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31일, 무한도전은 563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무한도전에 관한 글은 이전에도 짧게 쓴 기억이 있는데, 최근 유튜브를 통해 지난 무한도전을 보면서 심심치 않은 위로를 받는 차에 다시 써본다. 언제나 내 마음 속에 0순위로 자리 잡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남아 있는 무한도전을 나는 아직 떠나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다. 종영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나는 무한도전이 그립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질 좋은 예능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한도전의 대체재를 찾지 못했다. 라디오스타 정도가 이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는데 그 마저 윤종신의 부재가 아쉬울 모양이다. 나는 여전히 무한도전 안에서 헤엄치고 있다. 이전에는 비정상회담, 마녀사냥, 방구석1열 정도가 나에게 눈에 띄는 예능이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으며 프랑스로 오게 된 후로는 TV를 보지 않으며 살고 있으니 아마 내년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못 찾을 듯하다. 언제 어디서나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열정을 들이붓는 모든 예능을 만드는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분명히 시즌 종료라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종영회에서 말했다. 시즌 종료라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오겠다고. 나는 그 말을 똑똑히 기억한다. 무한도전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수많은 시청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잊을 수 없다. 언젠가는 돌아오리라 믿으며 지난 무한도전 클립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이토록 내가 좋아한 TV 프로그램이 있나 생각해보면 무한도전 말고는 없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더 아쉽고 그리운가 보다.
무한도전의 첫 회를 본 기억이 난다. 나는 그 때 초등학교 6년생이었는데,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빠가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다. 뭘 보나 싶어 같이 앉아서 보는데 익숙한 얼굴의 연예인들이 황소랑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프로그램인가 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 아빠는 그걸 보며 “참 할 짓 없다.”라고 말했다. 지금 보면 과하고 유치하게 느껴지는 그것이 그 때는 그렇게나 재미 있었다.. 깔깔깔 웃어대며 봤다. 나는 그렇게 무한도전에 빠지게 되었다.
무한도전을 보기 위해 학원 보충수업을 가지 않은 일, 무한도전을 보기 위해 친구들과 놀다가 먼저 귀가한 일, 무한도전을 보기 위해 술 약속을 8시 이후로 잡은 일, 파업 때문에 몇 달 간 무한도전을 보지 못해 심심해 하던 일, 무한도전 사진전을 보기 위해 진학이랑 일산까지 다녀온 일, 본방송을 챙겨 보지 못해 엄마 몰래 IPTV를 결제하여 본 일, 무한도전에 감명 받아 꿈을 방송국 PD로 정해 모든 수시 지원을 신문방송학과로 한 일, 그 이외의 수많은 일이 머릿속을 스친다. 무한도전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설명하려면 밤을 꼬박 새워도 모자랄 것이다.
이제 다 지난 것들이니 과거형으로 표현을 해도 괜찮겠다. 무한도전에는 사연이 있었다. 억지로 눈물 쥐어 짜내는 감동코드가 아니라 6명 혹은 7명 각 캐릭터의 사연, 프로그램의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각 캐릭터의 개성과 그것들의 유기성, 조화가 고루 갖추어지게 만든 김태호 PD의 연출도 훌륭했다. 장기 프로젝트의 같은 경우는 시청자를 떠나 한 명의 인간으로서 큰 감동을 받았다.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기 위해 온 열정을 다 쏟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한도전은 진정으로 열심히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여타 예능과의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아닐까. 무한도전은 인상 깊은 프로젝트를 참 많이도 남겼다.
나는 아직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무한도전은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이 많다. 자막으로 약속했는데 다 안 지키고 떠났다. 그것들 다 지키려면 돌아와야 하지 않겠나. 세상에 나같은 열혈 애청자가 얼마나 많은데. 나는 이제 무한도전이 돌아오는 걸 꿈속에서만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