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2

오픈 릴레이션쉽

by 춥다물

다음날 아침 엠마와 데미안과 함께 살고 있는 쇼디치의 집, 통창으로 가득 들어와 있는 햇살때문에 눈이 간질거려서 깨어났다. 클럽에서 돌아온 후 머리를 꽉 묶은 채로 그대로 잠이 들어 두피가 화끈거렸다. 지우지 못한 마스카라가 눈꺼풀이 떨어지지 않게 잡고 있었다. 목이 갈라지고 뜨거워서 물을 찾아 상반신을 일으켰을 때 잠들어 있던 두통이 함께 깨어났다.

"으..."

11시를 가리키는 핸드폰을 보니 저장되지 않은 두 개의 번호로 각각 whatsapp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안녕 고져스, 난 어제의 핸섬남 테드야, 내일 저녁 먹을래?]

[안녕 준희, 나는 미카에야. 어제 재밌게 놀았어?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 시간 될 때 커피 한잔 어때?]

두통이 점점 더 심해지는데 왜 내 입은 왜 씰룩거리는 것인가.


대충 카디건을 걸친 재 거실로 나가니 엠마는 거실 테이블에 얼굴을 묻은 채로 반쯤 눈을 감고 있었고, 데미안이 빈 물병을 수돗물로 다시 채우고 있었다.

"너네 괜찮아? 으... 내 머리... 나 좀 죽여줄래? 그게 낫겠어."

"준희, 내가 먼저야. 차례를 기다려."

엠마옆으로 가서 같이 얼굴을 테이블에 묻은 채로 내가 앓는 소리를 하자 데미안이 컵을 하나 더 선반에서 꺼내 가지고 왔다.

"준희 너도 물 필요하지?

"고마워, 근데 왜 너네 여기서 이러고 있어? 방에 가서 좀 더 자. 토요일인데."

엠마가 벌컥 마신 물컵을 다시 채우며 말했다,

"오렌이 책 빌리러 오기로 했거든. 지금 거의 다 왔대."

엠마, 데미안과 내가 한 손엔 물 컵을 쥐고 다른 팔로 각자의 머리를 벤 채로 식탁에 엎드려 서로의 뒤통수 또는 벽에 대고 서로에게 숙취 대신 죽음을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 중일 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왔다. 으으"

엠마가 우는 소리를 하며 무거운 몸을 이끌어 인터폰의 종 모양의 버튼을 눌러 문을 열었다.

지난밤 파티에는 오지 못했던 오렌이 장렬히 전사한 우리 셋의 얼굴을 보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안녕 레이디스, 와하하 지난밤 재미있었나 보네. 다들 정확하게 내가 예상했던 얼굴들이구만.

난 가봐야 해서 책만 가지고 간다. 고마워 엠마."

"잠깐만 오렌! 가기 전에 준희한테 어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봐봐."

"왜? 무슨 일 있었어?"

"말도 마. 지난밤 어제 저 서울에서 온 큐티 비치가 남자 둘을 반하게 만들었다고. 준희! 오렌한테

다 말해줘!"

오렌이 흥미로워하는 얼굴로 몸을 내쪽으로 돌렸다. 나는 ‘서울에서 온 귀여운 년이라니 너무 웃기다’라고 생각하면서 귀찮은 척 말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그게 다야. 어젠 기분 좋았는데 이제 큰 고민거리가 됐네. 오늘 아침에 둘 다 문자가 왔더라고. 만나자고."

"오 축하해! 근데 너 어제 도대체 무슨 옷을 입고 있었던 거야?"

"위는 거의 안 입었고, 아래는 많이."

"그걸로 설명이 되는군."

나는 자리를 고쳐 앉아 손짓으로 오렌을 자리에 앉혔다.

"암튼 그게 문제가 아니고 나는 둘 다 궁금하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들이 모르게 두 명과 사귀고 싶진 않아. 사귀는 건 둘째치고 동시에 두 명과 잠자리를 하는 것은 더더욱 싫고."

"그렇지. 그러고 싶지 않겠지. 그럼 둘한테 그렇게 말해."

"뭐라고?"

"둘한테 다른 남자가 같은 날 번호를 물어봤다고 얘기해. 상황을 모두가 알고, 그게 그들에게 괜찮다면 문제 될 게 없잖아? 그게 싫으면 누가 포기하던가 널 더 잡겠지. 그나저나 머저리 아닌지 먼저 한 두 번씩 만나는 봐."

"그거 좋은 방법이네. 아 우린 다시 누워야겠어. 오렌 잘 가! 준희 살아서 다시 만나."

엠마와 데미안이 물병에 물을 가득 채워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뒤통수를 크게 맞은 것 같았다. 숙취로 인한 두통이 문화적 충격으로 좀 가신 것 같기도 했다. 이 일을 어떻게 아무도 상처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거짓말이 아니게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 걸 내가 먼저 말한다고? 이것은 내가 처음 만난 종류의 연애방식이었다. 사람들이 이걸 오픈 릴래이션쉽*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걸 몇 년이 지나 알았다. 나는 연애천재 오렌의 조언대로 일단 두 번씩만 가볍게 만나보고 누구인지 확신이 안 서면 ‘너 말고 다른 연락하는 남자가 더 있다’라고 얘기할 계획이었다. 그 계획은 사건의 순서에 따라 영국사람 테드를 남자 1번, 스웨덴사람 미카에를 남자 2번으로 명명하면서 시작된다.




-다음 편에 계속


오픈 릴래이션쉽*:일대일 연인 관계 혹은 성관계를 벗어나 제삼자와 데이트 혹은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열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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