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등장하는 화보나 광고 촬영을 시작할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곗바늘을 10시 8분에서 10분 사이에 고정한다. 이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시곗바늘이 12시 방향의 밑에 있는 브랜드 로고와 3시 혹은 6시와 9시 방향의 날짜 창을 가리지 않게 하는 위치가 10시 10분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10시 10분은 2개의 바늘이 위를 향하는 위치이자 대칭을 이뤄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2가지 이유가 많은 사람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특히 시계 화보와 광고의 핵심은 브랜드의 명칭이나 기능이 가려지지 않게 하면서 가능한 한 시계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대칭 구조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시계 브랜드들이 오늘날과 같이 바늘을 10시 10분으로 맞춘 것은 아니었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의 엘진(Elgin)과 론진의 빈티지 시계 광고에서는 시곗바늘이 8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곗바늘이 현재와 같은 위치로 바뀌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였는데, 이것에 대한 이유 역시 명확하지 않으나 시계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8시 20분이 슬픈 표정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예로 율리스 나르당의 마케팅 담당자였던 수잔 휘르니(Susanne Hurni)는 핸즈의 위치에 대해 “10시 10분은 마치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10시 10분에 맞추기로 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랑에 운트 죄네는 10시 10분이 아닌 1시 52분을 가리킨다. 그 이유는 랑에 운트 죄네만의 독특한 다이얼 때문인데, 10시 10분을 가리킬 경우 브랜드의 명칭이나 다이얼의 중요한 부분을 가리게 된다. 하지만 1시 52분은 10시 10분과 모양이 거의 비슷해 여전히 시각적으로 안정적이다. 이렇듯 다이얼의 여러 상황에 따라 시곗바늘의 모양이 조금 바뀌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시계가 가장 이상적인 대칭 구조를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