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튈르리 정원의 오리들을 보며 삶을 생각했다. 프랑스, 파리, 튈르리의 오리들. 삶과 여유와 행복의 삼박자가 고루 갖추어진 오리들을 바라보며 이 분수 앞 벤치에 앉아 이곳에 온 이유를 다시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오리들에게도 고민은 있을 터. 다만, 나는 그것을 이 오리들에게 묻지 않기로 했다.
원형으로 가로막혀 있는 분수에서 여유를 뽐내며 유영하는 오리들은 프랑스인들과도 닮았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만족하며 사는 것, 욕심내지 않으며 개인의 여유와 행복이 더 중요한 것. 튈르리의 오리들은 프랑스인들과 닮았다.
오리들은 이 작은 분수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해 떠 있는 내내 헤엄치다 잘 시간이 되면 풀숲으로 가 노곤한 몸을 달랜다. 오리들에게 주어진 물이라고는 이 자그마한 분수 뿐이지만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오리들은 모두 튈르리에 만족하며 사는 중이다. 몇몇 오리들은 나에게로 와 먹이를 달라는 듯이 눈을 마주친다. 내가 줄 것이 없어 속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면 오리는 싱겁다는 듯이 몸을 돌려 떠난다. 오리의 배고픔은 인간의 배고픔과 같다. 인간에게 다가와 먹이를 달라고 꽥꽥 울어대는 오리나 배가 고파 먹을 것을 달라는 인간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인간과 오리는 모두 같은 배고픔을 느낀다. 다만, 튈르리의 이 오리들은 애걸복걸 하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과 유일하게 다른 점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이 오리들에게서 만족과 행복에 대해 얻어낼 수 있었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그것을 잘 활용하는 삶, 욕심내지 않는 삶,
나는 튈르리의 오리들에게서 사는 것을 배웠다.
-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거주 중입니다. 세 번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곳에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풍경과 새로운 것에 대한 아름다움보다 조금 더 프랑스에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