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네요. 잘들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로부터 9,00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추석을 맞이했습니다. 아버지의 고향인 대전을 가지 않은 건 수능을 치르던 2011년의 추석과 군생활을 할 때 뿐인데요, 이렇게 다시 가지 않게 됐네요. 내 마음 대로 떠나온 것이라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미안하네요. 가만 보니 명절만 되면 친구들을 만나 놀기 바빴던 걸 생각하니까 더 미안하네요. 아무튼, 다 지나가고 있지만 남은 연휴도 잘들 쉬시길 바랍니다.
한국에는 추석 연휴가 있는 이번 주에 저는 추가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다음 주에 여자친구를 만나러 런던에 가기 위해 빠지는 근무를 지난 주와 이번 주로 당겨서 하는 중입니다. 명절인데 부모님과 통화도 한 번 못하고 일만 하고 있으니 마음이 영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제가 선택한 일인 걸요. 어찌어찌 흘러가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많이들 드셨는지요. 저는 평소에 즐겨 먹지 않던 전이 명절이 되니까 그렇게 땡기네요. 가끔 전을 먹으러 공덕동에 갔던 게 생각도 나구요. 항상 추석 즈음이 되면 편의점이나 술집의 바깥 자리에서 술 마시는 것을 마무리하던 게 생각나네요. 여기야 뭐 테라스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겨울이 되도 테라스에 앉아 술을 홀짝일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마시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연휴에는 가족과, 친구들과, 연인과 맛있는 음식도, 술도 많이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있으니 그것들이 다 그립네요.
이번 주의 유일한 오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몇 자 적어봅니다. 다시 내일과 모레, 풀타임 근무를 소화해야 하지만 괜찮습니다. 다음 주에는 드디어 여자친구를 만나거든요. 3개월 만에 만나는 거라 두근두근합니다.
아무쪼록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들 지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 그대들의 벗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