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활동은 어렵다. 내겐 와닿지 않는 문장이지만 세간에서는 그렇다고 한다. -
작가나 창작 활동가에겐 다소 건방진 주장이다. 하지만 이정도로 그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엔 부족하다. 충분한 관심, 속칭 "어그로"를 끄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카프카의 <변신>,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이상의 <날개> 같이 첫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문학 작품이 많은데, 괜히 유명 작품들이 인상적인 첫 문장을 선보인 게 아니다.
그렇다고 첫 문장부터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반은 거짓, 반은 진심이니 괜찮겠지.
1번: 진심 - 하루 종일 떠도는 아이디어와 잡념, 그리고 가정적 미래와 맞닿은 현실 등의 무궁무진한 관념
2번: 거짓 - 정제되지 않은 난잡한 관념
3번: 결론 - 1번과 2번 모두 결국은 나와 한 몸인 기생수
정리하면 위와 같다. 1, 2번 모두 평생 날 괴롭혀온 "족속"이다. 사실 괴롭지는 않았지만 떼고싶어도 뗄 수 없는, 영원히 공존해야 하는 기생수와 같다. 좋든 나쁘든 내게 창작이라는 것을 도와주며 강요하는 존재다. 하지만 이 존재를 거부하며 그간 방치해 왔다.
이런 와중에 마침 브런치스토리가 <작가의 여정>이라는 팝업 전시를 열었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이벤트가 열렸으니 한 번 가봤다.
유명 작가들의 발자취를 볼 수 있어 퍽 흥미로웠다. 첫 시작부터 작가의 두각을 미친 듯이 발휘한 사람은 없었는데 이 점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별로 바쁘지도 않은 현실을 앞장세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부끄러운 나머지, 뭔가에 이끌려 그 자리에서 브런치 인턴작가로 등록했고, 정식 작가가 되려면 글을 최소 3편 써야 한다. (마감일인 10/27이 내일인 것은 함정이다. 나답다.)
인턴 작가도 됐겠다, 이왕 내 족속과 같이 지내야 한다면 밥값은 하게 해야지. 저 족속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해 보려 한다. 글 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유명 문학이나 글을 많이 읽지도 않았다. 단지 저 족속이라는 룸메이트에게 잠식된 나를 위로하는 동시에 내 족속에게 밥값을 강요하는 거로 생각하려고 한다.
이 작업은 따로 주제가 없을 것이다. 교육, 계몽, 정보 제공 등 어디에도 별도로 속하지 않는 무소속으로써 위로 겸 강요가 진행된다. 그간 족속들이 해온 방해가 수십만 가지는 될텐데 이제 와서 밥값을 하게 하는건 억울하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라 말한 모 개그맨의 말을 새겨듣고 늦게나마 시작해 본다.
이 작업과 동시에 과거 내가 좋아했던 짧은 글짓기(시라고 말하기엔 차마 부끄럽다)와 그간 상상만 해온 소설 아이디어의 구체화 또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이 프롤로그가 한낱 필부의 잡글이 될지, 나름 인상적인 발단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부디 내 족속을 본격적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