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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칭 Jun 05. 2019

살 빼고 싶을 땐,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

마구잡이로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가 아니라,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하며 딴에는 악당만 잡아 먹는 언데드. 드류 베리모어가 그 역할을 맡았다. 호러, 스릴러가 아니라 코미디, 시트콤이라는 게 반전이랄까. 


제목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Santa Clarita Diet)
출연   드류 베리모어, 티모시 올리펀트
등급   청불
시즌   1~3
평점   IMDb 7.9  로튼토마토 89%  에디터 쫌잼


줄거리


평범한 부동산 중개업자 해먼드 부부의 삶이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다. 이유도 모른 채 언데드가 된 아내 쉴라 때문이다. 날고기를 먹는 걸로 시작해 점점 식욕의 수위는 높아지고, 부부는 죄책감을 덜고 인육도 얻는 방법, 또 언데드를 치료할 방법을 찾아 고군분투한다. 그 와중에 반항기 가득한 사춘기 딸 애비의 뒷수습도 해야 하는데. 


아래부터 스포일러 주의!


죽으니 생생해지는, 언데드 

시즌 1의 앞 1~2회차만 넘기면 그 다음부턴 이런 장면에 익숙해진다. [사진 넷플릭스]

쉴라(드류 베리모어)는 어느날 갑자기 언데드가 된다. 심장은 뛰지 않지만 더 생기있어진 게 반전.  죽어야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역설이다. 활력이 넘치는 쉴라는 이웃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의 생활 태도까지 바꿔버린다.


좀비 VS 언데드

쉴라는 심장이 뛰지 않고 인육이 아닌 다른 음식은 먹지 못할뿐, 겉으론 사람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누가 좀비라고 부르면 기분 나빠 한다. 언데드는 죽었다 살아나 불사(죽지 않은, 그러나 살아있는 것도 아닌)가 된 존재다.


좀비도 크게 봐서는 언데드에 들기는 하나, 부두교 주술로 남이 조종하는 데 따라 움직이는 시체다. 쉴라는 (인육을 먹는 것만 빼고는) 자아를 가진 인간이고 성찰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남편 조엘(티모시 올리펀트)이 언데드가 된 아내를 일편단심 사랑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게다.


아내는 지켜야 하는데 

쉴라(왼쪽)와 조엘 부부. 적당히 통통한 여주인공이 주는 만족감이란! [사진 넷플릭스]

고교 시절부터 사귄 조엘과 쉴라는 말 그대로 잉꼬부부. 언데드가 된 쉴라는 성격도, 잠자리도 화끈해져서 조엘은 신혼 때로 돌아간 느낌을 받는다. 대범해진 쉴라와 달리 조엘은 말은 강하게 하지만 실제로 수컷들의 다툼에 끼어드는 건 두려워하는 겁쟁이. 삽질에는 소질이 있다.


엄마가 변한 뒤 학교가 시시해졌다 

딸 애비는 엄마 아빠가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가족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는 게 영 못마땅하다. 시즌이 진화할 수록 애비는 점점 더 거침없고 용감해진다. 살아있던 엄마의 소심한 성격보다는 언데드가 된 뒤의 화끈한 성격을 닮아가는 것. 청출어람이랄까


문제의 열쇠는 너드가 쥐고 있다 

애비를 짝사랑하는 이웃집 소년 에릭. 일상에선 영 찌질이다. 그러나 잡다한 지식(예를 들어 초자연, 음모론...)에 빠삭하고, 학교에서는 공부도 잘 하는 편. 해먼드 가족의 문제를 조용히 덮어주면서 사건 해결을 도와준다. 물론 사건을 키우기도 하지만. 볼수록 매력있는 캐릭터.


떡밥, 뿌리고 회수하고

쉴라가 구토를 하기 전에 먹었던 음식, 토할 때 같이 튀어나온 빨간 공처럼 생긴 물건, 마트에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꿰뚫는 듯한 조언을 해주던 직원의 비밀 등 시즌 1에서 나왔던 떡밥들은 차근차근 회수되는데, 새로운 떡밥도 계속 나온다. 시즌3쯤 가면 마치 눈덩이처럼 이야기가 구르고 굴러 커진다. 도대체 어디까지 굴러갈 것인지 흥미진진하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이 작품을 즐기려면 다큐 감각은 살짝 내려놔야 한다. 산 사람을 뜯어 먹는 장면을 보면서 '아무리 인육이지만 세척도 안 하고 먹으면..'이라는 생각을 하거나(내가 그랬다), 악당만 잡아먹는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으면 불쾌하기 짝이 없을 테니까.


또, 쉴라 부부가 정의하는 '악당'이 제아무리 극악무도해도, 쉴라 부부가 저지르는 살인에는 못 미친다는 현실 감각도 잠시 내려놓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이런 것들이 이 드라마의 약점이다. 그래도 시즌 4가 나오면, 보겠다에 한 표.


산타클라리타 식단


개요 :  인간 단백질 중심의 식사. 살아있는 상태에서 잡아 먹거나, 급속 냉동으로 신선도를 유지해야 한다.


손질 :  날로 뜯어 먹을 때 가장 맛있다. 고기에 털이 많으면 이에 낄 수 있으므로 심할 땐 면도를 한다. 쉴라의 경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항문은 먹지 않는다.


별미 :  연골이 있어 바삭바삭한 귀, 낱개로 뜯어 먹기 좋은 손가락은 간식으로 딱이다.


특식 :  얼린 인육을 초강력 믹서로 갈면 스무디가 된다. 텀블러에 넣어다니며 수시로 마시면 힘이 솟는다. 어차피 남들은 피비린내를 못 맡는다. 시트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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