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럭셔리 브랜드가 수습을 응원하는 법
"이건 단순히 누군가 사무실에서 탕겐테(Tangente·노모스의 인기 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이 아닙니다."
정갈한 기계식 시계를 만들기로 유명한 독일 브랜드 노모스 글라슈테(NOMOS Glashütte)가 이달 초 SNS에 한 사람의 손목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손목 위엔 자신들의 대표 모델인 탕겐테가 올려져 있었는데요.
노모스도 말했듯, 단지 어떤 직장인이 사무실에서 착용하고 있는 탕겐테라면 '전 세계에 수만개'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시계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노모스는 이 시계를 'trial period Tangente'라고 부릅니다. 의역하면 '수습기간 탕겐테' 정도 될 텐데요, 노모스에 새로 합류한 직원들이 입사와 함께 받는 탕겐테를 말합니다. 신입 직원들은 6개월간 수습을 마치고 정직원이 되면서 그동안 찼던 탕겐테를 갖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재밌는 기업문화라고 생각했는데요, 수습 직원에게 이만큼 동기를 부여하기 좋은 방법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특히 뭘 해도 서러운 수습 기간에 이 시계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거나 소속감을 느끼고, 수십 년이 지났을 때 수습 시절부터 함께한 탕겐테를 보면서 자신이 브랜드와 얼마나 긴 시간을 보냈는지 돌아볼 거라고 생각하면 괜히 저까지 벌써 감격스러워집니다.
이런 감성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탕겐테를 주는 문화는 직원들에게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에도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계만큼 소비자들이 오랜 기간 매일 차면서 진가를 검증하는 제품도 없으니까요.
수습 직원은 매일 탕겐테를 손목에 올려 다양한 옷과 매치하고,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자신들의 대표 시계가 어떤 장단점을 갖는지 정확하게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쌓은 소비자들과의 공감대는 고스란히 아이디어가 돼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되겠죠.
사진 속 주인공은 노모스의 직원 티모 비르싱(Timo Wirsching)입니다. 비르싱은 노모스의 베를린 사무실에서 사진과 영상 제작을 맡고 있는데요, 자동차와 패션, 식품 등 다양한 업계에서 사진 업무를 맡은 뒤 독립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해왔습니다.
특히 작가로 활동하던 기간엔 약 5년 동안 런던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인물과 패션 관련 작업물을 남겼는데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국내 일부 매체에 거론될 정도로 열정적으로 작업해왔습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트렌드보다는 사진 자체에 더 집중하는 작업을 지향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겪으면서 올해 4월 독립작가 활동을 그만두고 노모스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약 6개월간의 수습을 거쳐 그동안 함께해 온 탕겐테의 주인이 됐습니다.
비르싱은 자신이 받은 탕겐테에 대해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아주 멋진 방법"이라며 극찬했습니다.
또 "퀄리티 측면에서 노모스는 아주 선도적인 직장"이라며 "노모스에서 일할 때만큼 퀄리티에 집중해본 적이 없는데, 고작 몇 밀리미터(mm)에 그치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이런 작업은 굉장히 흥미롭다"며 업무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 민수의 버디를 들으면서 썼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