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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챠 WATCHA Nov 04. 2019

드라마로 재탄생한, 애거사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2015), 검찰 측의 증인(2016)



왓챠플레이 신작 업데이트를 보다가 기뻐 소리를 지를 때가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미스터리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BBC TV 드라마들을 보면서였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2015)와 <검찰 측의 증인>(2016). 


고전 미스터리 팬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작품당 1시간 분량의 드라마 2부작으로 업로드 되었는데, 작품의 해석이라는 면에서는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을 영화화한 경우보다 더 뛰어난 면을 보여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정도다(작품마다 편차는 있지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2015)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동명의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 중 가장 재미있고 흥미롭게 각색되었다. 무인도에 열 명의 사람들이 초대장을 받고 모여든다. 초대를 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손님들은 과거에 저지른 죄를 폭로당한다. 


당분간 뭍으로 갈 수 없다. 과연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인가. 소설이 가지고 있던 트릭에 더해 섬 안의 모든 사람이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 옥죄오는 공포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큰 매력이다.


하지만 포와로 식으로 마지막에 모든 사람을 한 방에 모아 범인과 그의 트릭을 ‘발표’하는 엔딩이 주는 후련함이 이 작품에는 없다. 독자는 전말을 알게 되지만,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끝난 뒤 시원하게 돌아서기에는 뭔가가 불편하게 남아 있다는 생각에 시달리게 된다. 


그 ‘다크 포스’를 살려내는 데는 드라마 쪽이 더 유리해 보인다. 상업영화보다는 심야에 방송하는 특집드라마가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더 유리하니까. 샘 닐, 찰스 댄스를 비롯한 낯익은 영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검찰 측의 증인(2016)


<검찰 측의 증인>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야기의 향방이 뒤집어지리라 예측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킴 캐트럴, 토비 존스 등의 배우가 출연했다. 부유한 중년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재산의 상속자는 그녀의 애인인 레너드라는 젊은 남자인데, 그에게는 아내 로메인이 있다. 


남편의 외도에 분노한 로메인은 남편에게 불리한 증언에 나선다. 전쟁이 끝난 뒤, 영국이 얻은 것은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그 폐허를,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단순히 독자를 놀래키는 트릭만이 애거사 크리스티의 장점은 아니다. 크리스티의 작품을 2010년대에 다시 만들면 ‘시대물’이 된다. 비행기보다 기차와 배가 국경을 넘고 대륙을 건너는 여행에 더 자주 쓰이던 시절의 이야기. 


이집트도 터키도 지금보다 더 이집트이고 터키이던 1930년대. 계급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던 시대. 전쟁의 화마가 지나는 동안 변해버린 사람들. 그런 요소들이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과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2015)


거기에 더해, 애거사 크리스티는 트릭만큼이나 극중 인물간의 ‘관계’를 쌓아올리는데 힘을 썼다. 트릭이 해결되는 순간 독자로서의 후련함과 더불어 슬픔과 애상이 함께 느껴지곤 한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작품마다 작은 공동체를 만들고 허물기를 반복한다. 그러니 주요한 등장인물이 여럿일 수밖에 없다. 모종의 이유로 등장인물 태반이 중요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필두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역시 캐스팅이 화려해진다. 이 역시 영상화가 되었을 때 호기심을 끄는 이유가 된다.


검찰 측의 증인(2016)


마지막으로, 최근 불고 있는 애거사 크리스티 영상화 붐을 말해야 한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에 이어 <나일 강의 죽음>(2020)을 제작중이다. 질스 파겟 브레너 감독이 연출한 <비뚤어진 집>(2017)은 올해 한국에서 개봉했다. 


일본에서도 후지TV에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5)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2017) <쿠로이도 살인 사건>(2018, 소설 제목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아사히 TV에서 <패딩턴발 4시50분>(2018) <대여배우 살인사건>(2018, 소설 제목은 <깨어진 거울>)을 편성해 방영하고 있다. 


그리고 BBC 드라마들이 있는 것이다. 이미 제작된 <누명>, <ABC 살인사건>에 이어,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등이 영상화 예정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렇게 길게 리스트를 쓰는 이유는, 왓챠플레이의 후속 업데이트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미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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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 씨네21 기자


2000년부터 씨네21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책 읽기 좋은날』,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아무튼, 스릴러』를 썼어요. 50개 넘는 간행물, 30개 넘는 라디오에서 종횡무진 활동해 왔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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