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깍기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잔디를 깎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차이 중 하나는 정원이다. 그리고 정원의 대다수 면적에는 잔디가 깔려있다. 토익시험이나 외국드라마를 보면 잔디를 깎는 일을 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우리집이 바로 잔디를 깎아야 하는 집이다.
사실 잔디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오면서 잔디가 있는 것을 대비하고자 잔디 깎기를 두 번째로 빨리 샀다. 이사 오기 전에 산 물품 중 하나이다. 잔디 깎기는 잔디를 깎아주는 기계이다. 수동 또는 전기, 배터리 등으로 작동하는 여러 종류가 있고, 잔디의 높이를 조절하는 등 설정하여 잔디 길이를 유지할 수 있다. 처음에는 수동이 싸서 수동으로 살까 하다가 배터리 형식의 잔디 깎기를 샀는데, 참으로 잘한 일 중 하나다. 수동으로 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우리 집 잔디 깎기는 약간씩 앞으로 가면서 잔디를 깎아준다. 방향전환만 슬쩍해주면 된다.
잔디 깎기가 정원의 전체를 다 깎아준다고 생각하면 오산. 구석진 곳이나 가장자리 쪽은 예초기나 잔디 깎는 가위로 손을 더 잘 봐줘야 한다. 예쁜 잔디가 그냥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손수 땀 흘리며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여기에 브로워도 있는데 가을에 낙엽을 겨울에 눈을 치울 때 쓰는 도구이다. 모두 배터리가 호환되는 제품이다.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면 잔디는 누렇게 변하게 된다. 잔디가 잠드는 시간. 그때에는 딱히 잔디에 무얼 해주지 않아도 된다. 다시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면 잔디가 나온다. 이게 정말이지 신기했던 것 같다.
이웃집이 잔디를 깎으면 우웅~ 소리가 난다. 마찬가지로 우리 집에서 잔디를 깎아도 그 소리가 옆집으로 들릴 거라 생각된다. 우리는 해가 중천으로 뜨기 전 아침이나 해가 지고 있는 저녁 즈음에 잔디를 많이 깎는다. 너무 더운 여름 해가 중천일 때 일을 안 하는 게 우리의 습성이다. 잔디를 깎으면 그 풀냄새가 좋다. 강아지는 풀냄새에 예민해서 인지 우리가 좋아서인지 잔디를 깎을 때 기계소리가 무서워도 우리의 주변을 맴돌며 돌아다닌다. 크게 다칠 위험성 없이 다녀서 가둬놓지는 않는다. 행복한 일상 중 하나이다.
한 때 미니멀리스트를 꿈꾸었는데, 단독주택에 사는 이상 미니멀리스트는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디 깎기, 잔디 깎는 가위, 예초기, 브로워 등 다 필요한 것들이어서 잘 수납해 두어서 써야 한다. 계절마다 필요한 것들이 다르고 쓰임이 다르기에, 물건을 잘 보관하고 제 때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여름에 꼭 필요한 물건 잔디 깎기에 대한 사진과 에세이를 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