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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챠 WATCHA Oct 29. 2019

스팅이 듣고 싶을 때,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1995)



올해 69세. 검은 청바지에 무채색 티셔츠. 영국 북동부 조선소 마을 출신. 14개의 솔로 앨범 발매. 그래미상 17회 수상.  2003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 수상. 재산이 3000억이지만 자녀들에겐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


엄청난 이력 만큼이나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가수, 스팅이 얼마전 내한 공연을 했다. 스팅은 여전했다. 다부지면서도 여유있는 모습, 허스키하면서도 강렬한 음색. 쌀쌀한 가을밤과 어울리는 쓸쓸한 목소리. 스팅이 듣고 싶을 때 보면 좋은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아내도 떠나고 직장도 잃은 알콜중독자 벤. 벤은 “술 때문에 아내가 떠난건지, 아내가 떠나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건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사람이다. 사실 어떤 게 먼저인지는 이미 중요치 않다. 그는 술에 잔뜩 쩔어 있고 앞으로도 쩔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벤은 남은 재산을 다 들고 라스베가스로 떠난다. 그에겐 묵게 된 숙소에 써있는 문구 ‘whole year rent(연간 임대)' 가  ‘the hole you're in(너가 빠진 구멍)’ 로 보인다. 그는 이미 스스로를 수렁에 빠트렸고 라스베가스는 그에게 출구 없는 삶의 마지막 종착지다. 


“하룻밤 같이 지냈는데 오래 지낸 기분이에요. 내가 나 자신인 느낌“


거리에서 성매매를 하는 세라는 벤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벤은 세라가 이름 철자에 R을 쓰는지 L을 쓰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이름이 멋지다고 하는 사람, 그녀의 존재 그 자체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 외로운 세라에게 벤은 그렇게 특별하다. 같이 살자는 세라에게 벤이 제시한 조건은 단 하나. 


절대 술 먹지 말라고 하지 말 것. 



함께하게 된 두 사람. 알콜중독자인 벤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세라가 선물한 건 휴대용 술병이었다. 벤은 이제야 비로서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다고 하지만…


술을 먹다 죽으려고 라스베가스로 온 벤에게 휴대용 술병을 선물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게 맞을까. 사랑하는 그 사람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그 모습조차도? 각자의 답을 안고 영화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는 존 오브라이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제작 중 작가가 사망했고 감독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영화를 포기하지 않고 만들었다. 적은 예산으로 3주만에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줄곧 재즈 음악이 흐르는데, 이 영화의 감독인 마이클 피기스는 재즈 뮤지션 출신으로 이 영화 음악 전반을 담당했다. 


피기스 감독의 1988년 영화 <폭풍의 월요일>엔 스팅이 배우로 출연할 정도로 둘은 친분이 있었다. 이 영화가 나온 해가 1996년으로 이미 그 전년도에 스팅은 ‘레옹' ost로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피기스 감독과의 우정 덕분에 이 영화에 3곡을 흔쾌히 선물했다고 한다. 



스팅이 선물한 곡들은 이 영화에선 주로 밤 장면에 흐른다. ‘Angel Eyes’ ‘My one and only love’  같은 곡들이 벤과 세라가 나오는 장면에서 아름답고도 쓸쓸한 정서를 더해준다. 이 영화를 다 보고나면 어디서든 이 노래들을 듣는 순간 쓸쓸함이 물 밀 듯 밀려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국내에서 스팅의 ost가 가장 사랑 받은 영화는 <레옹>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재개봉이 무기한 연기될 정도로 소아성애적 관점에 대한 문제의식, 감독의 성폭행 추문등으로 인해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영화가 됐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고도 보고 싶다면 왓챠에 있어요.속닥속닥) 


<레옹>보단 덜 알려졌지만 스팅의 ost를 즐기기에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도 충분하다. 


주인공 벤을 연기한 니콜라스 케이지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일약 스타가 됐다. 마이클 피기스 감독과 세라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슈는 후속작에서 이 영화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피기스 감독은 한국과의 인연도 깊은데 2019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해서 현재 한국에서 영화도 찍고 있다고 하는 TMI도 전하며…



최유빈 PD 추천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어떤 영화?


최유빈 / KBS 라디오 PD


매일 음악을 듣는게 일 입니다. 0시부터 2시까지 심야 라디오 '설레는 밤 이혜성입니다'를 연출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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