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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칭 Jun 11. 2019

아시아 거리 음식 최고봉은? 길 위의 셰프들

먹방이 넘쳐나는데 넷플릭스에서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 잠깐 보다 말지 하는 마음에 1화를 보다가 결국 정주행. 몇몇 셰프들의 철학과 삶의 궤적을 보노라면 신은 노점상 주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노점의 성공 법칙과 맛집 정보는 덤. 가장 인상적인 셰프 세 명을 소개한다.



제목   길 위의 셰프들(원제 Street Food) 
등급   12세 
시즌   2019 시즌1(아시아) 
평점   IMDb 8.2  에디터 쫌잼



줄거리


원제에 비해 한국어 제목이 내용을 더 잘 반영한 듯하다. 거리의 셰프, 그 사람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1부 아시아편은 태국 방콕, 일본 오사카, 인도 델리,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대만 자이, 서울, 베트남 호찌민, 싱가포르, 필리핀 세부 등 총 9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한국편은 성의가 부족한 느낌이다. 취재 대상이 광장시장에 몰리기도 했고, 주인공 격인 손칼국수 셰프의 경력이 그리 길지 않다. 남편 사업이 망해서 장사를 시작했고, 텃세를 극복하고 성공을 했다는 스토리도 다른 지역에 비하면 임팩트가 약한 느낌. 


아래부터 스포일러 주의!


태국 방콕 - 쩨파이

고글을 쓰고 화력이 센 숯불 위에서 웍을 다루는 쩨파이.  [사진 넷플릭스]

73세 셰프 쩨파이. 길거리 음식으론 최초로 미쉐린 별을 받았다. 길 위의 셰프로 성공하기까지 그의 삶은 문제를 발견하고, 도전하고, 해결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미싱을 돌리던 쩨파이는 20살 때 화재로 일터를 잃은 뒤 노점에서 닭고기 국수를 팔던 어머니를 돕는다. 그러다 어머니의 손이 느리다는 걸 알게 된다(문제 발견). 직접 요리를 하겠다고 나서는데, 어머니가 "넌 못할 거야"라고 하자 오기가 생겨 연습을 거듭한다(도전). 드디어 웍을 넘겨받고 손님들에게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한다(해결).


그러나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동틀 무렵까지 일해도 돈은 모이지 않았다(문제 발견). 단속에 쫓기고, 비라도 오면 그날은 망한 거였다. 막다른 길에 놓인 그녀는 대출을 받아 싱싱한 새우를 산다. 닭고기국수보다 더 비싼 새우 팟타이를 팔기 시작한다(도전).


해산물 같은 값비싼 재료를 써서 요리 가격을 올리고 부가가치를 높인 덕분에 빚을 갚고 노점 생활을 청산, 가게를 마련하기에 이른다(해결)


쩨파이의 모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팟타이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요리일 뿐이라는 생각(문제 발견)에 또 새로운 모험을 감행한다. 게살을 듬뿍 넣은 일본식 오믈렛을 개발해(도전) 히트한다. 지금은 100여 가지 메뉴를 제공한다. 유명해진 쩨파이는 미세린 스타가 되고, 태국 당국의 거리 음식에 대한 정책까지 바꿔놓았다(해결). 



쩨파이의 말

"자기 요리를 사랑해야 해요." 

"저는 저의 대범함이 자랑스러워요.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죠."


쩨파이의 게살 오믈렛. [사진 넷플릭스]

식당 이름 :  란쩨파이 
대표 메뉴 :  복음똠얌, 게살 오믈렛.
리뷰 종합 :  쩨파이 혼자 요리하기 때문에 예약 없이 가면 기본 네 시간 대기. 맛있고 재료 좋으나 값은 비쌈. 에어컨 없음. 구글


일본 오사카 - 토요 

이렇게 밝은 토요 셰프. 아픈 과거가 있다. [사진 넷플릭스]

