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도약하는 IWC의 새로운 비행
IWC가 상하이에 플래그십 부티크를 오픈합니다. 총 300제곱미터 규모로 지금까지 세워진 IWC 플래그십 부티크 중에선 가장 큽니다. 평으로 환산하면 90.75평쯤 되겠군요.
IWC는 대표 라인을 감상하기 좋게 설계한다는 계획인데요. 파일럿워치, 포르투기저, 포르토피노 등을 예로 든 걸로 봐선 해당 라인을 대거 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성공적인 리테일 컨셉의 새로운 단계"를 보여준다는 표현으로 미루어볼 때, 규모뿐만 아니라 서비스 품질 제고에도 노력을 기울일 전망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는 포부도 밝혔는데요,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즉 태블릿 등을 설치해 이용자가 원하는 제품이나 관련 정보를 찾도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아무래도 대형 매장에선 이편이 동선관리나 공간 활용에 효율적이겠죠.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도 있는 '빅파일럿바'도 들어선다고 합니다. IWC의 디자인 컨셉을 살린 바 겸 카페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서울 빅파일럿바는 음료 자체도 훌륭했지만 목재 등 다양한 소재의 질감을 살린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가 컸는데요.
상해 부티크의 빅파일럿바는 실내와 실외에 모두 좌석을 두고, 방문객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넘어 IWC의 팬, 전시 애호가, 지역 커뮤니티가 한 곳에 만나는 커뮤니티로 키워가겠다고 합니다.
또 실물 크기 홀로그램을 설치하고, '에어스피더 레이싱 드론(Airspeeder racing drone)'을 혼합현실로 체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IWC는 이렇게 "예상치 못하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물리적인 공간에서 디지털 경험을 키워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제 눈길을 끈 건 드론이었습니다. 홀로그램까진 아니지만 이미 일부 제조기업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협업툴로 3D와 VR 기술을 몇년 전부터 써왔으니, 시계 브랜드들도 디스플레이 등에 홀로그램을 사용할 거라고 상상해볼 법하니까요.
반면 드론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찾아보니 IWC는 2021년부터 사람이 직접 드론을 타고 약 시속 200km로 경주하는 대회 '에어스피더'와 엔지니어링 및 타임키핑 파트너십을 맺어왔습니다. 상하이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아직은 혼합 현실이지만) 체험할 수 있는 드론도 에어스피더의 경주용 드론이고요.
파트너십을 맺을 당시 에어스피더는 "기술의 진보, 인간의 노력, 지속가능성을 위해 두 기관이 공유하는 열정을 더하고 청정 항공 모빌리티의 새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새 스포츠를 개척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소 거창하게 들리는 감도 있지만, 에어스피더의 비전이 '레이싱이 모빌리티의 기술을 발전시킨다'인 점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드론, 즉 플라잉카 경기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기술을 보완하면서 보급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비전은 에어스피더 홈페이지에서도 잘 드러나는데요, 이들은 "모터카 시대의 새벽무렵부터 레이싱은 개혁을 이끌어왔다"며 "우린 포뮬러원이 오늘날 중요하게 꼽히는 자동차 퍼포먼스와 안전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감사를 표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에어스피더는 새 모빌리티의 시대를 개혁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플라잉 카가 새 모빌리티 혁명이 되도록 궁극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경기에 사용되는 기기들은 전기 수직 이착륙(eVTOL) 항공기입니다. 최근 뉴스에서 자주 거론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 사용되는 기기들이죠. 우리나라에선 퉁신3사와 한화 등 굵직한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레이싱을 통한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에어스피더의 당찬 포부가 꽤나 설득력 있는 이유입니다.
IWC는 항공시계의 상징과 같은 브랜드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이 사용한 파일럿워치인 '비유렌(B-Uhr)' 이야기를 할 때도 빠지지 않는 5개 브랜드 중 하나인데다, 스위스에 위치한 회사답게 이들 중에서도 독일과 연합군 양쪽에 모두 항공 시계를 납품한 유일한 브랜드로도 유명하죠.
굳이 100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IWC는 2005년부터 탑건 라벨이 붙은 시계를 만들고 영화 '탑건 매버릭'에 자신들의 시계를 출연시켰습니다. 작가와 화자가 모두 파일럿인 소설 '어린왕자' 에디션을 만드는 것도 이들이 얼마나 항공시계를 자신들의 헤리티지 자체로 만들고 싶어하는지 보여주죠.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하늘에서 탈 수 있는 새 모빌리티가 등장했습니다. 새로운 헤리티지를 이어갈 때인 겁니다. 또 브랜드 컨셉을 넓히면서 새 팬을 유입시키고, 옛 기술을 답습하기보단 이를 바탕으로 새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이미지를 주려면 변화에 발맞춰 드론 경주같은 신규 스포츠를 후원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번에 소개드린 까르띠에의 '다카르 랠리 챌린지'나, 오메가가 올림픽 타임키퍼로서 보여주는 다양한 시계들(크라우칭 스타트 블럭 타이머·터치패드 방식 수영용 타임워치)도 비슷한 예겠죠.
IWC는 에어스피더를 위한 시계를 따로 만들지 않았지만, 파일럿들에게 자신의 대표 모델인 빅파일럿 워치를 전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봤던 빅파일럿 탑건 모하비 데저트도 여기 포함됐고요.
파트너십 당시 IWC는 "거친 스포츠 경쟁만큼 혁신을 가속하는 것은 없다"며 "IWC 샤프하우젠과 에어스피더는 엔지니어링과 선구적인 기술 솔루션, 혁신, 팀워크, 디자인 및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열정을 공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이번 엔지니어링 및 타임 키핑 파트너십은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일럿 시계를 만들어온 IWC의 유산과, 레이싱에 대한 열정을 결합한 '비행에 대한 꿈'을 하나로 모아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IWC 새로운 비행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잘 모르는 장르지만 괜히 Johnny Mathis의 Misty를 들으면서 썼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