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꿈을 이룬 날
남편의 꿈은 시네마룸이다.
100인치 정도 되는 스크린에, 빔프로젝트를 켜서
영화를 보거나 넷플릭스 시리즈물을 보는 걸 즐겨하고 있다.
모든 게 다 갖춰진 시네마룸에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바로 사운드, 즉 스피커였다.
신랑은 꽤나 자주
'스피커를 검색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그날은 본격적으로 이런 말을 꺼냈다.
"이거 12만 원짜리 스피커야. 가성비 끝판왕이래."
나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음… 그 가격이면 또 살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12만 원짜리 스피커 사는 걸 반대했다.
사람이 그렇다.
비싸서 못 사는 물건을 눈앞에 두면,
비슷한 버전 물건 저렴이 버전을 검색하게 된다.
나도 그랬다.
대학원 다닐 때였고, 더운 여름날이어서 백화점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들어가면 안 되는 명품 삽을 둘러보게 되었고,
한 지갑이 마음속에 들어오게 되었다. 너무 갖고 싶은데, 한 가지 가격 때문에 못하는 지갑이었다.
고민고민 하다가 그날 결국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한 지갑을 사게 되었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본 명품 지갑이 자기 전까지 내 눈앞을 어른거렸다.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건 사야 하는 거라며 심플하게 대답해 주였다.
이틀을 고민하고 난 결국 명품지갑을 샀다. 생애 첫 명품지갑이었다.
뭐, 그 결과?
지갑 두 개가 생겼다.
하나는 서랍 어딘가에 처박혀 있고,
하나는 지금도 잘 쓰고 있다. 물론, 내가 마음에 들어서 산 명품 지갑을 더 잘 쓰고 있다.
오늘 남편도 그 길을 걸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물었다.
"근데 이거 들어보고 살 순 없어?"
"응. 이건 못 들어봐. 들어볼 수 있는 매장이 없어"
'아, 이거 아니다. 들어볼 수도 없으면 정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대화를 나누던 장소가 잠실 롯데월드몰에 있었다.
전자제품 매장이 있었고, 운이 좋게 그곳엔 사운드바를 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비싸서 늘 '꿈'이라 부르던 브랜드. 그걸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직원분이 직접 영화를 틀어주셔서 사운드를 들어볼 수 있었다.
남편은 귀를 쫑긋 세우더니,
슬쩍 나를 봤다.
"이게… 좋긴 하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왕 돈 쓸 거면,
한 방에 가자.'
오늘 우리는 한 달 동안 주식으로 번 돈을
스피커에 썼다.
남편의 꿈을 샀다. 마음이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인생은 같은 말을 반복한다.
"싼 거 사면, 결국 두 번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