'일본의 부엌'이라 불리는 오사카. 이곳 사람들은 대식가에다 먹는 데 돈 쓰는 걸로 유명하다. 일본에서도 노점은 단속 대상이라 실내로 많이 흡수됐지만 오사카의 이자카야 토요는 26년째 거리에서 성업중이다. 토요는 음식은 물론, 코미디언 뺨치는 유머와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그는 작은 섬 키카이지마 출신이다. 여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뱃사람이던 아버지는 술독에 빠져 난동을 부렸다. 학교가 끝나면 이불을 챙겨서 학교 옥상이나 부두 끝으로 피신했다. 아버지는 돈이 없다며 유일한 낙이던 급식마저 끊으라고 했다. 어린 토요는 살기 위해 하굣길에 풀을 뜯어 볶아 먹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열 다섯 살, 오사카의 친척 식당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허드렛일 3년차에 요리를 배우고, 가게를 차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10년간 1100만엔을 모았다. 그런데 아버지 돌아가셨고, 장례 비용으로 700만엔이 날아갔다. 남은 돈은 단돈 400만엔. 차고 앞에서 노점을 시작했다.


손님을 오래 기다리게 할 처지가 아니라, 참치를 구울 때 토치와 맨손을 사용했다. 불에 데지 않기 위해 얼음물에 손을 넣었다 빼면서 고기를 뒤집는다. 그 퍼포먼스가 이자카야 토요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토요의 말 

"저는 사기꾼입니다. 참치 중 어떤 부위는 회로 먹을 수 없어서 버리지만, 저는 구워서 돈으로 만들거든요."

"닭의 머리가 되자. 소의 꼬리는 되지 말자."

"꿈을 포기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어요."


이자카야 토요 대표 메뉴 참치 볼살 구이. [사진 넷플릭스]

식당 이름 :  이자카야 토요
대표 메뉴 :  참치 볼살 구이
리뷰 종합 : 주 3일만 영업. 맛도 괜찮고 서서 먹는 특유의 분위기도 경험해볼만. 주인장 아저씨 보러 가는 재미. 맥주는 셀프. 추울 땐 괴로움. 구글


대만 자이 - 그레이스

어두탕을 판매하는 스마트 피시 사장 그레이스. [사진 넷플릭스]

자이는 지리적으로 고립된 곳이라 외국 문화의 영향을 별로 안 받았다. 거리 음식 역시 전통이 살아있다.


그레이스의 어릴 적 별명은 '생선 대가리'였다. 할아버지는 낚시에 능했다. 생선을 많이 잡아 상할까봐 전부 튀겼고, 장사 수완이 있던 할머니가 생선 머리 튀김으로 탕을 끓여 팔았다. 그게 야시장 대표 메뉴의 시작이었다.


그레이스는 바깥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타이페이 대학에 진학했다. 대도시의 삶은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가게에 일손이 부족했다. 부모님에게는 차마 속마음을 말할 수 없었다.


가게는 구식이었다. 돈을 받아 단지에 넣고, 식기세척기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설거지 할 사람만 대여섯 명을 고용하는 식이었다. 대학까지 나와서 설거지나 하고 있냐는 얘길 들으면 울화통이 터졌다.


시스템을 개선하려 했지만 부모님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결국 부모님이 휴가를 떠난 사이에 하나씩 바꿔버렸다. 에어컨 설치, POS(point of sale, 판매 정보 관리 시스템) 도입, 온라인 주문, 식기세척기 도입, 직원 연수, 지점 개설 등등.


그레이스는 맛만 빼고 다 바꿨다. 결국 부모님도 승복했다. 그레이스의 결정이 가게를 낫게 만들었으니까. 지금은 그레이스가 사장님이다. 그리고 하루 5000인분을 준비하는 가게로 성장했다. 신세대 경영의 표본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레이스의 말

"집으로 가는 이 길이 내 길이야." 
(눈물을 머금고 고향 가는 기차를 타면서.)

"100년이 흐른 뒤에 사람들이 대만을 떠올릴 때 사람들이 자이의 맛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갖은 재료와 배추를 많이 넣어 하룻밤 푹 끓인 국물에 튀긴 생선 머리를 담아 낸다. [사진 넷플릭스]

식당 이름 :  스마트 피시(林聰明沙鍋魚頭)
대표 메뉴 :  어두탕
리뷰 종합 : 직원들이 친절하고 여러 메뉴가 맛있다. 가격은 합리적. 생선 대가리 빼고 탕만 주문할 수도 있다. 트립어드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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