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칭 Jun 18. 2019

영화 기생충, <수석>을 해석하는 방법

영화 기생충에 대한 해석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장센이 굉장히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고 잠시 단순하게 등장하는 소품도 모두 사회적, 철학적, 미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의미 없는 것 같으면서 사실 중요한 의미가 담긴 소품은 기우의 친구인 민혁이 선물한 돌(수석, 산수경석)입니다. 


"수석이 나에게 붙었다"

영화 '기생충'. 박사장네 과외교사로 들어간 기우. [CJ엔터테인먼트]

민혁의 할아버지는 그 수석이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줄 거라고 말하지만 결국 이 돌은 모든 참극의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됩니다. 초반에 기우는 이 돌을 보고 "이거 진짜 상징적이다"라고 말합니다.  


후반에 침수 피해로 기우의 가족이 대피소에 몸을 뉠 때 기우는 아버지인 기택에게 "수석이 나에게 붙었다"고 말합니다. 이때부터 기우는 수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기존에 논리적이었던 모습이 사라진 채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돌은 기우의 논리적인 생각을 빼앗고 맹목적인 살인본능에 눈뜨게 하며 결국 돌을 만진 사람들(기우-기택-근세)이 타인을 살인하게끔 분노를 폭발시키는 매개체가 됩니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참극 속에서 버려졌던 돌이 끝내 다시 기우에게 돌아온 것입니다. 돌은 숙주였던 기우를 크게 상처입히고 기우가 가장 자신만만해 했던 영민함을 빼앗았으며 각각 행복했던 두 가정을 무너뜨렸습니다. 그 후 기우에게 다시 돌아와 자신이 태어난 산의 냇가로 돌아가게 됩니다. 


기생충을 닮은 수석 


움직이지 못하는 돌이 돌고 돌아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마치 자연의 섭리, 기생충들의 생태와 닮았습니다. 생물로서 기생충은 이동 거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숙주를 찾아 기생하며 독특한 방식으로 생명을 연장합니다.  

영화 <연가시> 주인공 재혁(김명민) [오죤필름]

기본적으로 기생충은 회귀본능이 강한데 2012년 개봉했던 영화 <연가시>에서 연가시는 숙주의 몸에 기생하며 물을 갈구하게 하고 숙주를 강으로 인도해 죽음으로 내몹니다. 결국 물에 다다른 연가시는 번식 후 다른 숙주를 찾게 됩니다. 다른 기생충들도 이와 비슷합니다. 대부분 숙주와 공생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숙주를 이끌고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 


영화 기생충에는 다양한 메타포로 기생충에 대한 묘사가 들어가 있으며 박사장 또는 박사장의 집이라는 숙주를 통해 어떤 기생관계가 엮여 있는지 보여주지만 결국 직접적인 기생충의 생태를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생명이 없는 돌, 즉 민혁이 기우에게 가져다준 수석입니다.결국 영화 기생충에서 모든 이야기의 시작을 만들고 끝을 맺는 것은 복과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산수경석(돌)입니다. 

박사장의 집에 과외교사로 들어가는 남매. [CJ엔터테인먼트]


무생물에 감염된 인간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언제나 이 무생물들에게 조종당합니다. 돈, 집, 옷, 차, 카스테라 등등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이 아닌 모든 환경적 요소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간을 감염시키고 생각과 행동을 지배합니다. 영화 기생충은 이렇듯 생물(생명체)을 제외하고 보면 전혀 다른 해석의 지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왜 디테일에 있어 장인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와칭 방문해서 더 많은 리뷰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