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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칭 Jun 05. 2019

유력한 당신의 '인생작' 후보,
브레이킹 배드

'급'이 다르다. 넷플릭스에서 숱하게 복제되고 변주되는 여느 마약 소재 시리즈와 비교 불가. 악마같은 주인공에 대한 공감과 불편함이 기막히게 조화를 이룬다. 이토록 세련된 인과응보라니. 안봤다면 지금이라도 정주행할 가치있는 미드. 두 번봐도, 세번 봐도 뒤통수가 묵직하다.  



제작   빈스 길리건 
출연   브라이언 크래스톤, 아론 폴, 안나 건 
등급   19세 이상 
시즌   1(2008), 2,3,4,5(2013) 
평점   IMDb 9.5  로튼토마토 96%  에디터 꿀잼



줄거리

한때 세계적인 화학기업의 공동 창업자였고 노벨상 연구에도 공헌을 한 비운의 천재. 월터 화이트는 평범한 고교 화학교사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폐암3기 진단을 받으면서 그의 삶은 엇나가기 시작한다. 고교 제자였던 제시와 함께  화학지식을 이용해 고품질 마약 제조에 나선 것. 천문학적인 치료비를 감당하고 임신한 아내와 뇌성마비 아들에게 자신이 죽고난 후 돈을 물려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월터는 점점 마약 거물로 변해가며, '가족을 위해서' 마약 제조에 뛰어들었는지 스스로도 헷갈리기 시작하는데…


아래부터 스포일러 주의!  


시즌 거듭할수록 호평

참 희한하다. 대개의 시리즈는 첫 시즌의 성공 또는 괜찮은 반응을 원동력으로 다음 시즌 제작에 들어간다. 점점 재밌어지는듯 하다 억지로 이야기를 늘리는 시점에 시청자는 손절하고 떠나기 마련. 하지만 10년 전에 첫 시즌이 시작된 <브레이킹 배드>는 그런 공식을 깨는 별종 작품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시청자를 열광하게 했다.  마지막 시즌5는 유명 리뷰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99점으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으며, 2014년 기네스북에 역대 최고 평점 TV시리즈로 등재됐다. 

2019년 5월 현재 <브레이킹 배드>의 IMDb 평점. [사진 IMDb 캡처]

종영 후에도 시청자들은 <브레이킹 배드>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여전히 공식사이트는 팬덤으로 시끌벅적하다. 세계 최대의 영화, 드라마 정보 사이트 IMDb에선 무려 9.5점이라는 평점을 기록 중이며 평가에만 120만명이 참여했다. 150만명이 9.5점을 선사한 또다른 레전드 <왕좌의 게임>과 동급이다. <왕좌의 게임>은 2019년까지 시즌8을 방영했지만 <브레이킹 배드>는 이미 종영한지 5년이 넘은 작품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


월터화이트 혹은 하이젠버그 

월터 화이트는 선량한 가장이지만 폐암3기로 죽음을 기다리는 무기력한 인물이다. 하이젠버그는 라이벌을 제압하며 마약 유통망을 장악하는 흉악한 마약거상이다. 둘은 같은 사람이다. 월터는 마약 거래에서 하이젠버그라는 가명을 사용한다.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개의 자아는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평범한 가장이자 화학교사인 월터 화이트의 모습 [사진 amc]

월터는 뭘 위해서 괴물이 된 걸까. 월터는 천문학적인 치료비로 자신이 죽고난 후 빚더미 위에 앉게 될 가족을 걱정한다. 마약에 손을 댄 남편을 보며 기겁하는 부인 스카일러에겐 '모든 게 가족을 위해서'라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는 무자비하고 잔혹하게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하며 깨닫는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명분은 흐릿해졌음을. 그는 부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모든 게 나를 위해서였다'고 고백한다. 묵직한 대사.


월터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친구 엘리엇이 '그레이 매터(Gray Matter)'라는 화학기업을 꾸려 억만장자가 되고, 전 여자친구 그레첸이 자신을 떠나 엘리엇과 결혼한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병마가 찾아온 후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성과로 친구와 나를 떠난 여자친구가 호사를 누리는데, 왜 나는 잘못없이 모든 것을 잃어야 하는가. 월터의 마음 속 괴물은 이 울분에 기지개를 켠다. 능력(화학지식)으로 얻을 수 있는 다른 방식의 권력(마약거상)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공감과 불편함의 기막힌 공존

각본을 쓴 빈스 길리건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주제를 간단하게 '인과응보'라고 규정했다. 지극히 단순화하면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지만 마약 제조는 나쁘니 벌을 받게 된다'는 뻔한 이야기라는 고백이다. 정주행을 하려다 이 이야기를 듣고 멈칫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역설적으로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은 매력으로 그려낸 게 바로 <브레이킹 배드>가 수많은 이들의 인생작이 된 이유일테니까. 

