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난간에 팔꿈치를 괴고 그날의 첫 담배를 피우면서 모래 위에 떨어져 있는 새들을 바라보았다.
개중엔 아직 살아서 파득거리는 것들도 있었다. 새들이 왜 먼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 와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새들은 더 남쪽도 더 북쪽도 아닌, 길이 삼 킬로미터의 바로 이곳 좁은 모래사장 위에 떨어졌다.
(...)
영국인은 여자가 탁자 위에 놓아둔 코냑 잔을 집어들어 단숨에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지갑에서 지폐 한 장을 꺼내 받침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모래언덕을 뚫어져라 응시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새들이 모두 이렇게 죽어 있는 데에는" 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이유가 있을 거요."
-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