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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칭 Jun 05. 2019

제목 탓에 망한 골든글로브 5관왕, 코민스키 메소드

 

첫 회부터 강렬한 한 방이 뚜렷하다. 할리우드의 특별한 인생, 하지만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극적인 사건이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나이로는 노인, 그런데도 철부지 남자애들 같은 마이클 더글라스와 앨런 아킨의 쿵짝이 재미있다.



작품   코민스키 메소드(The Kominsky Method) 
제작   척 로리 
출연   마이클 더글라스, 앨런 아킨, 사라 베이커  
시즌   1(2018)
평점    IMDb 8.2  로튼토마토 79% 에디터 쫌잼 



줄거리

나이로 보면 거장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샌디 코민스키(마이클 더글러스)의 현실은 절정을 지난 배우일뿐. 연기 학원을 운영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중이다. 그에게는 오랜 친구이자 에이전트, 우리 식으로 말하면 매니저인 노먼 뉴랜더(앨런 아킨)가 있다. 노먼은 할리우드 대형 에이전시를 이끄는 거물. 두 사람에게는 크고 작은 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미지의 세계, 노년의 탐험 

근력은 줄어도 입담은 느는 법 [사진 넷플릭스]

청춘에 비하면 노년은 상대적으로 미지의 영역이다. 나이 든 사람은 청춘을 겪어봤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드라마 전체에서 노년은 아주 묵직한 사건이 벌어지는 시기다. 늙고, 병들고, 죽고, 이별하고….


<코민스키 메소드>의 첫 회도 그렇다. 사실적이고 풍부한 묘사와 함께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느끼는 태풍급 감정의 소용돌이를 강렬하게 그려내 눈길을 붙잡는다.   


그렇다고 결코 무거운 드라마는 아니다. 할리우드 배우이자 제 고집대로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샌디 코민스키와 할리우드 에이전트로 산전수전 다 겪어본 노먼 뉴랜더, 두 주인공은 입담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영감님들이다.


전립선 같은 걸 소재로 거침없는 공격을 주고 받는 걸 보면, 오래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인 건 분명하다. 공공연히 우정을 강조하는 대신 상대에게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마지 못 해서, 혹은 재미 삼아서 도움을 주고 받는 모습이 오히려 현실 친구처럼 다가온다.  


할리우드라는 화려한 후광  

내가 왕년에 말이야... [사진 넷플릭스]

특히 샌디 코민스키 역의 마이클 더글라스는 맞춤형 캐스팅이 아닐까 싶을 만큼 배역과 잘 어울린다. 요즘 관객에게는 마블 수퍼 히어로 영화 <앤트맨>시리즈의 행크 핌 박사로 익숙하지만, 그는 이미 1980~90년대 <위험한 정사> <월스트리트> 같은 영화에서 욕망덩어리 주인공을 연기하며 톱스타가 된 배우다.


2000년 배우 캐서린 제타존스와의 결혼으로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25세나 되는 데다, 마이클 더글라스가 전 부인과 이혼하면서 지불한 위자료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샌디는 과거에는 잘 나갔지만 요즘은 출연 제안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배우다. 사생활 역시 결혼과 이혼을 거듭하다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 마이클 더글라스의 화려한 이력 덕분에라도, 그가 이런 샌디를 연기하는 모습이 더 그럼직하게 다가온다.   


마이클 더글라스vs앨런 아킨   

내 진짜 나이는, 알면 다쳐... [사진 넷플릭스]

샌디와 툭탁대는 친구이자 할리우드 동료인 노먼은 사생활만 보면 샌디와 전혀 다르다. 평생 부인 한 사람만 사랑해온 지고지순한 남자 같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 초반의 인상일뿐, 회를 거듭하면서 점차 드러나는 할리우드 거물다운 면모와 종종 샌디를 압도하는 괴팍한 기질이 뜻밖의 재미를 더해간다.  


노먼을 연기한 앨런 아킨은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낯익은 배우. 이 영화에서 어린 손녀의 미인대회 출전을 응원하는 할아버지 역을 맡아 2007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당시 73세로 역대 최고령 수상자였으니 이제는 85세다. 75세인 마이클 더글라스와 실제로는 열 살 차이가 나지만 드라마에서는 서로 맞먹는 관계로 나온다.


마이클 더글라스가 워낙 선 굵은 배우라서 초반에는 앨런 아킨의 연기가 덜 도드라지는 느낌인데,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이 보기 좋은 균형을 이룬다.  


바람 잘 날 없는 사건의 연속 

나이가 들어도 감출 수 없는 매력... [사진 넷플릭스]

이 나이든 남자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길래, 한 시즌 8부작이 가능했던 걸까. 전립선 말고도 사건은 많다.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기도, 그러다 실수를 저질러 삐끗하기도 한다. 뜻밖의 재정적 어려움, 쉽게 말해 돈 문제로 큰 곤란을 겪기도 한다.


자식 문제도 있다. 여전히 철이 덜 든 아버지의 뒷감당을 돕는 딸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아버지가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중년의 딸도 나온다. 병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노먼이 겪는 특이한 현상도 있다. 줄잇는 사건에, 회당 약 30분의 짧은 드라마이기도 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이 드라마의 크리에이터는 척 로리. <빅뱅이론><두 남자와 1/2> 등 대형 히트작을 만들어온 각본가이자 제작자다. 출연진과 제작진의 명성에 걸맞게 <코민스키 메소드>는 올해 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시리즈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에는 두 배우 모두 후보로 올라 마이클 더글라스가 수상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미국에서 대중적인 큰 인기를 누린 것 같진 않다. 골든글로브 수상 직후 잡지 포브스에서는 '당신은 왜 코민스키 메소드를 못 들어봤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그 내용으로 추측건대 이 드라마의 제목은 영어가 모국어인 이들에게도 알쏭달쏭하거나 불친절하게 들리는 모양이다. '코민스키'는 주인공 샌디 코민스키의 성이고, '메소드'는 아마도 '메소드 연기'라고 할 때의 그 메소드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에는 샌디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연기 강의를 펼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코민스키 메소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정주행 하고 나면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추천 알고리즘 때문에 나이든 남자 두 명이 주연한 버디 무비나 드라마가 줄줄이 추천작으로 표시된다. 참으로 단순한 알고리즘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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