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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코뿔소 Jun 11. 2020

Cheers, Darlin'


https://www.youtube.com/watch?v=cL7QZv9wCZ8

46:45부터


"예전에 한번은, 잠깐 좀 앉아야겠네, 꼭 지금처럼 비가 내리던 저녁이었는데요. 비가 쏟아져서 바에 들어갔죠. 문을 열다가 어떤 여자랑 부딪혀서 쓰러트렸습니다. 사과했고 당연히 그 여자는 화가 엄청 났죠, '우아아!' 이러면서. '젠장, 뭐 하는 거예요? 조심 좀 해요!' 나는 '미안해요! 미안해요!' 이랬죠. 바에 들어가면서도 계속 미안하다고 그랬는데. 아무튼 요샌 무슨 일이건 미안하다고 하니까요. 그래 앉아서 '제가 술 한 잔 사드려도 될까요?' 이랬어요. 그녀는 '됐어요, 괜찮아요'. 난 계속 '아녜요, 한 잔 사겠습니다. 부탁이에요.' 그래서 와인 두 잔을 시켰어요.


와인 한 잔 주시겠어요? 고맙습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앉아서 이야기했어요. 그녀가 지금은 뭐 여기 없지만, 알아서들 상상해 보세요.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다들 잘 아시겠지만 와인 한 잔만 있으면 몇 분 뒤 일은 참 쉬워지니까요. 그 무렵에는 화가 좀 가라앉았습니다.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하다 보니 같은 동네 출신이데요. '와, 그거 참 재밌네요.' 그렇게 와인을 마셨어요.


좋았어요. 이때쯤 그녀가 꽤 마음에 들었어요. 잔이 비어서 '한 잔 더 드실래요?' 하니까 '아뇨, 아뇨, 괜찮아요.' '아뇨, 한 잔만 더 사드릴게요.' 어쨌든 내가 그녀를 밀쳐 넘어트렸으니까, 결국엔 그래요 그럼, 하더군요. 그래서 한 잔 더 마셨죠.


건배!


우리는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그러다 팔꿈치가 닿았네요. 무슨 뜻인지 알죠. 팔꿈치 때문인지 와인 때문인지는 몰라도 꽤나 기분이 좋더라구요.


그때쯤 바에 조명도 다 꺼졌어요. 마지막 주문을 받을 때였고. 마지막 한 잔만 하시죠, 이제 바 문을 닫으니까요, 아녜요, 아녜요, 그럼 마지막 한 잔만. 그래서 마지막 와인을 마셨죠.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알아차린 게 같은 동네 사니까, 집에 가는 버스 타야 할 시간인 거예요, 아마 그녀는 버스 시간을 모르는 것 같길래 그래서 일부러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어쩌면 더블린 시내를 같이 걸을지도 모르니까요, 시티 센터라든가. 해가 떠오를 때까지. 그래서 와인을 마시고.


그러다 진짜 가야 할 시간이 됐어요. '오!' 한 자정쯤이었거든요. '젠장, 벌써 12시네요. 집 가는 버스 끊겼을 텐데. 그때 그녀가 돌아서서 말하길 '오, 저 버스 안 타요. 남자친구가 태워 주거든요.' 나는 '오, 그렇군요. 잘 됐네요. 잘 됐어요.'


'사실 지금 바로 가봐야겠어요. 아마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술 정말 고마워요.'

'별 말씀을.'

'여기, 여기요- 담배 한 대 태우세요. 돗대에요. 혼자 마음껏 피워도 돼요.'

'아, 그럼요. 잘 됐네요. 혼자서 즐길 수 있겠어요. 고마워요.'


그날 저녁에 밖에 나갔죠. 안녕, 잘 가요. 손을 흔들면서. 다시 바에 돌아왔어요. 주인이 날 보더니 불쌍하다 싶었는지 술 한 잔을 더 주더군요. 아, 슬슬 달아오르네.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진짜, 제대로 취하고 싶어서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바에 앉아서, 그때 아일랜드에서는 여전히 바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거든요, 종이 한 장을 꺼내서, 사실 맥주 받침이었는데, 거기서 종이를 좀 찢어다가 사람들, 바의 소음, 사람들...

진짜 집중했죠. 주인한테 펜 하나 달라 그래서, 담배 꼬나물고, 앉아서 생각하기를


생각하기를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곤


'건배, 달링!'


건배, 달링이라고 썼어요. 엄청 취했었어요. 뭔가 쓰려 했어요. 영감이 떠올랐고 화도 났거든요.


아무 생각도 안 나긴 했지만


천천히


건배, 달링


Cheers darlin'

Here's to you and your lover boy

Cheers darlin'

I got years to wait around for you

Cheers darlin'

I've got your wedding bells in my ear

Cheers darlin'

You give me three cigarettes to smoke my tears away

건배, 달링

당신과 당신 사랑에게

건배, 달링

당신을 기다릴 세월은 충분히 남아 있어

건배, 달링

내 귀에는 당신 결혼식 종이 울리고

건배, 달링

당신은 내게 눈물을 태워 보내려

담배 세 개피를 주었지

And I die when you mention his name

And I lied, I should have kissed you

When we were running in the rain

What am I darlin'?

A whisper in your ear?

A piece of your cake?

What am I, darlin?

The boy you can fear?

Or your biggest mistake?

당신의 그의 이름을 말할 때 나는 죽지

거짓말을 했어, 입을 맞췄어야 했는데

우리가 빗줄기를 뚫고 달릴 때

당신에게 나는 뭐야?

귓가에 울리는 속삭임?

당신 케이크의 그저 한 조각?

나는 당신에게 뭐야?

두려운 소년?

가장 큰 실수?

Cheers darlin'

Here's to you and your lover man

Cheers darlin'

I just hang around and eat from a can

Cheers darlin'

I got a ribbon of green on my guitar

Cheers darlin'

I got a beauty queen

To sit not very far from here

건배, 달링

당신과 당신 애인에게

건배, 달링

나야 그저 통조림이나 까먹겠지

건배, 달링

내 기타에는 녹색 리본이 달려 있다네

건배, 달링

미의 여왕께서

내게 멀지 않게 앉아 계시네

I die when he comes around

To take you home

I'm too shy

I should have kissed you when we were alone

What am I darlin'?

A whisper in your ear?

A piece of your cake?

What am I, darlin?

The boy you can fear?

Or your biggest mistake?

Oh what am I? What am I darlin'?

I got years to wait

그가 당신을 데리러 올 때

나는 죽어

나는 너무도 수줍지

우리 둘만 있을 때

키스했어야 하는데

나는 당신에게 뭐야?

귓가에 울리는 속삭임?

당신 케이크의 그저 한 조각?

나는 당신에게 뭐냐구

두려운 소년?

가장 큰 실수?

나는 뭐야, 당신에게 나는 누구야?

당신을 기다릴 세월은 한평생 남아 있어



무대 위에서 와인을 마시고,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진짜 웨이터처럼 생긴 덩치 좋은 아저씨는 이야기를 듣다가 네 잔째 될 때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흔든다. 담배는 불이 제대로 붙지 않았어, 계속해서 불을 붙이면서, 비가 내리고,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Cheers, da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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