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버이날은, 유난히 기분이 묘하다.
처음으로, 엄마가 없는 어버이날이니까.
엄마의 투병기 10개월 정도 중 8할을 우리 집에 계셨다. 정말 찐하게 엄마와 추억을 쌓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병원에서의 10일 정도도 너무도 소중했다.
엄마가 없는 지금도 이 땅에 엄마가 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엄마의 마지막 임종 때 엄마 귓가에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렸다. 청각이 가장 마지막으로 닫힌다는 말을 들었기에, 엄마에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마지막이기에.
이제 엄마는 더 이상 이 땅에 안 계신다.
며칠 전 엄마가 꿈에 나왔다.
언제였는지, 어디였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함께 깔깔 웃고 있었다.
엄마는 현실 속에서 유머를 참 잘 찾던 분이었다.
심지어 투병기에 병원에 입원하면, 주변 사람들을 조용히 살피면서
툭, 웃긴 포인트를 짚어내곤 했다.
그 한마디에 나도 자주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상황도 상황인데, 엄마의 웃음소리가 나를 더 재밌게 만들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엄마와 시부모님이 함께 우리 집(단독주택이라 가능했던)에 머물던 어느 날,
시어머니가 시아버지에게 은근한 핀잔(?)을 주시는 장면을
엄마랑 나란히 앉아 보게 됐다.
생각해 보면, 딱히 시아버지가 잘못하신 것도 없는데 말이다.
엄마랑 나는 눈이 마주쳤고, 말도 없이 피식 웃었다.
엄마가 나중에 "시아버지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맨날 야단맞더라."라고 말하시며 진짜 진심으로 상황을 재밌어하셨다.
그 웃음 안에는
공감, 짓궂음,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아는 정서 같은 게 있었다.
그렇게 따뜻하고 재밌는 분위기가 꿈속에서도 펼쳐졌다.
꿈을 꾸는 순간이었는데, 문득,
‘엄마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
하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왔다.
(나는 자각몽을 종종 꾼다.)
(꿈속에서) 이리저리 이방 저 방 엄마를 찾으러 다녔지만, 엄마를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 깨달음이 너무 선명해서,
그 웃음마저 아프게 느껴졌다.
꿈에서도 그리웠다.
어디를 가도 엄마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
꿈속까지 따라왔다.
오늘은 더 이상 엄마의 형체가 아닌 엄마의 분골이 담긴 묘지에 다녀왔다.
동생과 함께 갔기에 엄마가 더 좋아하셨을 것 같다.
엄마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꿈속에 한 번 찾아와 달라고 엄마께 귓속말로 부탁했었는데,
그게 며칠 전 꿈속의 모습이었을까?
한번 더 찐하게 엄마가 꿈속에 나타나면 좋겠지만, 그냥 그 모습만으로도 나는 감사하기로 다짐했다.
엄마의 웃는 모습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으니깐.
엄마.
당신이 없는 첫 어버이날이에요.
후회 없이 모든 걸 다 쏟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엄마가 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매일 아침 눈뜨면 엄마가 생각나요.
이제 엄마께 드릴 수 있는 게
엄마가 좋아하시던 바닐라라떼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드셨던 초콜릿도 아니고,
좋아하셨던 청국장도 아니고,
맛있게 드셨던 소고기도 아니네요.
이제 엄마께 드릴 수 있는 건 꽃밖에 없어요.
그래서 꽃을 드리고 왔어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 딸이어서 행복하고, 행복해요.
p.s.: 혹시 이 글을 읽고 부모님이 살아계시다면, 후회 없는 시간들과 추억을 쌓기를 바랄게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엄마와 아빠와 함께하는 그 시간을 누군가는 사무치게 그립고 바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