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4시간을 쥐고 휘두르는 직장 상사, 더 이상은 못참겠다. 사표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방법은 어떤가. 당신의 상사를 사랑에 빠지게 하라. 작전 짜던 비서들끼리 눈 맞는 스토리란 건 처음부터 눈치챘지만, 알면서도 보게되는 게 로코의 진정한 매력이지!
줄거리같은 건물에서 워커홀릭 보스를 모시고 일하는 비서 하퍼와 찰리. 까다로운 입맞에 맞춰 매 끼니를 챙겨야함은 물론이고 아들 숙제까지 시키는 상사들 때문에 애인 얼굴 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우연히 서로의 고충을 알게 된 이들은 ‘워라벨’ 확보를 위해 싱글 상태인 자신들의 두 보스를 연애시키기로 한다.
고장난 엘리베이터에 가둬놓기 , 야구장 옆자리 키스타임 등 우연을 빙자한 기획으로 ‘시라노 작전’에 돌입하는 두 사람. 계획대로 상사들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약속하지만, 이거 뭔가 이상한데?
영화의 초반 재미를 이끌어내는 건 상사에게 호되게 당하는 주인공들의 눈물겨운 분투다. 일 중독에 성격 제멋대로인 상사 커스틴과 릭의 상상초월 비서 괴롭히기는 이런 식이다.
“내일은 나보다 30분 먼저 나와!”라더니 자신이 몇 시에 나오는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당신이랑 완전히 헤어지겠다고 전해!” 이혼한 아내에게 연락하는 것도 비서의 몫.
낮잠 자는 상사를 깨울 땐 놀라지 않도록 자장가의 볼륨을 조금씩 높여야 하고, 의사에게 건강검진용 소변도 대신 보내야 한다. 무엇보다 고단한 건 오락가락하는 상사들의 ‘심기 경호’.
어떤 세상인데 저런 상사가 있을리가 싶지만 몇몇 에피소드는 누군가의 면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게 포인트. 상사들의 밉상 짓은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여기고 지나친 분노는 자제하자.
주인공 배우가 둘 다 비교적 낯설다는 게 이 영화의 묘미다. 발랄한 여주인공 하퍼를 연기한 조이 도이치는 <7번째 내가 죽던 날> 등의 영화로 얼굴을 알린 신예다. 찰리를 연기한 글렌 포웰은 미국 남자배우 몇몇의 얼굴을 느슨하게 섞어놓은 것 같은 심심한 매력의 소유자.
오히려 비서를 괴롭히는 유명 스포츠 캐스터 상사 역할의 루시 리우,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투자회사 대표인 닉 역할의 타이 딕스가 더 강렬하고 인상에 남는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로코를 보는 이유는 ‘평범한 나에게도 혹시 저런 사랑이?’라는 어떤 부질없는 기대 아니었던가.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들의 밋밋한 캐릭터는 제대로다.
결국 로맨틱 코미디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뻔한 이야기 속에 사랑과 연애에 대한 빛나는 통찰이 얼마나 숨겨져 있느냐 하는 것. 그 측면에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영화에는 휴대폰에 메모해놓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써먹고 싶은 대사들이 꽤 된다. 이를 테면 “도롱뇽 한 마리를 너무 사랑해 끊임없이 쓰다듬고 관심을 쏟다보면 죽여버리기 쉽다. 그러니 세 마리의 도롱뇽를 동시에 키우라” 거나, “여자들에게 칭찬할 땐, 자신에게 존재하지만 다른 이들은 못 알아차렸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칭찬해야 한다” 등등.
무엇보다 여주인공 하퍼의 친구 베카가 약혼식에서 하는 이 명대사가 영화의 주제! 언젠가 사용해 볼 그날(과연?)을 위해 적어두도록 하자.
“다들 잘 알겠지만 나는 엄청나게 많은 남자를 만났죠. 그 남자들의 많은 점을 좋아했죠. 그러다가 여기 마이크를 만났는데 맘에 안 드는 게 정말 많더군요. 그런데도, 저 남자한테 완전히 푹 빠져버렸어요. 어렸을 때 할머니가 그러셨죠.
‘그래서 좋아하고 그럼에도 사랑하는 거야 (You Like Because, and You love Despite)’
그 사람이 가진 자질 때문에 좋아하는 거고 그 사람이 가진 자질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거라고요. 마이크,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이나 당신을 좋아해.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 죽겠어.”
제목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연출 클레어 스캔론
출연 조이 도이치, 글렌 포웰, 루시 리우
등급 15세
평점 IMDb 6.5 로튼토마토 91% 에디터 쫌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