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혀있었다. 아니 어쩌면 갇혀버린 걸지도.
나만의 생각에, 나만의 착각의 세계에, 나만의 망상에
난 꼼짝없이 갇혀버렸다.
난 원래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전략적인 사람이다. 대학 때 전공이 통계학과에 복수전공 경영, 부전공 경제를 했다. 누구보다도 현실적이어야 하는 사람, 누구보다도 논리적이어야 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난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사람인데, 분명 또렷이 하나하나 확인하고, 생각의 징검다리를 건넜는데,
막상 건너보니 허상의 세상이었다.
그 때 벌어진 일들이 진짜인지, 허구인지도 모르겠다.
신의 세계가 있다고(혹여 귀신의 세계를 믿는다고 하더라도) 믿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두려움에 떨며 나에게 경고했다. "너가 정상이 아닌거라고."
그렇다. 난 신의 음성을 분명히 들었고, 그걸 믿고 세상에 나아갔다. 구체적인건 생략하기로 한다. (종교적 이야기일 수 있기에.)
내가 들었던 신의 음성중 하나가 바로 "행복하라"였다.
나의 것들을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줘야 하는건가? 그게 선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들렸던 음성. 그건 외부에서 나의 온몸으로 들렸던 것이다. 역시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쓰기에 두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본다. 왜냐하면 이 경험들이 바로 내가 글을 쓰는 진짜 이유기 때문이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밝히지 않았던 진짜 이유.
뇌에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출되어, 이상현상을 느끼는 증상.
조증의 병명 중 하나이다.
그렇다. 난 조울증이란 병명을 얻었고, 내가 믿었던 세상은 깨져버렸다. 날카로운 그 기억의 파편이 나를 찔렀다. 피가났던것 같기도하다. 그때 한껏 많은 형형색깔의 알약들은 나를 잠재웠다. 그렇게, 하루를, 이틀을, 일주일을, 한 달을 잠을 잤던 것 같다. 형형색깔의 약의 주요 효능은 잠오는 것 이었으니까. 난 세상과 격리되었고, 그렇게 잠을 잤다. 슬픔의 알약을 깊숙히 삼켜버린 채 말이다.
차갑고, 하얀색 건물, 숲속에 있던 병원에서 처음으로 시를 썼다.
"
마음이 아파서 흘리는 눈물
참으려고 해도 참아지지 않는 아픔
그 아픔이 넘쳐 눈물 한 방울로
또르르...
통곡하려고 울려해도 울어지지 않는 아픔
그 아픔은 그냥 눈물 한 방울로
또르르...
눈 안 가득 흘러 넘칠듯 고이지만
그 아픔 머금은 눈물 한 방울만
또르르...
"
그렇다. 마음이 너무 아플때는 펑펑 울수 없다. 그냥 눈물 한방울만 흐를 뿐이다. 통곡하려 해도, 울어지지도 않는다. 그냥 빽빽히 눈안에 쌓인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질 뿐이다. 그렇게 그 시절이 견뎠다. 아니 사실 견디지 않았다. 그냥 멍하게 그 시간들을 흘려 보냈다. 그랬을 뿐이다. 꽉차버렸던 나의 생각들과, 다양했던 사람들의 반응들은 참 시끄러웠다. 소란스러웠던 세계가 한순간에 고요해졌고,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정신을 차려야 했지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난 나의 인생의 운전대를 모두 놓아버렸고, 주변에서 이렇게 하라면 이렇게, 그렇게 하라면 그렇게 살았다.
내가 나의 삶의 운전대를 주섬주섬 잡은지는 채 몇년이 되지 않았다. 약간의 희망 때문이겠지, 내 아픔이 다른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정말 실같이 얇지만 확실한 믿음. 그것 때문이겠지.
아직도 아니면 영원히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않는 세상을 경험한 난, 그 세계를 표현하고 싶어서 쓴다. 공감을 1도 얻을수 없는, 내가 경험 한 그 세상. 처절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나의 무너지는 감정. 이것들을 과연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나는 아직도 필력이 많이 부족하고,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 뿐.
그렇기에, 난 그냥 쓴다. 일상의 일들도 쓰고, 책의 내용도 메모하고, 생각의 단상도 정리한다. 그렇게 그냥 쓴다. 이 글쓰기의 길이 나에게 어떤 삶을 안겨다 줄지 모르겠지만, 나는 쓰는 삶을 계속 할 뿐이다. 이 길의 끝이 허상으로 끝난다해도, 또 다시 그 아픔을 겪는다해도, 그래도 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뿐.
마지막은 내가 얼마전에 꿈을 꿨던 내용으로 마무리 해보려고 한다. 모호하지만, 어쩌면 내 마음을 잘 드러내는 장면일 수 있기에.
"
하늘도 무너지고, 시간도 복잡해져
모든 것이 혼돈의 세계가 될때,
난 어떤 방법인지 모르지만
가장 적기에, 가장 알맞은 곳으로
그
불과 빛의 세계로 뛰어들꺼야.
넌 그때 나에게 힘 주는 말을 해줘!!
그거면, 돼!!
"
이해되지 못할 꿈의 한 조각을 남겨본다.
이게 어쩌면 내가 갇혀버린 세상의 힌트를 줄 수 있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