우러른다. 내 담은 튼튼하며 아내는 정숙하며 또한 현명하다. 가축은 병들지 않고 밭에는 매년 금빛 이삭이 - 마치 너희들의 머리칼과 같이 - 맺힌다. 뜰의 나무에는 달콤하고 즙이 많은 열매가 많아 우리는 굶주리지 않는다. 이 어찌 행복하지 않으냐. 너희는 아무쪼록 신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스승과 어머니와 이 아비의 가르침만 잘 따르거라.’     


‘예, 아버지.’ 천진하고도 찬란하게 두 형제는 행복에 겨워 대답했다.     


‘형, 나는 커서 왕국에 이름을 날릴 학자가 될 테야.’ 금빛 머리칼의 동생이 푸른 눈을 빛내며 조잘거렸다.     


‘동생아, 나는 큰 칼을 휘두르며 못된 야만인을 베어넘기는 당당한 기사가 될 것이란다.’ 금빛 머리칼의 형이 푸른 눈을 빛내며 으스거렸다. 두 형제는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고, 아침이 되면 태양처럼 일어나 소에게 꼴을 먹이고 개를 데리고 밭에 나가 부모를 도왔다. 소년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열여섯이 되던, 축제날이 찾아올 때까지.     


3.     


대장장이에게는 딸이 있었다. 대장장이는 추하게 뒤틀려 있었다. 신을 노하게 했다. 아니다, 악마에게 혼을 팔아넘겼다. 염소와 흘레붙어 딸년을 낳았다. 촌민들은 수군거렸다. 그럼에도 그의 솜씨는 비할 데가 없이 좋았다. 부러진 낫도, 푸줏간 주인의 칼도, 한때 귀족이었으나 이제는 몰락한 부인의 머리핀도 감쪽같이 붙여 놓았다. 어제 만들어진 것마냥 그의 손에 닿은 쇠붙이는 빛을 내었고 기묘한 아름다움을 띄었다. 쌍둥이가 열셋 되던 해에 쳐들어온 야만족의 심장을 꿰뚫은 칼은 사악한 빛으로 검게 물들었다. 언제나 혈기가 넘쳤던 촌장의 젊은 아들은 뭇 아가씨들의 연심을 샀으나 증조할아버지로부터 전해 내려왔던 칼이 검게 물들자 끙끙 앓아누워 버렸다. 뱀을 닮은 마을 신부는 촌장에게 지엄한 경고를 던졌으나 하나뿐인 아들이 드러누운 꼴을 보자 숲 깊은 곳의 대장장이에게 찾아갔고 대장장이는 금화 두 닢을 받고 칼을 옛 영광의 모습으로 벼려 놓았다. 칼을 쥐어 주자 촌장의 아들은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왕성으로 향했고, 삼 년 뒤에는 기사가 되었고 그보다 육 년 뒤에는 기사대장이 되어 전장에서 큰 공을 세워 귀족 작위를 받았다가 독살을 당했다.     


그보다 전에, 사내의 두 아들이 열여섯이 되던 해에, 신의 부활을 기리는 축제가 열렸다. 가을이었다. 여러 돼지가 목이 꿰뚫려 비명을 질렸고 닭들은 사방으로 꼬꼬댁거리며 뛰었으며 개는 닭들을 쫓느라 바빴다. 촌부들은 껄껄거리며 피를 받아 마셨다. 아낙네들은 끊임없이 맥주와 빵과 과일을 날랐다. 아이들은 불가에 발가벗고 춤을 추었다. 비쩍 말라 뱀을 닮은 신부는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었으나 한 손에는 포도주를, 다른 한 손에는 육포를 들고 정신없이 주둥이에 처넣기에 바빴다. 쌍둥이가 처음 맞는 축제였고, 존경하는 아비는 거뜬하게 돼지 한 마리를 집어삼켰고 벌써 황소 두 마리의 뿔을 양쪽 다 뽑아 버렸다. 밤늦도록 축제는 이어졌고 두 소년은 그때 보았다. 불가에 대장장이의 딸이 춤을 추고 있었다.     


형은 잘 익은 산딸기처럼 타오르는 머리칼을 보았다. 소녀의 머리칼은 휘감고 치솟으며 빙빙 돌며 불에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타올랐다.      


동생은 강물처럼 흐르는 웃음을 들었다. 소녀의 웃음은 세차게 흐르다 돌에 부딪치고 여린 풀잎을 감싸 보듬고 마침내 폭포처럼 새빨간 꽃잎을 움트게 했다.     


장작이 모두 불타 스러지고 마지막 남은 불씨에 사내들이 짓궂은 농담을 던지며 오줌을 싸지를 때, 보름달이 높게 떠오른 길을 걸으며 형제는 아비에게 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 보셨나요. 저 아름다운 아가씨는 누구인가요. 악마처럼 춤을 추고 천사처럼 미소를 짓는 저 아가씨는 누구인가요.’    

 

아비의 표정이 굳었다.     


‘어서 집에 돌아가 기도를 드리고 잠을 자거라.’

‘아버지, 대답해 주세요. 그 아가씨는 누구인가요.’

‘너희들, 닭에게 모이는 주었고 소에게 줄 꼴은 베었느냐.’

‘아버지, 이미 그리 하였습니다. 대답해 주세요.’     


형제의 어미가 자식들의 어깨를 조심스레 쥐었다.  

    

‘아버지 말씀을 들으렴. 대장장이의 딸년이란다. 알아 좋을 일이 없어.’     

형제는 꼭 끌어안고 누웠다. 숲 속의 대장장이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내일 남몰래 찾아가리라고 두 형제는 다짐했다.     


4.     


