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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챠 WATCHA Dec 03. 2019

받고싶은 크리스마스 선물?

러브 액츄얼리(2003), 크리스마스 악몽(1993)



제이미는 모든 것이 낯선 동네에 지금 막 도착했다. 더 이상 마음을 숨길 수 없고 더 이상 감정을 숨길 수 없어 그는 지금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낯선 언어로 채워진 이 곳에 도착했다.


오렐리아. 말도 통하지 않은 이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은 언제였을까. 아마도 바람이 휘익 불어와 호수로 원고가 날아가 버린 그 날 그 시간이 아니었을까.

집안일을 도와주러 오곤 했던 오렐리아는 그 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치마를 걷고 호수로 뛰어 들어갔다. 햇살 이 찬란했던 그 날, 호수의 표면이 반짝이던 그 날, 원고지가 낙엽처럼 호수의 표면을 뒤덮은 그 날, 아마도 그 날 오렐리아에게 반했던 것일 게다.


하지만 고백은커녕 그 어떤 마음의 표시도 하지 못한 채 오렐리아는 고향으로 돌아갔고 그녀를 잊을 수 없던 아니 그녀를 향한 사랑이 점점 커져 더 이상 견딜 수 없던 제이미는 오렐리아의 고향집을 찾아가 사랑을 고백한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줄리엣은 살짝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성탄 캐롤을 부르는 성가대의 방문일 것이라 생각하고 문을 열었는데 거기엔 남편의 절친 마크가 서있다. 조금은 수줍은 얼굴로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는 캐롤을 튼다. 그리고 들고 있던 스케치북을 하나씩 넘긴다. 


운 좋으면 내년쯤엔
나도 이들 중 한 명과 사귈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고백할래요
내 희망사항을.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요.
내게 당신은 완벽하죠.
가슴 아파도 당신을 사랑할래요.
당신이 이렇게 될 때까지.
메리 크리스마스!


가장 친한 친구의 피앙세에게 첫 눈에 마음을 빼앗긴 남자. 그 남자는 스케치북을 한 장씩 넘기며 줄리엣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오늘은 아마도 용서가 될 것이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크리스마스 악몽

오우, 이건 뭐지! 생전 처음 눈앞에 펼쳐진 세계에 잭의 눈이 커진다. 잭이 속해 있는 할로윈 마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 흰 눈으로 뒤덮인 평화로운 마을, 서로에게 선물을 주고받는 기이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이 곳은 크리스마스 마을이다. 


1년 내내 할로윈 데이를 준비하는 할로윈 마을의 잭은 그 날도 할로윈 준비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을까지 가게 된 잭은 자신의 세계와는 사뭇 다른 이 곳에 매료되고야 만다.


그래! 우리도
크리스마스를
준비해야겠어!


신이 난 잭은 자신의 마을로 돌아와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라고 말한다. 크리스마스가 뭐지? 크리스마스가 뭐야? 그렇게 해서 쨍쨍거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할로윈 마을은 나름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게 되는데...


크리스마스의 개념을 알지 못한 채 크리스마스 마을의 흉내를 내며 할로윈 마을의 잭과 친구들이 산타를 납치하고 아이들에게 뱀이나 해골, 거미를 선물로 주면서 대소동이 일어나고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잭과 샐리는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한다.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 악몽>. 섬뜩하고 오싹하면서도 매력적인 팀 버튼의 초기작들을 떠올리면 이 애니메이션의 분위기가 바로 떠오른다. 팀 버튼은 이 영화를 구상하면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제대로 연출해 내기 위해 헨리 셀릭 감독을 기용하고 자신은 제작과 각본을 맡았다. 


매년 12월이 되면 떠오르는 악몽 같은 그러나 다시 봐도 흥미진진한 크리스마스가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폴라 익스프레스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한참 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지금은 흰 눈으로 뒤덮인 고요한 마을이 되었다. 소년은 왠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호기심이 발동해 밖으로 나가는데 그 곳에는 열차가 서 있다. 북극으로 가는 폴라 익스프레스. 차장의 권유에 소년은 열차에 올라타고 그 곳에서 신이 나서 떠들고 있는 아이들과 만나게 된다.


호탕하게 웃으며 아이들에게 핫 쵸콜렛을 권하는 차장, 산타 마을에 가면 무얼 하고 싶은지 이야기하며 즐거움에 눈빛을 반짝이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한 폴라 익스프레스.


하지만 소년은 아직도 크리스마스를 믿지 못한다. 북극에 있다는 산타 마을도, 지금 자신이 타고 있는 폴라 익스프레스도, 아이들이 기대하고 있는 그 무엇도 소년에게는 어딘가 낯설고 미덥지 않다. 



매년 산타 클로스가 선물을 준다고 믿고 있었는데 실은 부모님이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소년은 어린 아이와 어른의 기로에 서서 당혹감에 휩싸여 버렸다. 


어린 여동생은 아직도 산타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런 순진한 모습에도 괜히 화가 난다. 그러면서도 산타가 있다는 것을 아직은 믿고 싶고 그에게서 칭찬이 가득 담긴 선물을 받고 싶다. 여러 가지 마음이 복잡하게 얽힌 상태로 소년은 북극을 향해 달려가는 기차의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을 보고 나면 크리스마스 벨을 들고 흔들어 보고 싶어진다. 이 벨소리, 너도 들리니? 하고 묻고 싶어진다. 당신이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일까?




지금 보러 갈까요?


신지혜 / CBS 아나운서


<영화와 오브제>는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오브제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려 합니다. 글을 읽는 분들의 마음에 작고 맑은 감상을 불러일으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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