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를 간단하게 하고 넘어가자면 감독은 레니 에이브러햄슨으로 이전 작품으로 '프랭크'라는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영화 중 하나로 꽤나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고 살짝 이해가 힘들 수 있지만 나는 취향이 맞았던 영화였다.
특히 룸은 원작자인 엠마 도노휴가 각색을 맡으면서 원작 그대로의 스토리와 준수한 연출로 소설의 영화화의 성공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주연 진 또한 화려하다. 엄마 역할은 무려 브리 라슨! 바로 캡틴 마블 되시겠다.
'캡틴 마블'과 '룸'에서의 브리 라슨
룸 촬영 당시 브리 라슨은 오랜 시간 갇혀있던 연기를 위해 최대한 혼자 지내며 아들 역의 제이콥 트렘블레이하고만 대화를 나누고 체중 감량과 선블록을 항시 바르며 창백한 피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등 열연을 펼쳐냈고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얻는다.
아들 역으로 나오는 아역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 또한 출중한 연기력을 뽐내는데 영화 속 이미지를 보면 딸로 착각하기 쉽지만 그렇다 아들이다.
긴 머리로 나오는 장면과 이후 머리를 자른 모습
나는 책을 보고 봤음에도 영화 초반 딸인 줄 알았다.
설정상 계속 갇혀있어서 머리가 많이 자랐다고 하더라 아무튼 이 아이는 이후 '원더'라는 작품을 찍는데
원더라는 작품은 보게 되면 다시 리뷰하겠지만 아역배우가 캐리 하는 작품이라 들었던 것 같다.
룸의 출연진 소개에는 두 번째에 적혀있다가 원더에서 첫 번째로 올라온 걸 보면 비중이 크다는 건 확실한가 보다.
(약 스포) 룸 메인 예고편
여기까지 영화 소개를 마치며 룸은 책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고 책을 먼저 읽어봤기 때문에 책에 대한 리뷰까지 적어보고자 한다.
룸
저자 엠마 도노휴
알라딘 평점 8.9 / 10
교보문고 평점 8.6 / 10
'룸'은 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또한 영화와 소설 모두 읽은 개인적인 평점은 '책 > 영화'이다.
이런 좋은 영화임에도 내가 책을 더 높이 평가한 이유는 시선의 차이와 어쩔 수 없는 분량의 한계이다.
책은 오롯이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다른 인물로의 시점 이동이 생긴다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였던 것 같다.
물론 영화에서도 아이의 시선을 살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역시 매체의 특성상 이 부분은 책을 이기기 어렵다.
그리고 책이 매우 두꺼운 것 또한 책이 더 재밌음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책에서는 이야기의 갈등과 진행을 좀 더 길게 풀어나가는 반면 영화는 길이의 제약이 있다 보니 이야기가 축약될 수밖에 없고 책을 먼저 접한 사람에게는 그런 부분들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건 당연했다.
※스포주의※
(이후 책 리뷰에는 줄거리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는 이전에 읽었을 당시 작성했던 서평으로 대체하도록 하겠다.
전체적인 내용은 어린아이가 방안에 엄마와 함께 갇혀있고 방을 탈출해 나가는 스토리이다.
이렇게만 들으면 스릴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방에서의 탈출은 꽤나 의미가 깊다.
아이에겐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며 엄마는 냉혹한 현실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초반부 감금된 방 안에서 생활하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아이는 엄마가 방에 갇힌 이후에 방 안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엄마는 그런 아이에게 이런 잔혹한 현실을 차마 알려 줄 수 없었고 방안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아이에게 가르친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아이의 눈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순수한 아이를 통해 어두운 감금생활은 평범한 하루처럼 표현된다.
여기서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에 대한 표현들이 매우 신선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후 엄마는 이 방을 탈출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모자는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 성공한다.
나는 여기서 해피엔딩으로 끝날 거라 생각했으나 아직 책은 절반이나 남아있었다.
밖으로 나온 엄마와 아이는 탈출만 하면 편안한 예전 집에서 가족들과 평범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기자들이 몰려오고 아이는 방에 비해서 너무나도 거대해진 세상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며 이윽고 방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리고 평화롭던 가족도 예전 같지 않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혼하셨고 친할아버지는 손자를 물건 보듯이 하셨다. 어느 것 하나 밖으로 나온 엄마를 가만히 놔두는 것이 없었다. 끔찍한 방에 갇혀있을 때 상상했던 꿈같은 현실은 없었으며 현실은 말 그대로 냉혹했고 이로 인해 엄마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방에서의 감금도 견뎌낸 엄마지만 바라고 바라던 현실이 무너진 엄마는 이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도저히 결말을 상상할 수 없었다. 불행했지만 한편으로 행복했던 방에서의 이야기와 달리 점점 더 어두워지는 밖에서의 모습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 엄마는 위급한 순간을 넘기고 아이는 친절한 새 할아버지와 함께 점차 세상에 적응해 나간다. 그리고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는 엄마에게 다시금 살아나갈 힘을 준다.
이로써 엄마는 방 안에서도 방을 나가는 과정도 방에서 나온 뒤에도 아이 덕분에 살아난다.
마직막 장면은 아이와 엄마가 예전에 살던 방에 다시 찾아가서 방과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이 장면을 통해서 결국 엄마와 아이 모두 이제는 완전히 방에서 벗어나서 세상으로 나왔음을 암시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나서 현실의 당연함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계속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에 따라서 방이 전부였던 아이의 눈에는 우리가 당연시하는 일들과 당연시하는 물건들이 신기함과 이상함으로 다가온다.
사실 우리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을 보면 세계를 100명의 마을에 비유해서 다양한 통계를 알려준다.
이 마을에서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거의 굶어죽기 직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15명은 비만이다.
또한 마을 에너지의 80%는 20명이서 모두 소비하고 나머지 20%를 80명이서 나누어 쓰고 있다.
마을에 사는 75명은 먹고 살 충분한 양식을 가지고 비바람을 피할 안전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나머지 25명은 그러지 못하다고 한다.
심지어 이 중 17명은 그들이 마시는 물조차 안전하지 못하고 더럽다.
이렇듯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는 많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못하며 같은 세상에 살지만 다르게 살아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좁은 방 안에서 작은 창이 하늘의 전부였던 아이를 보며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쯤 봐보길 추천하며 책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영화를 통해서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