열기는 멀리에서도 느낄 수가 있었다. 숲의 길로 걸은 것은 처음이었다. 버섯이나 열매를 따러 찾아온 적은 이번에도 있었으나, 깊이 들어들수록 숲은 형제를 밀어내는 듯만 싶었다. 까마귀가 울고 이름 모를 짐승이 깔깔거렸다. 형은 나뭇가지를 깎아 만든 칼을 꼭 잡았고, 동생은 그런 형의 팔을 잡았다. 알 수 없는 열기를 따라가니 저멀리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리지, 형?’

‘그래, 동생아.’     


땅, 땅, 땅, 소리는 점차 커져 갔다.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숲 깊은 곳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작은 오두막이 있었다. 담도 없었고 마당에는 꽃 한 송이도, 나무 한 그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담배를 꼬나문 대장장이가 있었다. 그는 더없이 추했다. 형제는 마을 어른들의 경고를 떠올렸다. 신의 벌을 받았다. 악마에게 혼을 팔았다. 염소와 흘레붙었다. 대장장이의 왼팔은 지나치게 커져 있었고, 오른다리는 쪼그라들어 있었으며, 한쪽 눈은 기괴하게 말려들어 두개골 속으로 파고들어 있었고 머리털은 몽땅 빠져 있었으며 키는 형제가 존경하는 아버지의 반도 채 미치지 못했다. 역겹다. 형제는 생각했다.     


‘게 누구요?’ 달아오른 쇠를 물에 담근 것과 같은 소리로 대장장이가 물었다.     

‘게 누구냐고 물었소. 백정인가. 작작 좀 부러뜨리지. 이번 달만 해도 두 자루야. 당신 할아버지가 울겠소.’   

  

형이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건방진 소리. 내가 누군지 아느냐.’     


대장장이가 가래를 퉤 뱉었다.     


‘지랄하고 앉았네. 어린 놈의 새끼가. 잔말 말고 고칠 것이 있으면 돈이나 내고 가시오. 검은 금화 한 닢이오, 식칼은 은화 세 닢이고, 농기구는 동화 열 닢이니.’     


동생이 앞으로 나섰다.     


‘따님을 봬러 왔습니다.’     


대장장이가 웃었다.     


‘헤, 그년도 다 컸는데 내가 어디 갔는지 알겠나. 좋을 대로 기다리시든가. 목소리를 듣자 하니 장사 아들이구만.’     


형제는 자부심을 느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다리겠소.’ 형이 말했다. 


‘글쎄, 좋을 대로 하라니까.’ 대장장이가 말했다. 덕분에 형제는 대장장이의 추한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는 더없이 추했고 자긍심이라든가 미덕이라든가 존경할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얼 만드시오.’ 형이 물었다. 


‘알 게 뭐람.’ 대장장이가 투덜거렸다. ‘아무튼 돈만 주면 그만이야. 돼지를 잡든 사람을 잡든 칼은 칼이고 낫은 낫이야. 나는 고칠 뿐이야.’     


해는 숲을 오래 비추지 않았다. 형제는 덜컥 겁이 났지만 그때마다 서로를 보듬었다. 그들의 첫 반항이었으나 머리가 뜨거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것이 풀무의 열기 때문이었는지, 처음으로 느낀 욕정의 불꽃 때문이었는지 그들은 몰랐다. 늑대가 저멀리 울부짖었고 소년들은 앉은자리에서 안절부절하였으나 - 대장장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달이 어제보다는 이울었으나 높이 떠오를 때, 추한 대장장이의 딸이 돌아왔다. 머리는 산딸기처럼 빛났고 살결은 보름달처럼 빛났다. 강물이 꽃잎을 에우는 소리로 소녀가 물었다.     


‘누구시죠?’     


5.     


형이 답했다. ‘음, 저, 그게.’ 동생이 형의 팔을 채었다. 가만 있어 봐. ‘아가씨, 안녕하세요. 축제 때 뵈었고 이야기나 좀 하려고 왔습니다.’ ‘아아, 그러신가요.’ ‘예에, 그렇습니다.’    

 

두 소년이 여자와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었다. 비록 동생이 형보다, 아니, 마을의 그 누구보다도 많이 배웠다고는 하나, 제대로 된 말을 전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아무쪼록, 제 아내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소녀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제가 왜요?’     


형제는 당황했다. 우리 아버지는 마을에서 제일가도록 성실하며,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자랑할 것은 아니지만 흉년에도 남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 줄 정도로 부유한데. 우리 어머니는 현숙하며 또 지혜롭다. 우리 가축은 새끼를 잘 낳고 나무에는 풍족히 과실이 열린다. 더듬거리며 형제는 이야기했다.     


‘저는 숲 속에서 행복하답니다. 뭐, 가끔 지루할 때도 있지만요. 그런데 저는 여러분을 모른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이 찾아와 혼사를 논하는데 제가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요.’     


형이 당황해 소리를 질렀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동생도 덩달아 소리쳤다.  

   

‘저도 그렇구요.’     


형제가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두 쌍의 눈은 청옥처럼 빛났다.      


‘그렇군요. 그런데 죄송합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대장장이가 담배를 뻐끔 피워 물었다. 그것이 몇 번째였는지 형제는 이미 너무도 연기를 들이마셔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군요, 그럼.’

‘그렇군요. 그럼 안녕히.’     


형제가 더듬대며 말했다.    

 

‘잘 가시오. 자네들 아비 저번적에 볼 때 낫 날이 많이 상했던데, 한 번 오라고 말씀 전해 주시오.’ 대장장이가 말했다. 그러나 형제는 돌아갈 길을 알지 못했다.          


내가 스케치를 쓰는 까닭은 첫째, 스케치니까이다. 말인즉슨 스케치 이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둘째, 그러니 누군가가 이걸 가져다가 완결시키면 나야 반가운 일이다. 원안 표시만 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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