월터는 화학 지식을 이용해 고교 제자였던 제시와 함께  순도높은 마약을 제조한다. [사진 amc]

월터의 안타까운 사연과, 그의 천재적 재능을 감안하면 그가 마약상이 되는 이야기는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공감이 시청자를 지배하진 않는다.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월터의 모습은 불편하고 왠지 거리감이 느껴진다. 월터가 드라마에서 현실세계로 걸어나온다면 어떨까? 그닥 친구가 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이야기에 몰입하면서도 주인공에 동화되지 않도록 창조된 절묘한 캐릭터와 이를 뒷받침하는 연출은 이 작품의 백미다. 


오묘한 그녀, 스카일러

월터와 함께 주연급 캐릭터를 꼽으라면, 파트너인 제시 핑크맨, 월터의 동서이자 마약단속반(DEA) 요원인 행크 등이다. 월터가 마약과 만나 괴물이 되는 것과 반대로 제시는 마약에 찌들어 살면서도 눈물 많고 인정어린 모습으로 변해간다. 행크는 가족인 월터를 사랑하지만 마약왕 하이젠버그를 잡아야하는 운명이다. 

<브레이킹 배드>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 [사진 amc]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월터의 부인인 스카일러였다. 재밌는 사실은 스카일러가 적잖은 시청자들에게 암유발 캐릭터로 가루가 되도록 빻였다는 사실. 스카일러의 변덕 혹은 변심(?) 때문인 것 같다.  그녀는 폐암 진단을 받은 월터를 진심으로 위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치료비를 위해 경단녀 생활을 접고 다시 일터로 나가기도 한다.


일편단심일 것 같던 스카일러가 갈대처럼 한없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은 월터의 반복된 거짓말 때문이다. 이혼을 결심하고는 직장의 사장 테드와 밀회를 즐긴다. 월터의 마약 제조를 알게 된 후 처음에는 도덕적인 훈계를 늘어놓는듯 하다가 범죄에 가담하고, 테드의 회사에 이 돈을 지원해주기까지 한다. 이런 행보가 적잖은 시청자(특히 남성)를 불편하게 한 것.

헌신적인 아내였던 스카일러는 남편의 비밀에 분노하지만, 범죄에 가담하는 이중적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사진 amc]

스카일러의 이런 비호감 면모는 이야기 전개를 위한 의도된 설정이다. 실제로 제작진은 스카일러가 짜증스러운 캐릭터로 느껴지도록 의도했다고 한다. 만약 괴물로 변한 월터 옆에 스카일러가 계속 헌신적이고 도덕적인 모습으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공감과 불편함의 공존으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시청자와 월터의 거리는 한없이 멀어지고, 월터는 빨리 죽어서 사라져야 할 빌런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니 스카일러에 분노했다면, <브레이킹 배드>를 제대로 재밌게 본 셈이다.


스핀오프까지 히트

<브레이킹 배드>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Prequel)격인 <베터 콜 사울>도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월터와 손잡고 마약사업에 동참하는 변호사 지미 맥길(사울의 본명. 유대인 이름을 사용하면 손님이 많이 몰린다며 '사울'로 이름을 붙였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브레이킹 배드>의 프리퀄격인 <베터 콜 사울>  [사진 amc]

<브레이킹 배드>에서 '사울에게 전화하세요(better call saul)'라는 광고 문구가 등장하는데 시리즈의 제목도 여기서 따왔다. 역시 빈스 길리건의 작품. 대부분 원작의 흥행에 빨대를 꼽는 얄팍한 프리퀄들에 실망하는 경우가 적잖지만 이 작품은 호평 속에 시즌4까지 제작됐다.  

TMI  

작품과 배우 모두 각종 상을 우표수집하듯 쓸어담았다. 2014년 에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거의 전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빈스 길리건은 지난해말, <브레이킹 배드> 영화판 제작이 들어갔다.

극의 배경이된 멕시코주 앨버커키시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시는 브레이킹배드 투어 가이드까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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