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파리로 놀러 온 그녀가 좀 전에 떠났다. 내가 런던에 다녀온 이후 꼬박 2주 만이었다. 인천에서 입국장으로 들어갈 때의 나와, 런던에서 유로스타에 몸을 싣던 나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그녀가 유로스타에 몸을 실었다. 헤어짐은 언제나 아쉬운 법이다. 다음 달에 만날 약속을 하며 그녀를 보냈다. 나는 이제 다시 마트에 출근하고, 글을 쓰고,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워야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연인에게 2박 3일은 너무 짧다.
꼬박 2년 만에 그녀와 다시 파리를 돌아다녔다. 우리의 가장 큰 기억이 남아 있는 샹젤리제는 가지 않았지만 함께 하는 파리는 여전히 좋았다. 2년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게다가 나는 이곳에 살고 있으니 더욱 더 특별할 건 없지만 그녀와 함께 한다는 것이 가장 다르게 느껴졌다. 혼자 출근하러 갔던 마트에 그녀와 함께 장을 보러 갔으며, 내가 먼저 와서 찾은 좋은 곳들을 함께 하는 그 즐거움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파리에 오기 전, 오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여자친구는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뭘 어떡하나. 버티며 지내야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둘러대는 게 전부였지만, 질문을 받을 때마다 씁쓸했다. 아무리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연애라는 걸 가볍게 느끼는 것 같았다. 잠시 떨어지는 것뿐인데 견디지 못한다고 선을 그어두니 말이다. 둘 중 하나가 멀리 떠나서 끝이 날 연애라면 시작도 안 하는 게 좋다. 그 정도를 견딜 수 없는 연애라면 나는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둘이 함께 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 만큼 중요한 시간이 ‘나’의 시간이다. 함께 커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나는 내가 사랑하는 파리로 온 것이고, 그녀는 학업을 위해 런던에 간 것이다. 단지 그 뿐인 것을. 나는, 아니 우리는 그 정도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 매순간 열렬하게 사랑하는 것이며 서로를 응원하는 것이다.
물론 걱정은 했었다. 그녀에게서 일종의 불안을 느꼈기 때문에 나 역시 걱정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3개월의 시간을 지나 나는 파리에, 그녀는 런던에 있어 시차가 얼추 맞으니 꽤 큰 걱정이 떨어져 나갔다.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한국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시차가 맞으니 비슷한 시간에 잠을 자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난다. 그것 만으로도 아주 큰 위안이 된다.
별 다른 걱정 없이 각자 열심히 살다 보면 시간은 흘러가 있을 것이다.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흐른다. 내가 파리에 온 지 벌써 4달 째다. 내년에 한국으로 돌아갈 나와 런던에 남을 그녀가 훗날에도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며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호들갑 떨지만 않는다면 시간은 무탈하게 흘러간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음 달에 런던에 간다면 그녀와 더 바짝 붙어 있어야겠다. 그 귀중한 시간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