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2015)
“화성에 도달한 인류의 미래에도 희망이 있을 거라는 거장 리들리 스콧의 낙관론.” _ 이화정 『씨네21 기자』
“하나를 위한 전체. 세상에서 가장 낙천적인 (SF)재난 영화.” _ 이동진 영화평론가
영화 『마션』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가다. 두 평가에 공통으로 들어간 단어는 ‘낙관’이다. 무인도에만 조난을 당해도 절망적일 것 같은데, 이 영화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역)는 무려 화성(경기도 화성시가 아니다!)에 조난을 당했는데도 유쾌하고 낙관적이다.
경제학의 한 분야인 진화경제학에서는 낙관을 인류 진화의 중요한 열쇠로 본다. 진화경제학에 따르면 인류는 지구 위의 어떤 동물보다도 낙관적이다. 미국 럿거스 대학교 인류학과 라이오넬 타이거(Lionel Tiger) 교수는 “인간이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낙관적인 환상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생각해 보자. ‘내가 하는 일이 모두 잘될 것이다’라고 믿는 낙관주의가 없었다면 3월에 씨를 뿌려 10월에 곡물을 수확하는 일이 가능했을까? 7개월 동안 홍수도 닥칠 것이고 가뭄도 닥칠 것이다. 그 기간에 맹수한테 물려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래도 내가 뿌린 씨는 잘 자라서 7개월 뒤 풍족한 곡식을 만들어 낼 거야’라고 낙관한다. 그러니까 그 무모한 일을 시도하는 것이다.
분노한 들소 떼 사이에 뛰어들어 사냥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일은 너무나 위험해서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우리는 오늘 사냥을 성공해서 맛있는 고기를 잔뜩 먹을 거야’라는 낙관에 사로잡혀 기꺼이 분노한 들소 떼 사이로 몸을 던진다.
경제의 혁신도 그렇다. 혁신을 위해서는 모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모험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
하지만 낙관으로 가득 찬 인류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거머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미국에서 막 사업을 시작한 벤처 기업인들에게 “당신들이 설립한 회사가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응답자의 60% 이상이 “매우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라고 답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미국에서 벤처기업이 설립된 이후 5년 동안 생존을 할 확률이 35%밖에 되지 않는다. 큰 성공도 아니고 고작 생존만 할 확률이 35%인데, 사업가 중 60%는 자신이 큰 성공을 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이런 낙관 덕에 인간은 벤처를 만들고 모험을 한다. 그래서 농사도 짓고, 사냥 기술도 발전시키며, 혁신을 이뤄낸다. “인간이 지구 위에서 가장 낙관적인 존재”라는 진화경제학자들의 이야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화성에 조난을 당한 와트니는 그야말로 낙관적 인류의 전형을 보여준다. 먹을 것이 없어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농사를 짓기 위해 수소를 태우는 위험한 짓을 하면서도 “다행히도 인류 역사에서 수소를 태워서 나쁜 일이 생긴 적이 없어요”라며 태연히 희망을 말한다. 진짜로? 문과생인 필자가 보기에도 엄청 위험할 것 같은데?
와트니는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한다. 그것은 바로 아무리 실패를 거듭해도 절망보다 희망을, 비관보다 낙관을 선호하는 인류의 그 모습이었다.
결국 와트니는 살았다. 도전하고, 모험하고, 시도하고, 이동했기 때문이다. 낙관으로 가득 찬 인류는 그래서 아름답다. 그 위대한 낙관에 박수를, 희망을 향한 전진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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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 민중의소리 기자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사회부, 경제부 기자와 네이버 금융서비스 팀장을 거쳐 2014년부터 《민중의소리》 경제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두 자녀를 사랑하는 평범한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가치 있는 행복을 물려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