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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Nov 15. 2019

우리가 '소확행'에 끌리는 이유

혹시 거대하고 불확실한 불행을 쫒고 있진 않나요?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의미이다. 소확행의 기원을 따라가 보면,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느 에세이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으로 쓴 단어이다. 이렇게나 생소한 줄임말이 대한민국에서 대유행했다. 지금은 대다수의 사람이 인지하는 어휘가 되었다. 소확행이라고 말하면, 단어를 풀이하지 않아도 알아듣게 되었다. 왜 그런 것일까?



이미지는 글과 다를 수 있습니다_출처 : Pixabay
대한민국은 줄 세우기 공화국


학창 시절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 더하면 총 12년이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 완연히 어른이 된 나에게도 1/3 정도를 차지하는 긴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학생은 '대학'이란 목표 하나를 향해 달려간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수능'이 거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400점 만점 세대에서, 세 자릿수 점수로 모든 학생을 줄 세운다. 아, 물론 과목별 줄 세우기 정도의 다양성은 인정된다. 일명 '학종' 세대인 지금의 학생들도, '대학'이란 목표를 향해 가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게 줄을 세워 들어간 대학 생활은 어떨까?



이력서 한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_ 출처: 픽사베이


 학창 시절이 대학의 노예라면, 대학을 다니는 때는 '스펙'의 노예시절이다. 내가 대학 다닐 때, '88만 원의 세대'란 책이 유행했다. 이 말은 최소한의 월급을 받고 전문적인 일을 하는 세대를 빗댄 말이다. 인턴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공채에 합격할 수 있는 슬픈 사정은 아마 지금의 90년생들에겐 더 심할 것이다. (90년대생이 온다의 책에 따르면, 많은 90년 대생들은 공무원을 준비한다고 한다.)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는 다던지, 잔디밭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등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토익이란 스펙, 인턴이란 스펙, 제2 외국어란 스펙, 이제 대학은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대학을 졸업하여, 취직을 하면 상황은 좀 나아질까? 아니다. 우리에게 강력하고도 거대한 줄이 세워지니 그건 바로 '돈'이다. 돈은 각종 다른 언어로 치환되며, 우리 삶을 괴롭힌다. 명품 백이라든지, 살고 있는 아파트, 타고 다니는 자동차 등이 나의 서열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종종, 아니 많이 있다. 물건뿐 아니라 재력은 사람을 판단하는 큰 잣대가 되고 있다.




꿀처럼 달달한 그 단어, 소확행


이렇게 수많은 줄 세우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꿀처럼 달게 느껴지는 단어가 나타났다. 바로, '소확행'이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니. 생소한 이 단어를 접하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열광했다. 저마다 작은 행복을 움켜쥘 수 있는 기회에, 나에게도 가볍게 깃털처럼 날아든 행복에, 주변에 존재했던 행복의 파랑새를 찾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은 각자 말한다. 자기에겐 스타벅스 커피 한잔이 소확행이라며, 나에겐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소확행이라며, 본인에겐 가을에 부는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치는 게 소확행이라며. 모두 저마다의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채로운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들이 많았는데, 우리는 그동안 무엇에 허우적 댔던 것일까?



우리 한번 지금의 자신을 생각해보자.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소확행의 의미를 반대로 말하면, '거대하고 불확실한 불행'이 된다. 우리는 혹시 '거대하고 불확실한 불행'에 우리의 모든 걸 걸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목표를 향해 뛰던 발을 멈춰보자. 그리고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자. 우리는 모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태어났고, 아무것도 움켜쥐지 못한 채 죽기 때문에. 지금 현재에 소중하고, 소중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난 당신이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다 보면 혹시라도 '크고 확실한 행복'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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