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asteuryouth Oct 24. 2019

조금 괴롭지만

코가 예민한 탓에 종종 냄새로 기억하는 때가 있다. 이를테면 사람에게서 나는 향, 음식점에서 나는 향 따위의 것들. 강렬하게 다가온 것들은 절대 잊을 수 없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다.


파리에서 냄새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지하철역과 길거리에서 나는 오줌 냄새, 프랑스인들의 땀냄새가 날 괴롭힌다. 오줌 냄새야 적응해서 괜찮지만 땀냄새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한국인의 땀냄새와는 완전 다른 차원의 냄새다. 만원 지하철에서는 정말 괴롭다.


적응할 법도 한데, 도저히 안 된다. 10월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도 냄새는 난다. 1년 내내 괴롭지 않을까. 땀냄새도 괴로운데 안 씻어서 나는 냄새는 더 참을 수 없다. 가끔 너무 심한 사람을 만나면 차라리 후각을 잃고 싶을 정도로 냄새가 독하다. 대체 이놈들은 이걸 어떻게 견디면서 사는 것인가. 그 정도로 냄새가 난다면 본인도 느낄 텐데 말이다.


주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프랑스인들도 냄새가 다 심한 걸 알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참으면서 산다고 한다. 참으로 다정한 사람들이구나. 이 냄새를 참다니.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때문에 1년만 살다 가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평생 이 냄새를 맡으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프랑스인들 냄새는 아주 고약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다른 냄새여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에도 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 냄새도 견디기 힘들다. 여기 사람들은 다른 냄새가 나서 견디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평생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를 맡고 있으니 버티기 힘든 것이다.


뭐든지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 프랑스인들의 냄새, 새로운 직장의 첫 출근, 새로운 학교의 첫 수업과 자기소개(아직도 자기소개를 하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것은 늘 힘들다. 익숙한 것이 편하고 좋다. 그래도 늘 새로움은 존재하는 법이다. 적응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익숙한 것만 찾다 보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새로움을 견디는 힘만이 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 (그래도 이곳의 냄새는 힘들다.)


어쩌다 이곳에 와서 새로운 것들을 잔뜩 경험하고 있는 걸까. 과연 나는 이곳에 잘 적응해서 원했던 바를 다 얻어갈 수 있을까. 내년에 돌아갈 때까지 책 한 권의 분량을 써낼 수 있을까. 조금 더 나은 글을 써낼 수 있을까. 내 글이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영화를 무진장 많이 보고 갈 수 있을까. 돌아가면 취직 잘 할 수 있을까. 돌아가면 좋은 에디터가 될 수 있을까.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며 동시에 새로운 걱정을 마주하게 됐다. 오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것들을 마주하며 수없이 당황하고 무너졌던 날들을 기억한다.


앞으로 욕할 날이 무지하게 많겠지. 그럼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욕 한 번 시원하게 하고 다 잊어버려야겠다. 새로움을 맞이할 준비를 늘 하고 있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잘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