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칭 Jul 04. 2019

[일드 추천] 죽음을 파헤치는 사람들, 언내추럴

일본에서 2018년 1분기에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을 비롯해 온갖 상을 휩쓴* 메디컬 수사극. 부자연스러운 사인으로 죽은 사람들을 부검해 진실을 밝힌다는 내용이다. 법의학이라는 소재를  세세하지만 너무 무겁지는 않게 다뤄 호평을 받았다. 일본 3대 여배우라 불리는 이시하라 사토미의 진가를 볼 수 있는 작품. 


UDI 라보를 소개합니다!


UDI 라보의 조직도를 만들어보았다. [와칭]

정부 산하의 독립연구소 UDI(Unnatural Death Investigation, 부자연사 조사 기관). 원래는 전국 조직이 될 뻔 했다가 부검의로 일할 법의학자 풀이 너무 적은** 등의 이유로 좌절됐다. 


후생성*** 출신 카미쿠라 소장의 지휘 아래 두 명의 부검의(미스미, 나카도)와 한 명의 임상병리사(쇼지)가 근무 중. 정부 보조금을 받는 만큼 늘 예산 부족에 시달린다.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인 쿠베 군에게 최저 시급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단촐한 구성이지만 업무량은 상상초월. 미스미나 쇼지가 늘 7K**** 직종이라며 구시렁대면서도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꾸만 가져오는 통에 소장은 애가 탄다.  


열악한 법의학 현실 


매일매일 업무 과중. [사진 TBS]

<언내추럴>이 호평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평소에 알아채기 힘든 사회 문제를 적극 제기하며 출발한 드라마라서다. ①죽은 사람에게는 돈을 쓰려고 하지 않다보니 ②변사자 부검률이 선진국 중 유일하게 채 20%가 안 될 정도로 낮고, ③이렇다보니 법의학을 전공해 부검의가 되는 비율도 현저하게 낮으며, ④때문에 부검의 질이 떨어져 ⑤살인도 자살이나 변사도 처리되는 현실 구조를 매 에피소드마다 상기시킨다. 


참고로 미국은 변사자 중 조금이라도 사인이 수상하면 부검을 실시해 부검률이 40%대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도 기준 23.7%.[1]


죽음과 가장 가까운 자  


부검의들은 왜 '부검의'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될까. 극한직업일수록 그 직업에 천착하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기 마련. 미스미나 나카도는 저마다 아주 우연한 경험으로 인해 죽음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다.  


'동반 자살'이란 말만 들어도 분노가 치미는 미스미. [사진 TBS ]

주인공 미스미는 어렸을 때 친부모가 연탄불을 피워 일가족 동반자살을 시도했지만 기적적으로 혼자 살아남는다. 부모는 무슨 권리로 어린이였던 자신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때문에 미스미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살해된 사람이 '자살'로 처리되는 것을 반드시 바로잡아야겠다고 굳게 믿는다.  


늘 어딘가 삐딱한 나카도. [사진 TBS ]

다른 부검의 나카도는 동거했던 애인이 자살했는지 살해됐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죽어버려 늘 마음 한켠에 의문이 남아있다. 혹시 나에게 잘못은 없었을까, 자살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피날레였던 <언내추럴> 9화와 10화에서 나카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성 인권에 대해 말하다 


본인을 향해 성차별적인 편견 발언을 쏟아내는 검사를 한방 먹이는 미스미. [사진 TBS ]

여성 일드 팬이라면 <언내추럴>이 얼마나 일드사에 획기적인 작품인지 알 것이다. 


주인공과 조연인 미스미와 쇼지가 둘다 30대다 

미스미는 결혼과 출산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런 미스미를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직장 내에서 미스미를 여자라고 차별하지 않는다 

미스미 어머니도 변사로 일하는 직업여성이다 


여주 캐릭터를 설정할 때 이런 요소가 갖춰진 일드는 극히 드물다. 한국에 비해 일드는 아직 아직 성차별적 시각과 표현법이 많이 남아있어 보기 불편할 때가 있는데, <언내추럴>은 일드계의 사이다 같은 작품.


중간중간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30대 직장 여성으로서 느끼는 결혼과 가정에 대한 압박감, 그리고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차별과 편견이 어이없고 부조리한 이유를 간결하면서도 임팩트있게 풀었다.


미스미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따르는 동료들. [사진 TBS]

혹자는 너무 남자들의 사정을 봐준 게 아니냐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과하게 맞서지는 않은 부분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차별에 처음 눈뜬 사람들도 "그래, 저건 좀 그렇지?" 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OST와 찰떡궁합


마지막으로, 드라마 OST였던 요네즈 켄시의 Lemon이란 곡이 유명해져버렸다. 한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과 의문점에 대한 짤막한 소개가 나오면서 Lemon이 흘러나오는 데 이게 너무나 찰떡 궁합. 공식 예고편에 일본어 가사와 한국어 해석을 단 유튜브 영상을 소개한다. 

와칭 방문해서 더 많은 리뷰보기 


제목   언내추럴(Unnatural)
출연   이시하라 사토미, 이우라 아라타, 쿠보타 마사타카 외
방송   일본 TBS
관람   왓챠플레이 시즌1(2018)
평점   IMDb 8.4 에디터 꿀잼



참고자료


* 분기마다 시상하는 더 텔레비전 드라마 아카데미 1분기 6관왕, 연말 시상하는 도쿄 드라마 어워드 6관왕 등 명실공히 2018 최고의 드라마였다. 수상부문은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작품상 등이었다. 


** 일본 부검의 풀은 200명이 채 되지 않으며, 드라마에서는 활동 중인 부검의가 150명이라고 소개했다. 


*** 정확한 명칭은 후생노동성. 이중 '후생'은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같은 개념. 


**** 우리나라의 '3D'와 같은 개념. 7K(나나케이)는 ①危險(키켄, 위험) ② 汚い(키타나이, 더러움) ③きつい(키츠이, 힘듦) 등이다. 



작가의 이전글 9년 만에 돌아온 토이스토리, 우디는 늙지도 않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