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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칭 Jul 08. 2019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블루스의 전설이 된 남자

노래도 못하고 연주도 못하던 사내가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1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더니 모두가 놀랄 정도의 연주와 노래를 들려준다. 그는 자신이 악마와 계약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다큐 <악마와 걸은 사나이>는 주인공은 블루스의 전설 로버트 존슨의 주옥같은 명곡과 함께 이면에 숨어있던 미스터리의 진실을 밝혀 나간다. 명품 음악 다큐멘터리.


미국 남부 흑인들의 소울 뮤직


전설적인 아티스트 로버트 존슨.  [넷플릭스]

19세기초 미국 노예 해방 선언과 함께 시작된 블루스는 아프리카 전통 음악에 단순한 멜로디의 노동요, 유럽계 미국인들의 포크송과 재즈의 요소가 합쳐진 장르다. 남부 흑인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 환경, 인간적인 슬픔과 고뇌, 현실적인 절망의 정서가 담겨 있어 미국 흑인 역사에선 빼놓을 수 없다. 19세기 중반 컨트리 음악의 요소가 가미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로버트 존슨이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델타 블루스는 멜로디는 적지만 엇박자의 중독성있는 리듬, 반복적인 리프, 구슬프게 쥐어짜는 듯한 노래 그리고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테크닉으로 기존의 블루스 형식을 한층 발전시킨 현대적인 블루스였다. 


델타 블루스는 미시시피, 아칸소, 남 테네시, 앨라배마, 루이지애나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 지역 흑인들은 남북전쟁이 끝난 후에도 백인 지주들의 지배를 받았다. 광활한 대지에서 목화를 수확하고 농산물을 키우는 고된 삶이 이어졌다. 고된 노동을 달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지주들은 악사(樂師)를 기용해 밭에서 연주와 노래를 시켰고 이 애환이 담긴 노동요가 델타 블루스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베일에 둘러싸인 천재 뮤지션


교차로의 악마와 계약해 놀라운 실력을 얻었다는 소문. [넷플릭스]

로버트 존슨은 역대 최고의 블루스 아티스트들 중 한 명이었다. 이 정도 레벨의 천재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음악은 후에 지미 헨드릭스가 연주한 락앤롤의 기초이 되었고 블루스 기타 주법의 기틀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음악은 매력을 넘어선 매혹이었고 마법을 넘어선 마력이었으며 연주가 아닌 주술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끊임없이 소문이 따라다녔다. 그중 가장 유명한 건 "로버트 존슨이 교차로의 악마와 계약하여 놀라운 기타 실력을 얻었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갑자기 사라졌다 돌아와서 신들린 듯한 연주와 노래를 부르는 그에 대한 시기와 질투 때문에 생긴 말인지도 모른다.


로버트 존슨도 이 소문에 일조했다. 그는 만취한 상태에서 악마와 계약했다는 말을 하였고 거기에 멜로디를 붙여 "Me and the Devil Blues"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이 기묘한 이야기는 그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고 이후 다양한 미국 문화의 콘텐츠에서 활용되며 교차로의 악마와 계약하면 소원을 이룰수 있다는 도시 전설로 발전했다. 


저주받은 27클럽의 시작


저주 받은 27클럽. 요절한 천재 뮤지션들. [넷플릭스]

하지만 악마의 계약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당시엔 없었던 새로운 기타 주법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 마치 부두교의 주술처럼 읊조리던 가사는 당시 남부 흑인들에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교회 문화의 시각에선 불경한 것이었다.


또한 로버트 존슨은 천재성이 발현되어 갈수록 방탕하게 살았다. 연주하던 술집에 음악을 들으러 온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거나 취객들과 싸움이 이어졌고 이러한 불안정한 행실은 어이없는 죽음으로 이어졌다. 당시 그의 나이는 27살. 불꽃처럼 타오르다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런데 그의 죽음 이후 '27클럽'이라는 저주받은 전설이 시작되었다. 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에이미 와인하우스, 지미 헨드릭스, 커트 코베인까지 미국의 음악사에서 빠질 수 없는 천재 뮤지션들이 모두 로버트 존슨과 같은 27살에 죽었다.


즉, 27클럽이란 단명하는 천재들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 역시 악마와 계약해서 놀라운 능력을 얻은 뮤지션이라 수군거렸다. 현재 기독교를 위시한 종교계에서 블루스와 락에 기반한 음악을 저주받은 악마의 음악이라 매도하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악마같은 매력의 타큐멘터리


자료 사진이나 영상의 부족해 애니메이션으로 보충한 부분도 많다. [넷플릭스]

이 다큐는 로버트 존슨이라는 천재 뮤지션의 극적인 삶과 죽음을 미스터리 영화의 방식으로 재조명한다. 거의 80년이 넘게 베일에 쌓여있던 진실을 후손 클로드 존슨의 증언과 당대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인터뷰로 하나씩 풀어나간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감각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 시각적인 만족감도 높은 편이다. 총 러닝타임 48분으로 가볍게 보기 좋다. 리마스터드 시리즈는 모두 5.1채널로 제작된 미스터리 음악 다큐다. 이 작품이 재밌게 느껴진다면 다른 에피소드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TMI1.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에릭 클랩튼이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이 바로 로버트 존슨이다. 로버트 존슨에 대한 트리뷰트 곡으로 채운 앨범 <Me and Mr. Johnson>도 발표했다.


2. 로버트 존슨에게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 역시 모두 전설급이다. 에릭 클랩튼, 크림, 롤링스톤스, 레드제플린, ZZ Top, 밴 헤일런, 러쉬,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


와칭 방문해서 더 많은 리뷰보기


제목   악마와 걸은 사나이(Devil at the Crossroads)
연출   브라이언 오크스
출연   타즈 마할, 켑모, 보니 레이트, 에릭 클랩튼
관람   넷플릭스
평점   IMDb 7.1  에디터 쫌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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