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서 시작한 워치메이킹 개척기
내가 만드는 시계는 작고 복잡한 부품들과 톱니바퀴의 조합으로 만들어지고 겉은 시계 다이얼과 케이스로 덮여진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여느 시계와 다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시계를 밖에서 보지 않는다. 시계의 안쪽에서 무수히 많이 반복되는 톱니들의 사이에서 시간의 흐름을 주목한다.
- 현광훈 작가노트, 2021.09.30
톱니바퀴들은 대칭과 반복을 이루며 저마다 각자의 속도로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절대적인 질서와 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시계안의 세상은 완전함에 가깝다. 그 안에서 나는 초침의 톱니바퀴가 한바퀴를 돌아 분침을 밀어내어 1분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기도 하며, 톱니와 톱니 사이의 간극에서 멈춰진 시간을 보기도 한다. 나의 시계는 오로지 나에 의해 만들어진 내가 꿈꾸는 완벽한 세상을 투영한다.
시계는 복잡한 부품과 톱니바퀴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그 톱니바퀴들은 정밀하고 오차가 없어야한다. 어찌 보면 사람이 손으로 그것을 오차 없이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정밀한 톱니바퀴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도구는 내 손의 연장선에 있으며 내 의지를 구현하는 행위의 최종 단계에 존재한다. 그러한 도구를 만드는 일은 나의 작업의 시작점이며, 그것들은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 넘게 해준다.
-현광훈 작가노트, 202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